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난 대응은 ‘카카오 고객센터’ 문의?…먹통땐 “계속 기다려?”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3. 10. 2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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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장애 안내 메시지가 뜬 카카오톡 화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재난 상황에서 소통 창구로 사용되는 모바일 상황실 10개 중 9개가 카카오톡을 활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별다른 근거 규정 없이 특정 사회관계망서비스(SNS)만으로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서비스가 먹통이 될 경우 재난 상황 대응 자체가 마비될 수 있어서다.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이 전국 시·도 16곳과 시·군·구 217곳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재난 대응 과정에서 SNS를 통해 관계부서와 소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6곳 시·도 지자체 중에는 1곳을 제외한 모든 지자체가 SNS로 모바일 상황실을 구성했다. 전체 시·군·구 지자체의 경우 53.5%인 116곳이 이에 해당됐다.

SNS는 거의 대부분 카카오톡을 활용했다. 16곳의 시·도가 운영하는 모바일 상황실을 보면 36개 중 34개는 카카오톡으로 운영됐다. 전체 시·군·구 217곳이 운영하는 모바일 상황실 201개 가운데 93.3%인 188개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면 지자체 재난 상황 대처가 사실상 마비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톡은 지난해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메신저 기능을 포함한 각종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지난 1월과 5월, 심지어 이달에도 메시지 전송 등의 서비스가 작동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2016년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에는 ‘카톡 먹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파가 갑작스럽게 몰리는 경우에도 기지국 상태에 따라 통신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난 상황에서 SNS를 활용해 소통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한 지자체는 단 2곳뿐이다. 모바일 상황실의 개념을 재난대응 매뉴얼에 명시한 곳은 서울시가 유일했다. 나머지 지자체는 SNS 기반의 모바일 상황실을 운영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소방·의료기관도 상황은 크게 비슷했다. 현행법은 재난관계기관 간 상황 지시·보고·전파 과정에서 재난안전통신망을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용 의원은 “법적 근거가 미비하지만 재난 상황에서 관계기관이 신속하게 소통하기 위해 카톡 같은 모바일 상황실 활용이 어느 정도 강제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재난 시 통신 확보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민간 모바일 메신저에 의존할수록 재난 상황에서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통신 불가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높은 만큼 개선 대책 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공식 앱을 별도 개발하는 등 효율성·보안성·안전성을 담보할 재난 통신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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