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추도식 달려간 윤, 박근혜와 손잡고 '보수통합' 행보
친박 무소속 출마에 유승민-이준석 신당설
내년 총선 앞두고 보수 분열 우려…통합행보
윤-박, 1년 5개월 만 대면… 이번이 세번째
보수진영 박근혜 구속으로 윤에 앙금 많아
윤-박 화해 제스처…총선 앞두고 보수 집결
[서울=뉴시스] 박미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곧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장으로 달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은 '보수 통합' 행보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영남권에서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텃밭 민심마저 이반되고 있는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영남권에서 친박계 인사의 무소속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창당론까지 제기되면서 보수 분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 박 전 대통령과의 화해 행보를 통해 보수 진영에 단결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인 데다, 국정농단 수사로 '악연'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나는 장면 자체만으로도 과거 앙금을 털고 관계 회복을 원하는 보수 진영에게는 결집의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추도식 참석을 일찌감치부터 결심하고 여러 채널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을 설득해왔다고 한다.
이날 윤 대통령의 행보와 추도사 곳곳에서도 화해 의지와 보수진영 결집 의도가 읽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께 중동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통상 순방 후엔 대통령실 집무실로 가 쌓인 현안을 챙기고 참모들과 회의를 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추도식장으로 직행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경제성장 업적'과 '유신독재'라는 엇갈린 평가 속에서도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참석한 것 역시 보수 진영 결집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존경과 계승 의지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위로까지 넣었다. 보수 진영의 아이콘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띄우고 그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싸 안으며 보수 통합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세계사적 위업을 이뤄냈다"며 "박정희 대통령께서 이루어내신 산업화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튼튼한 기반이 됐다"고 평가했다.
산업화를 이뤄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에는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지만 민주주의와 연결하는 데는 반감이 있을 수 있는데도 윤 대통령은 산업화를 민주주의의 기틀로 봤다. 경제 성장이 개인의 자유를 더 크게 보장할 수 있다는 자신의 통치 철학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박정희대통령 탄신105돌 숭모제에 보낸 축전에서도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과 과학기술입국을 통해 지독한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경제성장과 산업화는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라고 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추도사에 "취임후 지금까지 92개국 정상을 만나 경제협력을 논의했습니다만 박 대통령께서 이루어내신 압축성장을 모두 부러워하고 위대한 지도자의 결단에 경의를 표했다"며 "저는 이분들에게 박정희 대통령을 공부하라, 그러면 귀국의 압축성장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늘 강조했다"고 전했다.
해외 정상들의 전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의 뜻을 우회적으로 표한 것이다.
이날 추도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대한 언급이 눈에 띈다.
윤 대통령은 "자랑스러운 지도자를 추모하는 이 뜻깊은 자리에서 영애이신 박 전 대통령과 유가족분들께 자녀로서 그동안 겪으신 슬픔에 대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비록 '(부모가 시해된 비운을 겪은)자녀로서 겪으신 슬픔'이라고 표현했지만, 국정농단으로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의 불명예를 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렇게 (추도식에)함께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린다"는 마무리 발언은 박 전 대통령도 추도식 참석이11년 만으로, 이날 자신과 나란히 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진심어린 마음으로 읽힌다.
그동안 보수진영에서는 윤 대통령이 검사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며 보수층에 상처를 냈다는 인식이 있었다. 윤 대통령 지지율도 대구경북지역에서 이전 보수정권 때와는 달리 안정적이지 않았던 것도 이런 정서적 측면과는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날 두 사람이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보수 진영의 단결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이날 박 전 대통령 묘소 참배도 유족들 없이 두 사람만 별도로 했다 한다. 이 시간 동안 두 사람이 총선 등 국내 정세와 관련한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짐작된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은 지난해 5월 9일 윤 대통령 취임식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당선인 시절까지 포함하면 이번이 세 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간 바 있다.
이날 이날 경북 구미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서도 추도식이 동시에 열렸는데, 윤 대통령은 이 곳에도 근조화환을 보냈다. 이 역시 현직 대통령 중에서는 처음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mypar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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