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위기와 한국적 플랫폼 비즈니스의 함정
(지디넷코리아=이균성 논설위원)2021년 6월 15일 카카오 주가는 14만4500원으로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64조 1478억원이었다. 처음으로 네이버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에 올랐다. 그 후로도 주가는 계속 올라 25일에는 17만3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5년치 주가 차트를 보면 산 모양의 이등변 삼각형 형태다. 이날이 산의 정상이자 삼각형의 꼭짓점처럼 보인다. 이 차트만큼 카카오의 위기를 상징하는 것도 없을 듯하다.
카카오가 위기라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이견이 없을 정도다. 그 원인 분석도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여러 진단이 가능하겠지만 ‘한국적 플랫폼 비즈니스의 함정에 빠졌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플랫폼 비즈니스에 굳이 ‘한국적’이란 수식어를 단 것은 네이버와 카카오로 상징되는 한국의 대표 플랫폼은 구글 아마존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과 달리 ‘수난의 비즈니스’처럼 보이는 탓이다.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 사업 특징은 무료 서비스를 기반으로 사용자를 모은 뒤 수익모델을 붙이는 게 핵심이다. 네이버는 검색을 기반으로 했고 카카오는 SNS를 출발점으로 했다는 점이 다르긴 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업 내용은 닮아갈 수밖에 없다. 모인 사용자를 기반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사업자는 불가피하게 ‘3가지의 함정’과 마주치게 된다.
‘서비스 순도(純度) 저하’가 첫 번째다. 네이버의 검색이 되었든 카카오의 SNS가 되었든 나름대로 혁신의 결과물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많은 사용자가 이들 서비스를 사용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혁신 이후다. 사용자를 모으는 것도 힘들지만 지키기가 더 어렵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끊임없이 반영해서 만족도를 높이지 않는 한 이용자 이탈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용자를 모은 뒤 수익모델을 붙이기 시작하면 서비스 순도(純度)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핵심 서비스의 고도화를 늘 염두에 두겠지만 수익모델을 붙여나갈수록 전력은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첫 번째다. 추가된 서비스가 핵심 서비스를 변질시키는 게 두 번째다. 이게 심해지면 이용자는 충성도를 보이기는커녕 인질이 됐다는 느낌을 가질 게 뻔하다.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카카오의 먹통 사고가 일어났던 것도 따지고 보면 서비스 순도 저하의 표면일 뿐이다. 성장을 위해 사업의 가짓수를 늘릴 수밖에 없는 숙명이 낳은 수렁이다. 이를 잘 해결하려면 사내 역량의 적절한 분배와 관리가 중요하겠는데 카카오의 경우 네이버보다 이 점이 더 미숙했던 듯하다. 계열을 쪼개고 자율권을 강화한 게 결과적으로 약보다 독이 된 듯하다.
‘사회적 갈등 야기’가 두 번째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장하기 전에 골목상권 침해는 전통적인 대기업이 받던 비난이다. 오죽하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법까지 만들었겠는가.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비판의 대상은 플랫폼 기업으로 바뀌었다. 그도 그럴 것이 플랫폼 비즈니스는 전통산업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만큼 수많은 사업자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새로운 협력 모델이 필요한 거다.
문제는 협력의 주도권이 플랫폼 사업자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언제든 협력해야 할 영세 사업자들의 집단 불만을 초래할 수 있음을 뜻하다. 그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설득할 수 있느냐가 사업의 관건이 될 정도다. 이 문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카카오가 모빌리티 매각을 고려했던 게 이를 방증한다. 매각은 철회됐고 숙제는 남아 있다. 네이버에 비하면 이 문제에서도 조금 더 미숙했던 듯하다.
‘정치적 외풍’이 세 번째다. 당연히 뉴스 콘텐츠 탓이다. 뉴스는 이들 플랫폼에 한때 매우 중요한 콘텐츠였지만 지금은 계륵으로 변했다. 언론과 정치권의 공격지점이 됐기 때문이다. 이들 플랫폼이 정치적 편향성을 갖는다는 것에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이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카카오로서는 포털 다음 인수가 콘텐츠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말썽만 낳는 혹처럼 되어버렸다.
이 세 가지 함정은 평소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계기를 잘 못 만나면 발을 빼기 힘들고 더욱 깊이 빠져드는 수렁 같은 것이다. 한시도 방심하지 말고 세심하게 지켜보며 관리해야 할 내재적 위기요소인 셈이다. 카카오의 경우 이를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약했던 듯하다. 계열의 성장이 더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겠다. 그 와중에 일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거듭돼 불에 기름을 붙는 국면까지 온 것 같다.
이균성 논설위원(seren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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