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연해진 미·중관계 안정화 신호…왕이 방미, 양측서 계속된 유화메시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가시화되면서 미·중 관계 안정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 외교수장인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정상회담 논의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가운데 양측은 계속해서 유화적인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왕 부장은 지난 25일 중국을 방문한 개빈 뉴섬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만나 “시 주석은 중·미 관계의 기초는 민간에 있고 희망은 인민에 있으며 미래는 청년에 있다고 말했다”며 “뉴섬 주지사의 중국 방문은 기초를 다지고 희망을 심으며 미래를 개척하는 쇄빙의 여행”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26일 전했다. 왕 부장은 이어 “중국은 건강하고 안정적인 중·미 관계를 실현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촉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초청으로 26∼28일 미국을 방문한다. 왕 부장의 미국 방문은 조 바이든 정부 들어 처음이다. 지난 6월 블링컨 장관 방중에 따른 답방 성격을 갖지만, 실질적으로는 다음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양국 정상회담 준비와 조율에 방점이 찍혀있다. 왕 부장은 이를 위해 카운터파트인 블링컨 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왕 부장은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도 만나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방문에 앞서 뉴섬 주지사의 만남을 계기로 양국 관계 개선과 안정화 의지를 전달한 셈이다.
시 주석도 직접 뉴섬 주지사를 접견하며 우호적인 메시지를 발신했다. 시 주석은 전날 뉴섬 주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중·미 관계가 오늘날까지 발전해온 성과는 어렵게 얻은 것으로 더욱 귀하게 여길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대미 정책은 상호존중과 평화공존, 협력공영으로 일관돼 왔고 계속해서 이 방향을 향해 노력할 것”이라며 “미국 역시 중국과 함께 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 쪽에서도 왕 부장 방미에 앞서 유화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설리번 보자관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미국과 중국은 경쟁을 관리하고 긴장을 완화하며 함께 직면한 도전을 해결해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고위급에서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중국이 (관계) 안정화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신호들이 있었다”며 “불가피하게 긴장이 고조됐을 때도 소통 채널이 유지될 수 있는지가 진짜 시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이후 1년만에 미·중 정상회담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양측이 최근 들어 각 분야에서 접촉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관계 안정화의 기반이 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왕 부장 방미 직후 29∼31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군사·안보 분야 행사인 ‘샹산포럼’에 참석해 양국 간 군사 대화 재개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최근 앞으로 수개월 내에 양국 군 간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던 리상푸(李尙福) 중국 국방부장이 최근 면직된 것도 양국 간 군사 대화 재개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양측은 앞서 화상으로 경제 분야 워킹그룹의 첫 회의도 가졌다. 미국 재무부와 중국 재정부의 차관급 인사가 참여한 회의에서는 양국 및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양국은 지난해 정상회담과 지난 7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방중 당시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로 지난달 경제·금융 분야 협력을 위한 워킹그룹을 발족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최근 중·미간 다양한 차원의 상호작용은 양국 관계 안정의 기회를 제공하고 고위급 회담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 안정적인 중·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견을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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