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지지자들의 비명계 ‘처단’ 위협에 침묵하는 이재명 대표···“단호한 조치로 통합 의지 보여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자 제재 문제가 민주당 통합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비이재명(비명)계 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찾아가 “처단하겠다”고 협박하는 일이 발생하면서다. 당무에 복귀한 이 대표는 “단합”을 강조했지만 강성 지지자들의 과격 행위는 제지하지 않고 있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가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협박 행위에 대한 단호한 조치로 통합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 지지자 10여명은 지난 24일 화성 동탄의 비명계 이원욱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찾아가 “이원욱 넌 역적이다” “정치검찰의 폭거에 눈감은 이원욱은 민주당에서 꺼져라” “정치검찰 공범인가, 내부의 적 심판하자” “당대표 무시, 당원 무시, 밀정들은 꺼져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이 의원 지역사무실 앞에서 확성기를 들고 “저희는 민주당 권리당원”이라며 “동탄 시민 여러분 이원욱은 퇴출돼야 하는 수박입니다”라고 말했다. 한 여성은 “죄 없는 우리 야당 대표 이재명을 사퇴하라 하고 네가 진정 국회의원이냐”라며 “우리 당원을 개딸이라고 하는 언행을 각성하라”고 말했다. 한 남성은 이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난입해 “난 징역 가는 거 안 무서워하는 사람이야. (이 의원이) 공천받으면 맨날 방해할 거예요. 당대표한테 사과 안 하면 여기 도로 다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는 “나에게 한 발의 총알이 있다면 왜놈보다 나라와 민주주의를 배신한 매국노(비명계)를 백번 천번 먼저 처단할 것이다”라는 백범 김구 선생의 발언이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현수막에는 김종민·박광온·박용진·설훈·송갑석·윤영찬·이상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이 깨진 수박을 머리에 뒤집어쓰도록 합성한 사진이 함께 실렸다. 한 유튜버는 유튜브 생중계에서 “(비명계 의원들을) 쏴 죽일 순 없으니까 대형 현수막을 하나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비명계는 “이 대표가 통합 의지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원욱 의원은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선동이 해당 행위”라며 “해당 행위를 하도록 선동한 의원들과 그에 동조한 개딸의 행패에 대해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비명계 지역구에 현수막을 거는 당원들에 대해서 윤리감찰단에 조사를 지시하고 이미 제소된 것은 빨리 진행하고 당원이 아니면 고발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민 의원은 SNS에 “이원욱 의원 지역에 내걸었던 현수막 ‘남은 1발의 총알’ 운운은 너무 부끄럽고 소름 끼칠 지경”이라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근본 가치로 여기는 민주당이 이 정도로 썩고 망가졌는지 한숨이 절로 난다. 이재명 대표는 수수방관하고 있을 건가, 아니면 즐기고 있는 건가. 통합? 헛웃음이 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에 비명계 인사를 앉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거론됐던 박정현 전 대덕구청장은 내년 총선에서 비명계 박영순 의원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혔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러한 인선이 ‘자객 공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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