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 카카오 법인 처벌 가닥…카뱅 대주주 적격성 빨간불
일각선 SM엔터 인수 무효·하이브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도 제기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해 온 금융감독원이 경고한 대로 카카오 법인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 카카오뱅크로 불똥이 튀었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카카오 법인이 실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은행법 관련 조치 필요사항 등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며 적격성 여부를 따지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또한 금감원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의장 등에 대한 추가 검찰 송치를 예고한 만큼 카카오 최고경영진의 공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아예 카카오의 SM엔터 인수에 제동이 걸리거나, SM엔터 인수 경쟁 상대방인 하이브가 카카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금감원, 카카오 법인 기소의견 송치…김범수 추가 송치 예고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26일 SM엔터 주식 시세조종 사건과 관련해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함께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카카오엔터 전략투자부문장 등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아울러 이들의 소속 회사인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등도 검찰 송치 대상에 포함했다.
특사경에 따르면 배 투자총괄대표 등 임직원 3명은 지난 2월 SM엔터 기업지배권 경쟁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특수관계에 있는 사모펀드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SM엔터 주가 시세조종에 참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총 2천400억원을 투입, 고가매수 주문과 종가관여 주문 등 전형적인 시세조종 수법을 통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 이상으로 상승·고정시켰다고 특사경은 밝혔다.
아울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SM엔터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대량보유 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목할 점은 특사경이 배 투자총괄대표 등 임직원 외에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법인 또한 검찰에 송치, 처벌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카카오 법인 처벌 추진은 이미 예견돼왔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4일 카카오의 SM엔터 주식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최근 문제 된 건에 있어 법인에 대한 처벌 여부라든가 그런 것들을 적극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사경은 관심을 모은 김범수 전 의장에 대한 추가 송치도 예고했다.
특사경은 "이번 건과 관련해 18인의 피의자 중 개인 3인과 법인 2개사 등 5인에 대해 우선 송치했다"면서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한 시세조종 공모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수사해 추가 송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앞서 특사경은 지난 23일 김 전 의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15시간 40분간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이어 다음날인 24일에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와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불러 조사를 벌였다.
특사경이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한 시세조종 공모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힌 만큼 김 전 의장은 물론 홍 대표와 김 대표 등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최고경영진까지 향후 기소 의견으로 송치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카뱅 이름서 카카오 떼나…은행법 면밀 검토 예정
카카오 법인을 검찰에 송치한 금감원은 "은행법, 자본시장법 관련 조치 필요사항 및 향후 심사과정에서의 고려사항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카카오 법인의 처벌 여부를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연관해 상세히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1억2천953만3천725주)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의 사회적 신용 요건은 대주주가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해 인가 유지 여부를 판정한다.
만약 이번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이 법인 카카오를 재판에 넘기고 벌금형 이상 처벌이 확정될 경우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리게 된다.
통상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이 결정되면 금융당국이 제시한 기일 내에 문제를 해결해야 대주주 자격이 유지된다.
만약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판단돼 6개월 안에 대주주 보유 지분 중 10% 초과분을 처분해야 한다.
카카오 외에 카카오뱅크의 주요 주주로는 한국투자증권(27.17%), 국민연금(5.30%), KB국민은행(4.88%), 서울보증보험(3.20%) 등이 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카카오뱅크 지분 처분으로 인해 대주주 지위를 다른 곳으로 넘기게 될 경우 그동안 공들여 온 은행업에서 발을 빼야 할 수도 있다.
'가능성 낮지만'…SM엔터 인수 무효·하이브 손해배상 소송 우려도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SM엔터 인수 자체가 무효가 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불을 지핀 것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이다.
이 금감원장은 지난 24일 카카오 법인 처벌 추진 의사를 밝힐 당시 "기본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한 범죄이기 때문에 취득한 경제적 이득이 박탈될 수 있게 그걸 가장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단순히 과징금이라든가 벌금 등 금전적 이익뿐 아니라 그런 불법 거래를 통해 이룩하고자 하는 기업적 내지는 경제적 구조가 있다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 정의라든가 국민들이 기대하는 감정에 맞는다고 생각해서 그런 방향으로 노력을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카카오의 SM엔터 인수 자체를 무효화해 제동을 걸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경우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형사처벌 등을 추진할 수는 있지만 시세조종을 통해 인수한 지분의 처분 등을 강제할 수 없는 만큼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5% 룰 위반'과 관련해 주식 처분 명령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카카오의 SM엔터 지분 중 일부를 처분하더라도 인수 자체에 제동을 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금융당국과 별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대한 기업 결합(M&A)을 심사 중이지만, 기업 결합 심사는 주식 취득 이후 기업 결합에 따른 독과점 여부를 사후적으로 살피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수사와 무관하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을 펼치다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을 제기한 하이브가 손해배상 등 법적 조치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자본시장법 제176조는 시세조종 행위 금지에 관해, 177조는 시세조종의 배상책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시세조종 행위를 한 자는 이로 인해 형성된 가격에 의해 손해를 입거나, 시세조종 행위로 권리행사 또는 조건성취 여부 등이 결정돼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카카오의 시세조종 행위로 인해 SM엔터 인수가 좌절됐다고 판단할 경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근거가 있는 셈이다.
다만 이 역시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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