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A는 예술이다" 전 로드FC 챔피언 이윤준의 새로운 도전 [이교덕 대담]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전 로드FC 밴텀급 챔피언 이윤준(35)은 총 전적 11승 2패를 쌓고 파이터에서 은퇴했다.
2016년 여름 급성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케이지에 오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2019년 12월 로드FC 057에서 시미즈 슌이치와 그래플링 경기를 가진 것이 은퇴전이 됐다.
이윤준은 로드FC 타이틀을 반납하고 글러브를 벗었으나 여전히 격투기와 함께한다. 최근엔 종합격투기(MMA) 팀을 만들어 본격적인 후진 양성에 들어갔다. 이름은 '팀 AOM(Art Of MMA)'로, "MMA를 예술적으로 하고 싶다"는 이윤준 자신의 철학을 담았다.
다음 달 12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생활체육으로 격투기를 수련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마추어 대회 '아트 오브'도 연다.
지난 25일, 최근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이윤준과 대화를 나눴다. 근황, 김수철 준비 상태, 손진수 복귀, 정찬성 은퇴에 대한 생각 등을 물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1 근황
이교덕 :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이윤준 : 체육관 열심히 운영하면서 지내고 있다가 조금 얼떨결에 아마추어 대회를 열게 됐다. 대회 준비하면서 지내고 있다.
이교덕 : 아마추어 대회를 여는 건 처음일 텐데, 그래서 더 바쁠 것 같다.
이윤준: 11월 12일 서울 강남 세텍(SETEC)에서 연다. 대회 이름을 '아트 오브 MMA'와 '아트 오브 킥복싱'으로 정했다. MMA와 킥복싱 아마추어 경기를 동시에 진행한다. 시간이 빠듯하다. 준비가 완벽하지도 않은 것 같아서 걱정이다. 홍보를 많이 했어야 했는데…. 시간이 촉박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교덕 : 일회성은 아닐 듯하다.
이윤준 : 격투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후원해 주고 계시다. 이분들이 함께 대회를 만들고 있다. 시합도 나온다. 이분들과 우리도 한번 해 보자고 의기투합해서 시작하게 됐다. 프로를 향한 무대가 아니라 생활 체육으로 수련하는 분들이 편하게 오를 수 있는,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내 인생이 격투기 자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요즘 너무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많아서 격투기가 안 좋은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맨손으로 싸우는…. 최근 유우성과 엄태웅 경기도 그렇고. 관심은 많이 받을 수 있겠지만 격투기가 그런 식으로만 비춰지는 게 씁쓸하다. 격투기에 인생을 걸었던 한 사람으로서 너무 더럽혀진다는 느낌이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대회를 생각하게 됐다.
이교덕 : 체육관을 운영하는 것과 대회를 총괄하면서 끌어가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이윤준 : 살면서 영업을 해 본 적은 없다. 그런데 영업이 너무 중요하더라. 난 영업 능력이 조금 떨어진다는 걸 최근에 느끼고 있다.(웃음)
이교덕 : 영업이라고 하면 스폰서 후원 쪽을 말하는 건가?
이윤준 : 그런 것도 있고, 참가자 독려 차원에서 여기저기 체육관에도 연락 드리는 일 등을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다 그렇다.
이교덕 : 앞으로는 영업 능력을 키워야겠다.
이윤준 : 팀을 꾸리고 있기도 하다. 선수부를 잘 키워 보는 게 새로운 목표다. 이 친구들을 좋은 무대에서 뛰게 하려면,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게 하려면 관장인 내가 발벗고 나서서 영업을 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도 앞으로 많은 분들과 만나면서 얼굴을 비춰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2 팀 AOM
이교덕 : 선수부 규모가 어떻게 되는가?
이윤준 : 15명 정도 있다. 프로 선수는 이예지와 이정현 두 명이다. 나머지는 다 아마추어다. 정식으로 팀을 만든 지 얼마 안 됐다. 날 믿고 와 준 친구들, 형님, 어린 친구들이 많이 있다.
이교덕 : 팀 이름은?
이윤준 : '아트 오브 MMA'다.
이교덕 : 이번에 여는 아마추어 대회와도 이름이 같다.
이윤준 : 그렇다. 어찌 보면 나의 정체성,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한다. MMA를 정말 예술적으로 하고 싶다. 아트 오브 MMA에서 앞 글자를 따서 '팀 AOM'이라고 불러 주시면 된다.
이교덕 : 아, 팀 AOM 기억하겠다. 얼마 전에 이예지가 복귀했다.(9월 10일 일본 딥 쥬얼스에서 후루세 미즈키에게 판정승) 몸이 굉장히 커진 느낌이었다.
