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한진해운 사태 재현?…아시아나 이사회에 쏠리는 눈

김정연 기자 2023. 10. 2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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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절차를 진행 중인 대한항공은 EU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아시아나의 화물 사업 매각이 선결조건입니다. 

아시아나 이사회가 이 부분을 수용할지를 두고 다음주 이사회를 엽니다. 

결과에 따라 3년 간 이어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작업이 백지화될 수 있습니다. 

김정연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유럽 쪽에선 화물 사업 매각 없이는 합병 승인 사실상 못해준다 이런 입장인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양사 합병을 심사하는 EU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병하면 주요 여객·화물 노선 독점이 우려된다며 관련 시정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는데요.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파리와 로마 등 주요 유럽 노선을 반납하는 방안과 화물 사업부를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 이 두 가지를 시정안에 담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런데 바로 진행할 수 있는 노선 반납과 달리 화물 사업부 매각은 사업을 파는 것이다 보니 아시아나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요. 

30일 이사회에서 이 화물 사업부 매각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진들은 현재 화물 사업을 매각하는 것이 배임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또 이를 매각하지 않고 합병을 하지 않는다면 아시아나의 독자 생존은 가능한지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앵커] 

현재 아시아나 이사회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요? 

[기자] 

아직까지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은 총 6명인데, 안건이 통과되려면 과반인 4명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절반만 찬성해도 의결될 수 없다 보니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이사진들의 3가지 고민거리 중에 가장 쟁점인 부분이 '배임죄 해당 여부'인데요. 

화물 사업이 아시아나 영업 실적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를 매각하는 것은 회사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화물 사업은 아시아나 매출의 80% 가까이를 차지했고, 엔데믹에 들어선 지난 상반기에도 8천억 원 가까이 매출을 냈습니다. 

또 화물 사업 매각이 아시아나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보니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입니다. 

[앵커] 

만약 이사회에서 화물 사업 매각안이 의결되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기자] 

합병 승인의 키를 쥐고 있는 EU가 요구한 사안이기 때문에 매각안이 의결되지 않는다면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은 사실상 어려워집니다. 

이럴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지금도 재무 상황이 나쁘다 보니 독자 생존하지 못하고 파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막대한 항공기 리스료와 이자 등을 내고 있는 아시아나의 현재 부채 비율은 1700%입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LCC보다도 훨씬 높습니다. 

또 이미 대우조선해양과 KDB생명보험 등의 매각에도 실패한 경험이 있는 가운데 아시아나에 수년간 투입한 대규모 공적 자금도 회수하지 못하게 될 산업은행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강석훈 / 산업은행 회장 (24일 정무위 국정감사) : 만약에 아시아나 합병이 되지 않으면 기존에 투입한 3.4조 원의 회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고요. (화물 사업을) 살리기로 의결이 된다면 또 국민의 혈세 또는 공적 자금이 얼마나 들어갈지 알 수 없는 상황…] 

이렇게 되면 산업은행은 지난 2020년 아시아나 인수 조건으로 대한항공을 지원하기 위해 매입한 한진칼 지분을 되팔 가능성도 높은데요. 

그러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호 세력 지분이 낮아지게 돼 경영권 분쟁이 재발할 우려 적지 않아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불리하게 됩니다. 

[앵커] 

그런데 아시아나의 화물 사업이 상당히 큰 규모인 이사회에서 매각 결정을 해도 후폭풍이 적지 않은 상황이죠? 

[기자] 

아시아나의 화물 사업이 국내 저비용항공사에 인수되지 못할 경우 외국 항공사에 매각될 수 있는데요. 

이런 경우 국부 유출 우려도 있고, 국내 항공 산업의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화물 매각을 위해 자문사를 통해 진행하고 있는 예비입찰에 국내 항공사들은 아직까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지난 2017년 한진그룹 소속 해운사인 한진해운의 파산 당시에도 한진해운이 수십 년간 쌓아온 영업 정보와 물류 네트워크가 머스크 등 해외 선사로 넘어갔는데요. 

이 때문에 국가 기간산업인 국내 해운업의 영향력이 크게 줄었습니다. 

다만 아시아나의 화물을 떼어서라도 두 항공사가 통합되는 것이 오히려 국내 항공 경쟁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황용식 /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 화물 사업이 워낙 알짜 사업이고, 그렇다 보니 시너지 효과에 대한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데 대한항공이 갖고 있는 화물 운송 사업이 남게 되기 때문에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집적된 기술력이라든지 특허라든지 그런 부분에서 놓치는 부분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앵커] 

그런데 아시아나가 이사회에서 화물 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더라도, 곧바로 인수합병 되는 건 아니잖아요? 

[기자] 

EU 외에도 미국과 일본의 승인 절차가 남았는데요. 

이곳 중 어느 한 곳이라도 불승인하면 양사의 기업결합은 무산됩니다.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을 결정해 EU의 합병 승인을 받아내더라도, 미국과 일본도 자국 기업들에 유리하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에 추가 노선 반납이나 추가 사업 매각 등을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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