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박근혜 만나 "위대한 지도자 박정희 대통령"
[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1979년 10.26 사태 당시 피살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났다. 지난해 5월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 이후 약 1년 5개월 여 만의 만남이다.
1980년부터 매년 개최된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폭을 넓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보와 맞물려 보수 결집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 대통령은 곧바로 추도식이 열린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2012년 당시 박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에서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첫 공식 일정으로 추도식에 참석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추도식에 총출동했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이 나라의 위대한 지도자 박정희 대통령을 추모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며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하면 된다'는 기치로 우리 국민을 하나로 모아, 이 나라의 산업화를 강력히 추진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세계사적 위업을 이루어내셨다"고 했다.
또한 "지금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께서 일구어놓으신 철강산업, 발전산업, 조선산업, 석유화학산업, 자동차산업, 반도체산업, 방위산업으로 그간 번영을 누려왔다"면서 "박정희 대통령께서 이루어내신 바로 이 산업화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튼튼한 기반이 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하면 된다'는 정신은 우리 국민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고, 우리 국민에게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불어 넣어 주었다"며 "웅크리고 있는 우리 국민의 잠재력을 끄집어내서 우리 국민을 위대한 국민으로 단합시키셨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92개국 국가의 정상을 만나 경제협력을 논의지만, 박정희 대통령께서 이루어 내신 이 압축성장을 모두 부러워하고 위대한 지도자의 결단에 경의를 표했다"면서 "저는 이분들에게 '박정희 대통령을 공부하라, 그러면 귀국의 압축성장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늘 강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세계적인 복합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박 대통령의 정신과 위업을 다시 새기고 이를 발판으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며 "조국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산업화의 위업을 이룩한 박정희 대통령을 추모하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그 분의 혜안과 결단과 용기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자랑스러운 지도자를 추모하는 이 뜻깊은 자리에서 영애이신 박 전 대통령과 유가족분들께 자녀로서 그동안 겪으신 슬픔에 대하여 심심한 위로의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유족 대표로 윤 대통령을 맞은 박 전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오늘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추도식에 참석해주신 윤석열 대통령님께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꿈이자, 저의 꿈이었고, 그리고 오늘 이곳을 찾아주신 여러분들의 꿈은 모두 같을 것"이라며 "아버지도 우리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켜주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저는 아직도 아버지께서 곁에 계신 것만 같다"며 "아버지께서 일생을 바쳐 이루고자 하셨던 잘사는 나라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우리 앞에는 여러 어려움이 놓여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저는 우리 정부와 국민께서 잘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위기가 아니었던 때가 없었다. 전쟁을 겪었고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가난했고, 먹고사는 일이 너무나도 간절한 그런 시절도 있었다"며 "하지만 우리 위대한 국민은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냈고, 호국영령들의 보살핌으로 오늘의 번영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민족중흥회 정재호 회장은 개식사에서 "대한민국 현대사에 미처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황당한 변곡점을 찍은 것은 문재인 주사파 운동권 세력의 등극"이라며 "주사파 정권은 박정희 흔적 지우기에 광분했다"고 거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정 회장은 "북한 김정은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던 자칭 '남쪽 대통령' 문재인의 언과 동을 줄줄이 엮노라면 국시 농단의 범정이 수두룩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매서운 삿대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그는 "문재인 권력이 마구 흩뿌린 좌파이념의 씨앗은 괴담, 조작, 선동의 파장을 타고 거대한 먹이사슬을 구축했다"며 "사악한 가짜뉴스가 춤추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아찔한 순간을 용케 뚫은 윤석열 정권의 탄생은 하늘이 허락하신 천행"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인기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 황소 같은 성정은 박정희 행보를 본뜬 학습효과"라며 "윤 대통령은 딱히 대서사시를 닮은 박정희 실록을 한아름 가슴에 품고 열독하고 있다는 귀띔도 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공식 식순이 끝난 후 박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박정희 추모식'을 계기로 한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은 지난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으로 이어진 국정농단 사건에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참여했던 악연을 전환해 '보수 통합'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에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도 공개 행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날 이 전 대통령은 사면·복권 이후 처음으로 4대강 16개 보 중 하나인 여주 강천보에서 열린 걷기 행사에 참석해 "4대강은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오 전 특임장관, 류우익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재임 시절 당시 청와대 측근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이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관한 질문에 "난 정치를 떠난 사람이기 때문에 정치에 대해 코멘트할 수 없다"며 "내가 할 역할은 없다. 나는 내 삶을 잘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유인촌 장관 등 MB 정부 인사가 현정부에서도 득세한다는 취재진 질문에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라며 "좋은 인재를 골라 쓰는 것"이라고 현 정부에 힘을 실었다.
이 전 대통령은 오는 12월에는 서울에서 서예전을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명박·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들이 활동 폭을 넓히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지지층 결집용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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