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투 중단’이냐 ‘휴전’이냐…헛도는 유엔 안보리

이본영 2023. 10. 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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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미국 vs 중·러·아랍 대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가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일시적인 전투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으나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어 러시아가 만든 ‘휴전’ 결의안이 제출됐지만 이번엔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통과를 막았다.

미국은 25일 안보리에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보유를 확인하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품 제공을 위한 ‘인도주의적 전투 중단’(humanitarian pause), 민간인 보호, 가자지구 조직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미국은 다른 이사국들의 의견을 반영했다며 21일 회람된 초안에는 없던 “가자지구에 원조를 제공하기 위해 인도주의적 전투 중단 등 모든 필요한 수단”을 써야 한다는 표현을 추가했다.

유엔 무대에서 이스라엘을 옹호해온 미국이 이런 내용을 담은 것은 가자지구에 대한 연이은 폭격으로 인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지금은 국제사회와 안보리, 우리 모두에게 시험의 순간”이라며, 인도적 지원 기관들과 협의한 내용이고 민간인 보호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표결 결과는 부결이었다.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을 합친 전체 15개국 가운데 10개국이 찬성했지만, .중국·러시아·아랍에미리트연합이 반대하고, 브라질·모잠비크는 기권했다. 가결 요건 가운데 ‘15개국 중 9개국 이상 찬성’은 충족했으나 거부권을 지닌 상임이사국 두 곳(중·러)이 반대해 결의안은 채택되지 못했다.

중·러 등은 반대의 이유로 휴전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이 초안은 싸움을 끝내는 휴전에 대한 세계의 강력한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장 대사는 “지금 시점에 휴전은 단지 외교적 용어가 아니라 많은 사람의 삶과 죽음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안보리는 이어 러시아가 ‘인도주의적 휴전(humanitarian ceasefire)’과 가자지구 북부 대피령 취소 등의 내용을 담아 낸 결의안에 대한 표결에 나섰다. 이 안엔 러시아·중국·가봉·아랍에미리트연합이 찬성했지만 거부권을 가진 미국·영국이 반대했다. 다른 9개국은 기권했다. 지난 16일에도 러시아가 제출한 휴전 촉구 결의안이 미국 등 4개국이 반대하고 6개국이 기권하면서 부결된 바 있다. 18일에는 브라질이 작성한 ‘인도주의적 전투 중단’ 결의안에 12개국이 찬성했지만, 미국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는 표현이 빠졌다는 이유로 홀로 거부권을 행사해 통과를 막았다.

안보리가 거듭된 표결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것은 ‘전투 중단’과 ‘휴전’ 중에 무엇을 택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전투 중단’은 구호품 공급을 위해 일시적으로 공격을 중단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휴전’은 공식적이고 장기적인 공격 중단을 의미한다고 받아들여진다.

조 바이든 대통령 등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하면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이나 지상군 투입 계획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시적인 전투 중단만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견줘 가자지구의 참상에 초점을 맞추는 쪽은 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안보리가 공전하는 가운데 이 문제는 유엔 총회에 회부될 것으로 보인다. 요르단은 ‘즉각 휴전’ 등을 담은 결의안 초안을 26일 유엔총회 비상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총회 표결에는 거부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 등이 반대해도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다. 이런 결의는 강제력은 없지만 많은 국가가 뜻을 모은다면 정치적 무게가 실린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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