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탐욕과 거짓말, 먹튀, 오만…어쩌다 카카오는 이런 기업이 됐을까

고정현 기자 2023. 10. 2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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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프링] 자본주의의 괴물 '에리시크톤'을 연상케 하는 카카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로비에 포토라인이 그어졌습니다. 1999년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경찰도 하지 못한 '재벌 회장 포토라인'을 금감원 특사경(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 해냈다고 놀라워했습니다.

그 배경엔 검찰 출신 수장인 이복현 원장 취임 등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금감원의 '혐의 입증 자신감'일 겁니다. 변호인단에서 수차례 출석 시간 변동 등을 요구한 걸로 알려졌는데, 금감원이 이를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그룹 총수를 공개 소환해도 뒷말이 나오지 않을 만큼 수사 준비가 잘 돼 있다는 뜻인 겁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재계 순위 15위 카카오의 창업자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은 이렇게 포토라인에 서며 금감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 탐욕

<혁신의 아이콘에서 탐욕의 상징으로>라는 말도 사실 카카오한테는 공허한 미사여구로 보입니다. 2021년부터 언론에서 카카오를 비판할 때마다 사용한 구절이지만 카카오는 아랑곳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퀵, 꽃배달, 대리운전, 스크린골프, 영어교육 등 막무가내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한 카카오는 어느 순간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약탈적 기업의 상징이 됐습니다.
김범수 전 의장은 결국 2021년 국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채택돼 "저희는 절대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는 진출하지 않을 거고요"라고 다짐했습니다.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김 의장이 공언했던 2년 전보다 줄긴커녕, 39개 늘어 총 144개가 됐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 거짓말과 먹튀

거짓말이 되어 버린 김 전 의장 발언은 사실 약해 보입니다. 어디 도망가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 전 의장은 2022년에도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서비스 장애 책임을 지고 또 국정감사에 출석했습니다. 툭하면 해외 출장을 핑계로 국감장에 불참하는 '회장님'들에 비하면 낫다고 봐야 할까요.

정작 상당수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건 카카오 임원진의 거짓말과 '먹튀' 논란입니다. 2021년 12월, 류영준 당시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해 임원진 8명은 카카오페이 상장 한 달 만에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 44만 주를 팔아 900억 원을 현금화했습니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29% 폭락했습니다. '먹튀' 논란에 카카오 전체가 위기에 빠지자 2022년 2월 남궁훈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판했습니다.

카카오 신임 대표로 취임하며 "카카오 주가가 15만 원이 될 때까지 연봉과 인센티브 지급을 일체 보류하겠다"고 굳게 약속했습니다. 시장은 남궁 전 대표가 주가 15만 원이 될 때까지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남궁 전 대표가 카카오 주가가 5만 원 대이던 올 상반기 스톡옵션을 행사해 94억여 원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현재 상근 고문인 남궁 전 대표는 이달 말 카카오를 떠납니다.

언론은 어느 순간 '먹고 튄다'는 멸칭에 가까운 '먹튀'라는 말은 카카오에 참 쉽게 사용하곤 합니다.

한 걸음 더 - 오만



여론이 비판하면 교언영색 사과로 순간을 모면하다, 얼마 후 다시 비슷한 행태를 반복하는 게 지금까지 카카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어떤 수위 높은 비판도 무뎌졌는지 카카오는 한 걸음 나아가 오만하게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하이브와 카카오 사이에서 펼쳐지던 올해 2월과 3월. 금융감독원은 지속적으로 "공개 매수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행위가 있었다면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2월 16일, 하이브는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기타 법인(이제 와서 보니 카카오와 관련된 회사들)이 SM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는데, 2월 말과 3월 초에는 아예 카카오가 공개적으로 대량 매집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금감원이 사실상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놨는데, 카카오가 '공개적으로' 무시를 했던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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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현 기자 yd@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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