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트럼프’ 존슨 하원의장 선출…민주당과 갈등 심화될듯
강경 보수 성향에 '친트럼프 의원'이 결정적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내년 예산안 통과 난망
최종 승자는 '트럼프'…매카시 해임동의 민주당 악수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하원이 마이크 존슨(51) 공화당 의원을 신임 하원의장으로 선출했다. 지난 3일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해임 이후 22일 만에 하원의장 공백 상태가 해소됐다. 공화당 내 갈등은 수면 아래로 내려가긴 했지만 ‘친(親)트럼프’ 성향인 그가 당선되면서 바이든 행정부 및 민주당과 대결구도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존슨 의장은 취임 연설에서 “의회에 대한 미국인의 신뢰가 위태로운 상황이고, 우리는 이 무너진 신뢰를 재건해야 하는 도전을 앞두고 있다”며 “위험에 빠진 세계는 강력한 미국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자유의 횃불”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의장은 헌법 전문 변호사 출신으로 2015∼2017년 루이지애나주 주 하원의원을 거쳐 2017년부터 연방 하원의원으로 재임 중이다. 딱히 중요한 보직을 역임한 경력이 없어 하원의장으로서 정치적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그간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공화당 내 초강경 보수주의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프리덤 코커스 공동설립자인 짐 조던 법사위원장과 친분이 깊다. 임신중지(낙태)에 대한 형사 처벌을 옹호하고, 성소수자 관련 사안에서도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 성적 정체성 및 성적 지향 교육 금지 등을 주장하는 등 강경 보수 성향을 보인 점도 프리덤 코커스가 그를 지지한 이유다.
무엇보다 존슨 의장은 대표적인 ‘친 트럼프 의원’이다. 존슨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한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시도를 설계한 대표적 인물 중 하나다. 그는 2020년과 2021년 상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 재판을 진행했을 때 변호인단에 참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존슨 의원이 당선되자 “그는 위대한 의장이 될 것”이라고 소셜미디어에 축하 글을 남겼다.
민주당으로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파트너다. 당장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통과부터 삐걱댈 공산이 크다. 백악관은 1000억달러(약 135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지원 긴급예산안을 하원에 상정했다. 존슨 의장은 이스라엘 지원 예산에는 찬성을 하고 있지만, 당내 강경파의 주장대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줄곧 반대해 왔던 만큼 민주당과 예산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11월 중순 종료되는 임시예산 기한 내에 2024회계연도 예산안 통과 가능성도 더욱 낮아지고 있다. 공화당 강경파들은 예산안 대폭 감소를 요구하고 있는 터라 자칫 매듭이 지어지지 않으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위기가 다시 터질 수 있다. 앞서 공화당 강경파들은 민주당과 부채한도 협상과 임시예산안 처리를 빌미로 매카시 전 의장 해임을 밀어붙였던 만큼 존슨 의장에게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존슨 의장은 이날 “즉시 부채 위기를 다루기 시작할 것”이라면서도 셧다운을 피할 계획을 묻는 질의에는 답을 피했다.
미국 역사상 첫 연방 하원의장 해임 및 장기간 의장 공석 사태의 최대 승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 초강경파 의원들의 배후에 자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신의 존재감과 정치적 영향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은 매카시 전 의장 해임안에 동의했던 게 오히려 악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히려 더 강경한 보수파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에 가까운 존슨 의장을 맞이하면서 각종 법안 통과가 더욱 더뎌질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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