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봉사단체·주민 등 지역 공동체가 고친 ‘낡은 집 한 채’[현장에서]
지난 24일 경기 이천시 율면에 있는 한 작은 마을이 오전부터 시끌벅적했다. 이 마을에 있는 한 낡은 집 앞에는 이천시 소속 공무원 10여명이 모여 있었다. 집 앞에 선 이들은 손에 붓을 들고 꼼꼼하게 벽을 칠해나가기 시작했다.
이날 작업이 진행된 곳은 ‘이천시협업희망주택 1호 사업’으로 선정된 A씨(68)의 주택이다. A씨는 다른 가족 없이 홀로 살고 있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일을 하지 못했다. 어려운 형편에 1975년 지어진 집을 제대로 수리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한다.
보일러는 고장 나서 작동하지 않은 지 오래라고 했다. 얇은 벽에는 단열재조차 없었다. 겨울만 되면 얇은 창틈 사이로 찬 바람이 세어 들어왔다. 수도와 전기도 간신히 작동할 정도였다.
A씨는 지역 행정복지센터의 연결로 이천시가 시행하고 있는 주거약자 주택환경 개선 사업인 ‘희망하우징사업’에 신청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희망하우징사업은 도배와 장판, 전기 등 분야별 재능기부를 통해 주거 약자들의 집을 수리하는 사업이다. 사업 특성상 A씨 사례처럼 방대한 범위의 수리를 요구하는 주택에는 적용하기 어려웠다. A씨도 이같은 사실을 알고 처음에는 포기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사회는 A씨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천시는 기존 희망하우징사업에 참여하는 7개 기업, 건축사회, 자원봉사센터, 적십자구만리봉사회 등 단체와 함께 별도 조직을 꾸려 A씨의 주택을 수리하기로 했다. 이렇게 시작된 사업에는 ‘협업희망주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들은 수리에 필요한 부분을 세분화했고, 각 기업 및 단체들이 전담 분야에서 재능기부 형태로 A씨의 집을 하나씩 고치기로 했다. 배관 설치는 ‘영진건설’이, 화장실 설치는 ‘현대건설’이, 창호 교체는 ‘지오’가 맡아서 진행했다.
협업희망주택을 위해 모인 이들은 지난 8월 29일 구체적인 일정 협의를 마치고 지난달 7일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A씨 주택에 대한 화장실·보일러·싱크대·단열재 설치, 마당 평탄화, 창호·방문 교체 등이 마무리 된 상태다. 최근 도배·장판 작업, 외벽 도색작업까지 마치면서 보수가 끝났다.
딱한 소식을 전해 들은 마을 주민들도 이 작업에 참여했다. 주민들은 직접 장비를 동원해 마당 평탄화 작업을 도왔다. 이후 오폐수관 수리도 도맡겠다는 뜻을 전했다. 십시일반 모여 A씨의 집을 수리하는 데 도움을 보탠 이들은 현재까지 70여명에 이른다. 이천시는 도움을 준 이들을 모아 오는 31일 A씨 주택에서 작은 준공식을 열 예정이다.
이천시 관계자는 사업 추진 이유에 대해 “정책에서 소외된 이들이 없도록 하는 게 지방 행정의 역할”이라면서 “앞으로 비슷한 상황의 주택에 대해서도 사업을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미선 이천시 자원봉사센터장은 “어느 한 사람, 특정 단체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더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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