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심고 꽃 향기 맡으며 마음 회복하는 치유농업 효과는?

박미라 기자 2023. 10. 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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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경증치매노인 대상 프로그램
상반기 우울감 38% 감소 등 효과
지난 2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 위치한 제주치유농업센터 앞마당 잔디밭을 맨발로 걷고 있는 치유농업 참가자들. 박미라 기자

“아이고 좋다. 잔디가 따듯하고 좋네. 노래도 30년 만에 불러보고…”. 지난 2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 위치한 제주치유농업센터 앞마당 잔디밭을 맨발로 걷던 A할아버지가 다른 참가자들과 ‘고향의 봄’ 노래를 흥얼거린 후 말했다. 경증치매 노인을 위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르신들은 이날 잔디밭에서 따스한 햇볕을 쬔 후 몇주 전 직접 심은 꽃이 잘 자라는지 유심히 들여다봤다.

실내로 돌아온 후 향기 가득한 꽃잎으로 자신의 이름을 써보고, 꽃바구니도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이날 “햇빛도 쐬고 좋은 향까지 맡으니 기분이 좋아졌다”면서 “다들 건강하고 풍성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서로에게 덕담을 건넸다. 치유농장을 운영 중인 김영순 강사는 “허브식물을 만지고 나를 위한 꽃바구니를 꾸미다 보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린다”면서 “어르신들 대부분 가장 큰 문제가 외로움인데, 이곳에서 서로에서 따뜻한 말을 듣고 본인들도 예쁜 꽃처럼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도와드린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올해 본격적으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제주에서도 치유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상반기(3~6월)에 이어 하반기(9~11월)에도 치유농업센터에서 경증치매 노인 20여명을 대상으로 인지기능과 심신기능을 높이기 위한 치유농업 프로그램 ‘초록쉼터’를 진행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서귀포시 치매안심센터를 오가는 노인을 대상으로 조를 짜 격주로 8회에 걸쳐 진행 중이다.

지난 2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 위치한 제주치유농업센터 앞마당 잔디밭에서 햇살을 쬐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미라 기자
지난 2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 위치한 제주치유농업센터에서 치유농업 참가자들이 꽃바구니를 만들고 있다. 박미라 기자

치유농업은 농촌의 자원이나 농업 활동, 농촌의 환경과 문화 등 농업과 관련된 모든 소재를 활용해 사회적·심리적·육체적 건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업과 활동을 말한다.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의학적,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치유하는데도 이용될 수 있다. 제주에서 진행 중인 경증 치매노인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보면 반려식물 심기, 좋아하는 향으로 디퓨저 만들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꽃꽂이, 귀뚜라미 소리 듣기, 텃밭 만들어 수확하기 등 다양하다.

도농업기술원이 상반기 참여 노인 16명을 대상으로 치유농업프로그램 효과를 측정한 결과 객관적 인지기능은 4.6% 향상되고 주관적 기억감퇴는 18.6%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노인 우울감은 38.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참여자들은 ‘살다 보니 이렇게 호사로운 일도 하게 됐다’ ‘더 힘을 내 삶을 이어 가겠다’ ‘나를 위해 이렇게 준비해줘 너무 감사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도농업기술원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치매노인을 위한 초록쉼터,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초록정원,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초록노트, 일반인을 위한 초록다방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치유농업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현재까지 400명 가까운 이들이 참여했다.

김도희 치유농업사는 “치유농업이 체험농장 등과 다른 점은 참여자의 요구와 건강상태까지 파악해 프로그램을 짜고, 체험 전후의 효과를 분석한다”면서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 사회를 사는 국민 누구나 치유농업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초록다방은 지난 9월로 마무리됐으나 2021년부터 국가자격증인 치유농업사가 배출되면서 민간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치유농장 13곳과 치유마을 2곳도 민간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해부터 몇몇 프로그램이 시범적으로 운영됐으나 올해 본격적으로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고 이달 초에는 치유농업센터도 문을 열었다”면서 “치유농업의 효과성이 입증된만큼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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