‘최악의 악’ 임세미에게…“의정은 결국 죽었나요?”[인터뷰]

김지우 기자 2023. 10. 2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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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악’ 임세미.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배우 임세미가 ‘최악의 악’ 속 유의정을 그려내기까지 치열했던 고민의 흔적을 털어놨다.

최근 스포츠경향은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디즈니+ 시리즈 ‘최악의 악’ 종영을 앞둔 임세미를 만났다.

25일 마지막 에피소드를 공개한 ‘최악의 악’은 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 연합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경찰 박준모(지창욱)가 조직에 잠입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액션 드라마. 임세미는 극 중 준모의 아내 유의정 역으로 준모와 기철(위하준)의 과거, 그리고 현재를 뒤흔든다.

이날 임세미는 준모 혹은 기철, 지창욱 혹은 위하준 중 끌리는 인물을 묻자 “두 분의 매력이 다르다. 역할로서도 준모와 기철의 매력은 다르다”며 고심했다.

“기철은 강남 마약 대장이 됐지만 마음만은 한 여자만 바라보는, 지고지순하고 긴 마라톤 같은 사랑을 품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 게 매력적이죠. 준모는 정말 순수하고 맑은 청년 같지만 자기의 욕망과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직업 정신, 저에 대한 확신을 갖고 지켜내려는 모습이 매력적이에요. 개인적으로 고르기 어렵네요. 제 눈앞에 두 사람이 나타난다면 둘 다 놓고 도망갈 것 같아요. 대중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기도 하고요.”

둘 사이에 선 의정 역시 혼란스러웠다.

“미묘한 상황에 놓인 캐릭터예요. 스스로의 감정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게 어려웠어요. 현장에서 감독님·배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역시 쉽지 않더라고요. 현장 스태프 안에서도 의견이 많이 갈렸어요. 의정이 진짜 나쁘다는 분도 있고, 의정이 불쌍하다는 분도 있었죠. 기철이 나쁘다, 준모가 나쁘다도 많이 갈리고요. 시청자분들도 비슷할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도 ‘의정이 정말 준모만을 위해 움직이는 게 맞아?’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게 아닐 수도 있겠더라고요. 나의 직업, 야망, 여성으로서 가족 안에서 받은 차별 혹은 예전에 정리하지 못했던 기철과의 감정이 남아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최악의 악’ 9회 스틸컷. 디즈니+ 제공.



남편 준모와 해련(김형서)의 키스 신은 의정 아닌 임세미에게도 다분히 충격적(?)이었다.

“촬영할 때 준모·해련의 키스 신을 저한테 안 보여줬어요. 이번에 스트리밍하면서 처음 봤는데 이렇게 진할 줄이야. 충격받았어요. 해련이가 준모를 저렇게 사랑하고 저돌적이었다니. 뿌리치는 준모도 괴로웠겠다 싶더라고요. 그 와중에 와이프 생각하는 모습도 한편으론 짠하고 심장이 조였어요.”

위하준과의 키스 신 촬영은 자연스레 긴장이 따랐다고 했다.

“하준 씨가 많은 고민과 걱정을 하면서 잠을 못 이뤘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긴장을 안 한 건 아니에요. 사랑인지 뭔지 모를 마음을 뱉어내면서 키스 신을 찍는 게···. 터치, 손동작, 템포, 호흡에 관한 얘기를 디테일하게 나눴어요. 의정 입장에선 행복하기보단 애잔한 키스 신이죠. 현장에서도 숨 막히고 슬프다고들 하더라고요.”

‘최악의 악’ 임세미.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임세미는 옳고 그름 사이 혼돈의 카오스에 빠진 유의정을 연기하며 “그게 인생사 아닐까 생각한다. 저도 인생을 살아가는 게 매일 어렵다고 느낀다. ‘이게 정답이야’ 생각하고 살아가지만, 내일이 되면 그게 아닐 때도 있다. 이건 정말 삶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또 “3인칭으로 저를 봤을 때 진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하기 위한 나이도 적당히 잘 차간다고 생각했는데, 40대에 의정을 만났다면 조금 더 알았을까 생각이 든다. (의정을 표현하기 위해) 제가 더 경험하고 이야기를 쌓았어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했고, 그 지점이 재밌기도 했다. 고민하게 하는 작품을 오랜만에 만났다. 두 남자 사이, 큰 사건들 사이 저의 행동과 선택이 큰 키가 되기도 하고 감정선을 흔들기도 한다. 미묘한 찰나가 재밌으면서도 어렵다. 의정은 복잡미묘하고 연륜 없이는 표현할 수 없는 인물이다. 20대에 의정을 만났다면 현장에 서 있었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가시밭길에도 ‘최악의 악’을 선택한 건 배우로서의 욕망이었다.

“누아르 장르는 제 필모그래피에서 특별한 만남이에요. 색다른 장르 안에 서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죠. 액션이나 에너지를 쏟아붓게 될 줄 알았지만, 의정은 그런 인물은 아니에요. 오히려 배우를 꿈꾸던 20대 시절 많이 본 8090 감성의 홍콩영화, 한국영화 속 인물의 감정과 가깝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더 친숙하고 공감이 갔죠. 지금을 살아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옛날 감성과 그 시절의 복잡미묘한 것들을 표현하는 게 재밌겠다 싶었어요.”

‘최악의 악’ 임세미.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임세미는 ‘최악의 악’에 대해 “해내고 싶은 게 많은, 지키고 싶은 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손에 쥐려고 하는 게 바닷모래 빠져나가듯 사라지고, 이루려는 것들이 점점 복잡해지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정리했다.

“의정은 결국 죽었나”라는 질문엔 이렇게 답했다.

“마음은 다 죽은 것 같아요.” 임세미가 잠시 말을 쉬었다.

“썩어 문드러지지 않았을까. 과연 부부가 부부의 모습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그게 가장 안타깝죠.”

김지우 온라인기자 zwo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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