이윤준 : 이예지도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하는 친구였는데 오랫동안 경기를 못 뛰었고 MMA 운동도 많이 못했다. 그 상태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근력 운동밖에 없으니까 몸이 좀 커졌다.
이교덕 : 이예지는 본격적으로 선수 활동 재개하는 건가?
이윤준 :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선수에 미련이 남아서 제대로 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고향을 떠나 내 밑으로 온 지는 얼마 안 됐다. 다시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후방십자인대를 다쳐서 4~5개월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끝까지 어떻게든 선수 생활을 해 보려고 한다. 이번에 일본에서 이기고 왔다. 가능성이 있는 친구다. 운동도 너무 열심히 한다.
이교덕 : 또 다른 프로 선수 이정현은 로드 투 UFC에서 패배하고 아직 경기를 안 뛰고 있다.
이윤준 : 이정현도 나한테 온 지 얼마 안 됐다. 로드 투 UFC 상대 마크 클리마코가 레슬러여서 레슬링 방어를 많이 보완하려고 했다. 타격은 원래 잘하니까, 타격은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상대가 막상 레슬링을 섞으면서 들어오는 상황에서 대처가 안 됐다. 아깝게 판정패했는데 어쨌거나 재능이 있는 친구고 어리다. 경험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UFC에 못 가더라도, 중소 단체에서 이기고 지고 하면서 더 단단해지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3 김수철 유수영 손진수
이교덕 : 오는 29일 원주에서 열리는 로드FC 066에 김수철이 출전한다. 토너먼트 결승전이다.
이윤준 : 우리 팀에서 금요일마다 합동 훈련을 한다. 김수철도 그때 온다. 계속 도와주고 있다. 이번에 세컨드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교덕 : 다 공개할 수 없겠지만 대략적인 전략을 말해 줄 수 있는가?
이윤준 : 김수철은 이번 상대와 비슷한 스타일의 강자들을 이겨 왔다. 상대 하라구치 아키라는 레슬링과 그라운드에 치중돼 있는 스타일이다. 우리는 게임이 잘 안 풀릴 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서 훈련했다. 나와 김수철은 정문홍 회장께 배워서 스타일이 비슷하다. 상황에 맞춰 내가 주문하면 김수철은 바로 경기에서 적용한다. 전략을 빠르게 바꿀 수 있다.
이교덕 : 김수철을 오랫동안 봐 왔다. 선후배로 굉장히 절친한데, 김수철은 어떤 사람인가?
이윤준 : 김수철은 파이터로 봤을 때… 옆에서 보면 정신병자 같다.(웃음) 강박이 심하다. 술, 담배야 말할 것도 없고 먹는 거 하나하나 진짜 철저하게 관리한다. 저렇게 살면 인생이 재밌나 싶을 정도로. 인생이 운동이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겨서 운동을 빠지면 너무 힘들어할 정도다. 그런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친구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니까 조금씩 변화하는 걸 느낀다. 예전에 너무 딱딱한 김수철이었다면 지금은 부드럽게 둥글둥글 돼 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교덕 : 요즘 들어서 국내 벤턴급의 랭킹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높다. 이윤준 관장도 한때 이들과 정상급에 계셨으니까, 밴텀급 톱 2는 김수철과 강경호라고 인정하는가?
이윤준 : 인정한다.
이교덕 : 그럼 세 번째가 누구인가? 로드FC의 떠오르는 강자 양지용도 있고, 블랙컴뱃의 유수영도 있다.
이윤준 : 현시점에서 양지용보다 유수영이 셀 것 같다. 유수영이 더 안정적인 스타일이다. 양지용이 타격이나 주짓수를 잘하지만 선제적인 공격 레슬링이 있는 선수는 아니다. 타격을 기본으로 하고 상황에 따른 주짓수를 구사하는 스타일이다. 보통 이런 경우 레슬링 압박이 센 친구들이 이기는 편이다. 유수영도 완전한 파이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라운드와 레슬링이 정말 막강하지만 타격은 좀 부족하다. 그래서 정상급 선수는 아직 아니라고 보고 있다. 강경호나 김수철을 보면 타격, 레슬링, 그라운드 등 하나 빠지는 거 없이 다 잘한다. 아까 말했던 두 선수 유수영과 양지용이 그 레벨에 비비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이교덕 : 김민우와 유수영이 내년 붙는다고 한다. 어떻게 그려 볼 수 있을까?
이윤준 : 블랙컴뱃에서? 오호. 이 경기는 기대가 되긴 하다. 애매하다. 스트라이커와 레슬러의 맞대결 양상으로 갈 것 같다. 김수철이 예전에 압박 레슬링으로 김민우를 이겼는데, 유수영이 그걸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어쨌든 김민우도 그 당시보다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더 성장했을 텐데, 최근에 경기를 많이 안 뛰었으니까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하다. 테이크다운 디펜스를 하면 김민우가 이기는 거고 못하면 유수영이 이기는 그림 같다.
