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 강화"… 삼성전자, 선임 사외이사제 전격 도입

박정일 2023. 10. 2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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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I·SDS, 권오경·신현한 선임
소집·회의 주재 등 권한 부여
"외부 질책 열린 자세로 들을것"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월 24일 중국 텐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MLCC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회장 취임 1주년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1년을 맞아 '거버넌스 혁신'의 새 이정표를 제시했다. 기존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에 더해 '선임 사외이사' 제도를 전격 도입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이사회 중심 책임 경영을 한층 더 강화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5월 6일 대국민 입장문에서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다"고 말한 바 있으며, 1년 전인 작년 10월 별도의 절차가 필요 없음에도 이사회 논의를 거쳐 회상 승진을 결정하는 등 '이사회 책임경영'을 몸소 실천했다. 이번 결정 역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의 G에 해당하는 거버넌스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26일 계열사인 삼성SDI와 삼성SDS가 각각 이사회를 열고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권오경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좌교수와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가 각각 선임사외이사를 맡는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을 경우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뽑아 적절한 균형과 견제가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회'를 소집하고 회의를 주재할 권한이 있으며, 경영진에게 주요 현안 관련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 이사회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고 이사회 의장,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소통이 원활하도록 중재자 역할을 한다.

금융권의 경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선임사외이사 제도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국내 상법상 비금융권 기업에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삼일PwC에 따르면 비금융권을 기준으로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했다고 공시한 국내 기업은 작년 기준으로 단 5%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비율은 작년 기준 36%이며, 68%의 기업이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삼성은 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자 선제적으로 이 제도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SDI와 삼성SDS는 이를 계기로 이사회의 독립성과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 측은 현재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지 않은 삼성 계열사들도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중공업, 호텔신라 등 8곳은 현재 대표이사를 비롯한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삼성물산 등 8곳은 이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어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 대상은 아니다.

삼성은 이번 제도 도입으로 기존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과 더불어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 정착과 거버넌스 체제 재편을 위한 2가지 '표준 모델'을 주요 계열사에 접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평소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을 강조해 온 이 회장의 의지에 따라 2018년 3월 이사회 결의를 거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고, 2020년 2월에는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또 2017년 4월부터는 기존에 운영되던 CSR 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은 계열사별로 해당 분야 경험이 많고 식견을 두루 갖춘 사외이사를 선임해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제도를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를 꾸준히 지원해오고 있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는 이사회에 필요한 경험, 전문성, 다양성을 갖춘 후보군을 검토해 신규 사외이사 후보자를 추천하고 있다.

이사회 내에 지속가능경영, 보상, 내부거래 등 별도 위원회를 설치하고 이사회 권한 중 일부를 위임해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위원회가 보다 면밀히 검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사외이사들이 중요한 의사 결정시 법률·회계 등 외부 전문가들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국내·외 현장 방문과 경영 현황 보고 등도 실시하고 있다.

사외이사들이 경영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별도의 사외이사 모임도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한편 삼성은 이 회장의 결단으로 2020년 2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I 등 7개 계열사의 준법 의무 이행을 점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작년 10월 12일 준법감시위 간담회에 참석해 "공정하고 투명한 준법경영, ESG 경영에 적극 동참할 것이며,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일관된 삼성의 거버넌스 체제 재편 노력은 향후에도 지속될 예정이며, 국내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준이자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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