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잡는 금감원, 그 뒤엔 ‘검사 출신’ 이복현 있다
카카오엔 “경제적 이득 박탈” 엄포…‘월권’ 논란도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카카오를 겨냥한 금융감독원의 칼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 중인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26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4년 전 출범한 특사경이 '대기업'을 정조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이례적인 수위로 카카오 그룹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 중심엔 이복현 금감원장이 있다는 평가다. 이 원장은 직접 스피커가 되어, 카카오 법인 처벌은 물론 에스엠 인수까지 막겠다는 발언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검찰 특수통 출신인 이 원장의 스타일이 여실히 투영된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이복현 오자 '특수통 스타일'된 금감원
이날 금감원 특사경은 구속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비롯한 관계자 3명과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 법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특사경은 이들이 지난 2월 에스엠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와 공모해 에스엠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특사경의 검찰 송치 방침은 일찌감치 예견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금감원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여러 차례 자신감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을 포토라인에 세운 것부터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금감원에 포토라인이 세워진 것도, 금감원이 대기업을 수사선상에 올린 것도 처음이었다. 그만큼 금감원이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는 대목으로 해석됐다. 실제 이 원장은 지난 7월 "실체 규명에 대한 자신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초 특사경은 주목받는 조직은 아니었다. 2019년 7월 출범한 이후 4년이 지나도록 특사경은 이렇다 할 대형 사건을 다루지 않았다. 주로 금융기관을 상대로 수사를 해온 터라, 관심도나 파급력이 큰 사건은 없었다. 특사경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수사에 특화된 조직으로, 검찰 지휘 하에 경찰과 같은 수사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금융권 '빅 스피커' 자처하는 이복현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이 원장 취임 이후다. 이 원장은 검찰 조직 내에서 대표적인 특수‧경제통으로 꼽힌 인물이다. 경제학도 출신에 회계사 자격증까지 가진 터라,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같은 대형 금융 사건에 다수 투입됐다. 때문에 이 원장 취임 때부터 향후 금융당국의 사정 수위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실제 이 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이전 금감원장들과는 다르게 스피커를 자처하며 각종 금융 현안에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았다. 은행들의 '상생금융'을 압박하면서 "생색내기식이 아닌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거나, KB금융그룹의 회장 선출에 대해 "후보 먼저 정하고 룰을 세웠다"고 비판하는 식이다.
특히 이번 카카오 사건과 관련해선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김범수 전 의장이 금감원에 소환된 지난 24일 이 원장은 "카카오 법인에 대한 처벌 여부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특사경은 이날 법인인 카카오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추후 재판 결과 따라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27.17%) 중 10%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처분해야 한다.
이 원장은 또 "불법 거래를 통해 이룩하고자 하는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곧 카카오의 에스엠 인수를 무산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다만 이를 두고서는 '월권'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금감원이 카카오에 에스엠 주식 처분 명령을 내릴 권한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특사경은 김범수 전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저울질하고 있다. 특사경은 이날 김 전 의장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았지만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한 시세조종 공모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수사해 추가 송치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특사경은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인수 경쟁에서 불법과 반칙이 승리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금융 전문가 그룹, 법률 전문가 그룹까지 조직적으로 가담한 사건으로 자본시장의 근간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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