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은 왜 문제아가 됐나?…대주주 먹튀·미수금 사태 [금융가 인사이드]

조슬기 기자 2023. 10. 2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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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위탁매매 점유율 1위이자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증권사, 바로 키움증권입니다. 

낮은 수수료와 온라인 거래를 앞세워 빠르게 몸집을 키워 온 곳인데요. 

너무 성장에만 치중해 온 탓인지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김익래 전 회장 연루 의혹이 불거진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 파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의 근원지로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키움증권이 왜 증권업계의 문제아가 됐는지, 조슬기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키움이 어쩌다 주가조작 사태에 재차 연루된 건가요? 

[기자] 

지난 18일 발생한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가 도화선이 됐습니다. 

1년 전 불과 2천 원대였던 주가가 올해 5만 원대까지 20배 가까이 뛰었는데요. 

증권가에서 우량주로 주목받아 온 제지회사로 평가받아왔는데, 그랬던 회사 주식이 하루아침에 하한가로 곤두박질친 건데요. 

모회사 대양금속도 이날 하한가로 추락했는데요. 개장 후 30여분 만에 두 종목이 하한가로 떨어졌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가조작 일당 4명이 체포되면서 벌어진 일인데요. 

일당이 붙잡히면서 같이 주가조작을 해 온 세력들이 갖고 있던 주식들을 한꺼번에 매물로 쏟아낸 겁니다. 

영풍제지 시가총액 6천7백억 원이 이날 단 하루 만에 허공으로 날아갔고 주식은 곧바로 거래 정지됐습니다. 

그로부터 이틀 뒤 키움증권에서 금요일 장 마감 이후 저녁 7시 초쯤 공시 하나가 슬그머니 올라옵니다. 

영풍제지 주식 거래정지 여파로 5천억 가까운 미수금이 발생했다는 소식인데요. 

이 소식이 주말 사이 전해지면서 키움증권이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와 연관이 있는 증권사라는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앵커] 

유독 키움만 뭇매를 맞는 이유가 뭐죠? 

[기자] 

현재 '작전주'로 의심을 받고 있는 영풍제지 거래 계좌 대다수가 키움증권에서 개설됐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은 주가조작 일당이 키움 계좌 100여 개를 동원해 영풍제지의 주가를 끌어올려 자그마치 1천 억대 부당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영풍제지에만 대규모 금액으로 미수를 사용해 매매를 한 계좌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주가조작 세력들이 키움증권에 계좌를 개설해 시세조종에 나섰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인데요. 

특히, 다른 증권사들이 영풍제지의 이상거래를 감지하고 미수거래를 중단한 반면 키움증권은 증거금만 40%를 내면 미수거래가 가능하도록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 6월부터 7월부터 타 증권사는 다 (증거금률을) 100%로 올렸단 말이야. 영풍제지… 미수를 쳐서 매수할 사람들은 다 타사에서 빼가지고 다 키움으로 갔을 거라고…] 

[앵커] 

일종의 주가조작 창구 역할을 한 셈이네요? 

[기자] 

앞서 라덕연 사태 때도 김익래 전 회장이 연루됐던 바 있는 만큼 충분히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만한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위험 관리를 소홀히 해 주가조작 규모를 늘린 결과를 낳았는데요. 

하한가 사태가 벌어지기 두 달 전부터 한국거래소가 영풍제지를 투자주의·경고 종목으로 지정했음에도 미수거래를 막지 않은 건 주가조작 세력에게 편의를 봐준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키움증권의 허술한 위험 관리는 영문도 모른 채 영풍제지 주식에 투자했다가 거래정지 조치로 피해를 입은 선량한 개인 투자자들 피해로 이어졌는데요. 

영풍제지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반대매매로 주가가 더 떨어질 공산이 커 일반 투자자 손실이 훨씬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앵커] 

가뜩이나 장도 어려운데 키움이 증권가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힐 것 같아요? 

[기자] 

아무래도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당국의 관리감독 강화도 시간문제이기 때문인데요. 

증권사마다 급등주를 중심으로 미수거래를 속속 차단하며 혹시 모를 불똥이 튀지 않을까 납작 엎드리고 있습니다. 

증거금률을 낮게 방치했다 이번 사고가 터진 만큼 당분간 보수적으로 운영하자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또 이번 사태가 증권사의 위험 관리 역량에 의구심을 키웠고 투자자 신뢰도도 추락하면서 증권사를 향한 불신이 커질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금융당국의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도 나오죠? 

[기자] 

영풍제지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12배 이상 상승하면서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해 온 종목입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8월 의혹을 발견하고 매매데이터 분석과 자금 추적 끝에 강제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하며 지난달 패스트트랙(긴급조치)으로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첩했습니다. 

그러나 주가가 폭락한 지난 18일까지 한 달 반 동안 키움증권에 아무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증권사에 위험을 고지했더라면 하한가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개인 투자자들은 항변하고 있습니다. 

[김대종/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세계 최고의 전산 (시스템 운영) 실력을 가지고 있고 금융당국도 이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데 즉각적으로 조치를 못 한 건 금융감독당국 책임이 크다….] 

[앵커] 

키움증권은 미수금을 잘 회수할 수 있을까요? 

[기자] 

일단 영풍제지 거래가 재개되는 대로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최대한 회수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회수할 수 있는 금액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데요. 

반대매매를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하한가가 발생하면 회수 금액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키움 측이 밝힌 미수금 규모에 평균 변제율 30~50%를 적용했을 경우 최대 손실 규모가 1천900억 원, 하한가가 사흘째 이어지면 2천억 원, 하한가가 닷새 연속 이어지면 3천500억 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 4월 발생한 CFD 관련 손실 800억 원도 회수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회수 기간은 더 길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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