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선 대응 작전에 쏟아지는 비판…대군 신뢰 돌아봐야 [취재파일]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2023. 10. 2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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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 속초 앞바다에서 해경 함정에 예인되는 북한 목선

그제(24일) 새벽 북한 소형 목선이 동해 북방한계선 NLL을 넘어온 것을 두고 '구멍', '경계 실패'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우리 군이 여러 탐지장비로 속초 동북방 해상의 의심 물체를 추적하다가 현장 근접 확인이 필요한 정도의 물체로 판단해 표적 번호를 부여하기까지 3시간 이상 걸린 것에 비판의 초점이 모였습니다.

군은 억울하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레이더, 열영상감시장비로 동해 바다에 떠있는 수많은 물체들 중 목선을 콕 짚어내는 것이 고난도 작업인 데다, 2019년 6월 북한 목선이 동해에 사흘간 머물다 삼척항에 접안하도록 몰랐던 사건에 비하면 이번 작전은 정상적이었다는 것이 군의 반박 논리입니다. 사실, 납득이 되는 면이 있는 주장입니다.

문제는 군이 바르게 행동하고 바른말을 해도 잘 먹히지 않는 세태입니다.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면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입니다. 신뢰 상실은 군에 치명타입니다. 왜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군은 심각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멍 뚫렸다" 신랄한 비판

합참과 국방부에 따르면 그제 오전 4시쯤 동해 먼바다 NLL 북방에서 특이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북한 함정의 NLL 침범, 어선의 남하 가능성 등에 대비해 오전 4시에서 5시 사이 군은 초계기와 함정을 급파했습니다. 오전 5시 반쯤 NLL 이남 50km, 속초 동북방 18km 해상에서 의심 물체가 레이더에 처음 포착됐습니다. 6시 반쯤 열영상감시장비에도 잡혔습니다.

합참은 "오전 7시 3분 추가적인 현장 근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표적 번호를 부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7시 10분쯤 우리 민간 어선이 북한 목선을 발견하고 해경에 신고했습니다. 3시간 10분 만에 민간인 신고로 의심 물체의 정체가 뚜렷하게 밝혀진 것입니다.

400km 길이의 동해 NLL 이남 드넓은 바다에 떠다니는 물체가 워낙 많기 때문에 레이더나 열영상감시장비로 바로 딱 잡아서 정체를 식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번처럼 크기와 속도, 방향 등에서 특이점을 찾고 추적하다가 영 수상하다 싶으면 현장 확인을 하는 것은 정상적인 해상 감시 작전입니다.

그럼에도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NLL에서 수십km 내려올 때까지 군과 해경은 감시를 못했기 때문에 경계작전 실패"라며 "선박주의보를 발령해 육해공군 합동작전이 이뤄졌어야 하는데 주의보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야당 의원만이 아니라 보수·진보 매체들도 일제히 "우리 민간 어선이 발견하도록 군은 못 찾았다"며 군을 맹폭했습니다.
 

볼멘소리보다 자아비판이 먼저

군은 억울하다며 어제 언론 브리핑을 열어 북한 목선 대응 작전을 재차 설명하려고 계획했었습니다. 하지만 "전날 비판적 논조가 바뀔 리 없고 오히려 추가 기사들만 양산될 것"이라는 내외부 조언에 언론 브리핑을 취소했습니다.

억울해할 필요 없습니다. 자업자득 같습니다. 군이 수십 년째 외치고 있는 '철통 같은 경계', '물 샐 틈 없는 방어' 등 실현 불가능한 구호를 떠올리면 구멍 비판은 당연합니다. 군 스스로 "문재인 정부의 군대는 부실했고, 윤석열 정부의 군대는 바로 섰다"고 말하고 있으니 소소한 허점에 거센 비판이 따라도 할 말 없습니다. 애초에 문재인 정부의 군과 윤석열 정부의 군을 구분 짓는 것 자체가 군의 자기부정이나 다름없습니다. 군이 삼가야 할 정치적 행위의 일종입니다.

군의 정치적 언행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해병대 수사단 파문에서 절정에 달했습니다. 군부통치의 역사가 아직 잊히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군의 정치적 언행은 곧바로 군에 대한 신뢰의 저하로 이어집니다. 군이 해상 경계작전을 잘했다고 소리쳐도 군을 믿지 못하니 좋은 소리가 나오기 어려운 것입니다.

또 대군 신뢰가 떨어지면 군인의 자긍심과 지휘관의 영이 동시에 약화되는 것은 주지의 상식입니다. 즉, 전력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은 "홍범도 장군 등 독립영웅 흉상이 대적관을 흔든다"고 하는데, 홍범도 장군 흉상이 대적관 흔들까 걱정하기보다 군의 정치적 행위가 대군 신뢰 흔드는 것을 걱정할 때입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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