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처럼 장애인 선수를 돕는 고맙고 소중한 파트너들[김세훈의 스포츠IN]
장애인 스포츠가 비장애인 스포츠와 크게 다른 점은 ‘그림자’ 같은 존재가 늘 함께한다는 점이다. ‘경기 파트너’들이다. 이들은 장애인 선수가 하지 못하는 부분을 바로 옆에서 보완하면서 경기에 함께 참여하는 비장애인들로 엄연한 선수들이다.
지난 23일 항저우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사이클에서 김정빈과 윤중헌이 금메달을 따냈다. 남자 시각장애(MB) 4000m 개인 추발에서였다. 이들이 탄 자전거는 탠덤 사이클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탄다. 앞쪽에는 비장애인(파일럿)이 핸들을 조작하면서 페달을 밟고 뒤에 타는 장애인 선수는 페달만 밟는다. 윤중헌이 파일럿, 즉 조종사라면, 망막색소변성증을 가진 김정빈은 엔진이 된다. 이들은 26일 18.5㎞ 도로 독주에서도 금메달을 합작해 동반 2관왕이 됐다.
둘 모두 선수라서 메달도 함께 받는다. 늘 함께 훈련하기 때문에 소속팀도 전라북도장애인사이클연맹으로 똑같다.
자기 공을 굴려 표적구에 가까이 던져야 이기는 보치아에는 경기 파트너들이 많다. 혼자 힘으로 공을 들 수 없는 BC3 등 중증 장애 선수들에게는 경기 파트너가 늘 함께한다. 선수의 지시에 따라 경사를 이용해 볼을 굴리는 홈통 방향을 변경하고 경사면에 볼을 올려놓는 게 임무다. 경기 파트너는 경기장을 등지고 앉는다. 경기장을 바라보면서 작전을 세우는 등 경기에 직접 관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보치아 경기 파트너는 트레이너, 코치, 식구 등 다양하다. 강선희(광주장애인보치아연맹) 파트너 박세열은 트레이너다. 정호원(강원도장애인체육회) 파트너 김승겸은 국가대표팀 코치다. 최예진(충남도청) 파트너 문우영은 엄마다. 선수와 파트너 모두 같은 실업팀 소속이다.
시각장애인 육상 선수 곁에는 가이드 러너가 밀착한다. 가이드 러너와 선수는 ‘테더’라는 탄성이 없는 끈을 손으로 서로 맞잡는다. 가이드 러너는 선수보다 절대 앞에서 뛸 수 없다. 선수 옆 또는 뒤에서 뛰면서 말을 하거나 테더를 당기면서 달릴 방향을 지시해준다. 가이드 러너도 물론 선수라 메달을 받는다.
장애인 종목에는 경기 파트너뿐만 아니라 경기 보조원, 생활보조원도 있다. 경기 보조원은 경기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돕는다.
지난 24일 이철재(충북장애인사격연맹)는 혼성 SH2 R9(50m 공기소총복사)에서 동메달을 땄다. 이철재 스포츠등급 SH2는 경추 장애인으로 선수를 대신해 실탄을 장전해주는 로더가 있다. 로더가 아내 강혜영씨(충북장애인사격연맹)다. 로더는 경기 파트너가 아닌 경기 보조원이라 메달을 받지 못한다. 이철재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게 크다”는 말로 아내에게 감사했고 강씨는 “내가 오히려 더 많이 의지한다”며 남편에 화답했다.
시각장애 수영 선수가 터치 라인에 가까이 오면 끝에 공이 매달린 긴 막대기(태핑 디바이스)로 선수 머리를 툭 쳐주는 것, 시각장애인들을 경기장 안팎으로 안내하는 것도 경기 보조원들이 하는 일이다. 생활 보조원은 식사, 목욕, 환복 등을 도와준다. 대부분 식구, 특히 엄마 또는 남편, 아내가 주로 한다.
한국은 이번 항저우대회에 선수 208명, 임직원 137명을 파견했다. 경기 파트너, 경기 보조원, 생활 보조원, 훈련 보조원은 임직원에 포함된다. 경기 파트너는 메달은 받지만, 정부가 주는 연금은 받지 못한다. 경기 보조원, 생활 보조원은 메달도, 연금도 없다.
박혜은 장애인체육회 홍보부장은 “이들이 없이는 장애인 종목이 진행될 수 없다”며 “알아주는 사람들은 없어도 장애인 곁에 늘 머물면서 그림자같이 장애인들을 돕는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항저우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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