이교덕 : 밴텀급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하나 있다. 손진수다. 손진수는 팀 AOM 소속 멤버인가?
이윤준 : 합동 훈련할 때 오는 거고 지금은 그냥 프리다.
이교덕 : 올해 약사 시험을 보고 내년에 복귀 준비를 한다고 들었다. 그러면 이윤준 관장과 함께 준비하게 될까?
이윤준 : 계획은 그렇다고 들었는데 디테일하게 손진수와 얘기 나눈 건 없다. 기회가 되면 너무 도와주고 싶다.
이교덕 : 가끔씩 오는 손진수는 어떤가? 감각이 살아 있다고 보는가?
이윤준 : 감각은 살아 있다. 그런데 체력이 안 살아 있다.(웃음) 손진수는 노력형 파이터다. 처음 나와 운동할 때, 그 스트레이트 하나만큼은 예술이었다. 다만 전반적으로 섞어 주는 게 없었다. 난 소위 더럽게 싸우는 스타일이다. 여러 가지 섞어 주는 걸 잘하는 스타일인데, 그런 걸 금방 쪽쪽 빨아 먹고 자기 걸로 만들었다. 지금은 전반적으로 다 잘한다. 복귀한다면 예전과는 다른 손진수를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기대하고 있다.
이교덕 : 손진수가 복귀하면 지금 톱 2와 경쟁할 수 있다고 보는가?
이윤준 : 유수영이나 양지용보다는 한 단계 윗 레벨이라고 생각한다. 강경호와 김수철, 유수영과 양지용 그 중간쯤에 있지 않을까.
#4 MMA라는 예술
이교덕 : 지금 키우고 있는 선수 중에 프로 데뷔를 앞둔 선수도 있는가?
이윤준 : KMMA라는 아마추어 대회가 있다. 거기서 시합을 뛰었던 친구들이 있다. 좋은 기회로 11월 4일 GFC(젠틀맨플라워FC)에서 프로로 데뷔하는 두 명이 있다. 아직까지 내 마음에 쏙 드는 건 아니지만(웃음) 그래도 잘해 나갈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다.
이교덕 : '키보드 워리어' 김승연과 찍은 유튜브를 봤다. 비슷한 질문이 있어서 한 번 더 물어보고 싶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은퇴했다. 오랜 인연이 있던 선배의 퇴장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 있을까?
이윤준 : 결과가 조금 아쉽게 돼서 그게 마음이 아팠지만, 마지막에 불사르는 느낌이었고 그게 정찬성(형님)의 매력이지 않나. 그 형님이 가진 진짜 엄청난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보여 주려고 했던 모습에서 마음이 뭉클했다. 이제 은퇴했으니까 김동현(형님)과 더불어서 한국 격투기의 상징적인 인물로 계속 남아 있으면 좋겠다. 그분들을 보고 꿈을 키워 가는 많은 선수들이나 어린 친구들이 있다. 지금처럼 유튜브나 방송에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 주시길 바란다.
이교덕 : 인간 이윤준의 인생, 어떤 지향점을 향해 가고 있는가?
이윤준 : 아트 오브 MMA라는 이름으로 계속 이윤준을 알리고 싶다. 아마추어 대회를 통해서든, 훌륭한 선수를 키워서든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격투기를 너무 사랑하니까 이 격투기 안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다.
이교덕 : 인스타그램에서 본 글이 눈에 띄었다. "MMA가 재밌다"는 말. 아직도 MMA가 재미있는가?
이윤준 : 당연히 재밌다. 원초적인 운동이지만 기술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내가 원래 '킥쟁이' 아닌가. 요즘에 킥쟁이의 시대가 오고 있다. 저스틴 개이치도 그렇고, 이번에 이슬람 마카체프가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를 KO 시켰던 패턴도 그렇고. 어찌 보면 미련이다. 선수로서 미련. 선수 시절 때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현재 UFC에서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내가 추구하던 스타일이, 내가 추구하던 MMA가 맞구나' 하는 아쉬움도 들고, 확신도 든다.
이교덕 : 그럼 이제 그 확신을 다른 선수들에게 전수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겠다.
이윤준 : 내 아바타를 빨리 만들어서 증명하고 싶다. 결과물이 언젠간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교덕 : 끝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윤준 : 11월 10일 세텍에서 여는 '아트 오브' 대회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도록 노력하겠다. 격투기는 일반 사람들도 즐길 수 있다. 격투기 하는 법, 그것을 잘 알려 주고 싶다. 격투기를 모든 사람들이 재밌게 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그 순간까지 계속 노력하겠다.
이교덕 : 격투기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려 주시길 바란다.
이윤준 : 꼭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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