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쓰자!과학용어] ③길항작용→대항작용…의료 부문 의약품설명서

박정연 기자 2023. 10. 26. 13: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입으로 삼켜 체내에 투여하는 알약.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편집자주] 과학, 기술, 의학 분야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용어들이 쏟아져나오는가 하면 처음 통용되기 시작할 때 의미 전달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용어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전문용어라고 애써 회피해도 사는 데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지진·기상 재해, 후쿠시마 오염수, 최첨단 기술 등장 등이 우리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용어들은 선뜻 이해하기엔 여전히 어렵고 일부는 잘못 사용되거나, 오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에서 이처럼 전환이 필요한 용어들을 선별해 대체할 수 있는 용어를 제안하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대한화학회, 한국기상학회, 대한방사선방어학회, 차세대한국과학기술한림원(YKAST)이 이번 기획에 도움을 줬습니다. 제시되는 대체 용어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용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이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지난 2회(②관상동맥→심장동맥...의료 부문 신체기관명)에서 의학 부문 ‘신체기관명’을 살핀 데 이어, 이번 회에는 의약품설명서에 사용되는 용어를 살펴본다. 의약품 설명서는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의학용어를 접하게 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안전하게 약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선 의약품 설명서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종종 어려운 표현이 등장한다. 전문가들은 쉽게 읽히지 않을 수 있는 의약품 설명서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지금보다 더 쉬운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11. 외용약/내복약→외부용약/내부용약

'외용약'은 피부에 바르거나 붙이는 약을 의미한다. 입 안에서 머금는 액약, 소독약, 안약 등의 액제와 피부에 바르는 연고제, 항문·요도·질 등에 삽입해서 쓰는 좌약, 습진 등에 살포하는 외용산제 등이 있다. '내복약'은 쉽게 말해 먹는 약이다. 위나 장에 작용해 전신에 효과를 내는 것을 기대한다. 전문가들은 더 직관적인 의미 이해를 위해 각 각의 대체어로 '외부용약'과 '내부용약'을 제안하고 있다.

12. 경구투여/경피흡수→구강투여/피부흡수 

'경구투여'는 입에서 체내에 투여하는 약 복용 방법을 의미한다. '경피흡수'는 피부를 통해 약물을 체내로 흡수시키는 방법이다. 각각 내복약(내부용약)과 외용약(외부용약)에 사용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약이 몸으로 전달되는 부위가 더 정확하게 전달되면 약의 투여 방식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구투여는 '구강투여'로, 경피 흡수는 '피부 흡수'로 각각 순화하는 것이 조금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13. 약 조성/약 성상→약 성분/약 형태

'약 조성'은 영어 단어 'composition'을 직역한 표현이다. '약 성상'은 약의 외형을 뜻한다. 일상생활에서 잘 쓰이는 한자어가 아니기 때문에 약을 복용할 때 정확한 뜻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약 조성은 '약 성분'으로, 약 성상은 '약 형태'로 각각 대체해서 쓸 수 있다. 

14. 제산제→속쓰림약

'제산제'는 위산으로 인한 속쓰림과 위통 등의 급성 증상에 사용되는 위장약이다. 위산을 중화하고 소화효소의 작용을 감소시켜 통증을 줄이고 위장 점막 손상을 막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약의 기능을 쉽게 표현하기 위해 '속쓰림약'을 대체어로 제안했다. 다만 이는 더 정확한 의미를 담은 전문용어인 '위산제거제'란 표현을 절충한 대체어라고 덧붙였다. 

15. 휴약→복용 일시 중단

'휴약'은 약을 먹는 기간을 일정 기간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 의약품을 복용할 때 의사나 약사는 환자에게 휴약 기간을 지도한다. 안전하게 약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흔히 쓰이지 않는 한자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단어의 의미를 더 쉽게 전달하기 위해 '복용 일시 중단'이 대체어로 제시됐다.

16. 소염제→항염증제

'소염제'는 체내에서 발생한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데 사용되는 약물이다. 일반적으로 비스테로이드항염증제와 스테로이드항염제를 뜻한다. 소염은 영어 단어 'antiinflammatory'를 직역한 표현이다. 소염제란 단어 자체는 비교적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만 전문가들은 조금 더 쉬운 단어로 '항염증제'를 제안했다.

17. 길항작용→대항작용

'길항작용'은 어떤 현상에 관해 상반되는 2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을 때 서로 그 효과를 상쇄시키는 작용을 뜻한다. 흔히 사용하는 의학용어 중 대표적인 일본식 한자어다. 대한의사협회가 발간하는 ‘의학용어집 제6판’ 의학용어집에서는 조금 더 쉬운 한자어인 '대항작용'을 권장용어로 명시하고 있다. 

18. 농양→고름집

'농양'은 신체 조직의 한 부분에 고름염이 생겨 해당 부분의 세포가 죽고 고름이 몰려 있는 곳을 뜻한다. 영어 단어 'abscess'를 고름 농(膿)과 헐 양(瘍)을 합친 한자어다. 고름이 뭉쳐 있는 곳을 더 정확히 지칭하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 '고름집'이 있다.

19. 연하→삼킴

'연하'는 입속에 있는 음식물을 삼키는 동작이다. 의학에서 연하의 제1단계는 혀가 음식을 밀어 넣는 수의적인(의도한) 동작이며, 음식물이 위까지 들어가는 2~3단계는 근육의 반사적 동작이다. 쉽게 말하면 '꿀떡 삼켜 넘기는 행위'다. 연하 표현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되지 않는 한자어다. 현재 의학용어집에선 한자어인 '연하' 대체어로 '삼킴'을 권장용어로 제안하고 있다.

20. 한선→한샘

'한선'은 신체에서 땀을 만들어 몸 밖으로 내보내는 곳이다. 포유류에서만 볼 수 있는 피부샘이다. 영어로 'sweat gland'다. 현재 의학용어집은 호르몬을 분비하는 조직을 뜻하는 'gland'를 '선(線)'이 아닌 '샘'으로 변경해 권장용어로 제안하고 있다. 샘은 몸속에서 분비 작용을 하는 기관으로, 물이 솟아나는 곳을 의미하는 ‘샘’을 대신 사용하는 것이 뜻을 오해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선의 경우 '땀샘'으로 순화할 수 있다.

  ※ 이 기사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운영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