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이스라엘 분쟁 20일…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왜 늦어지나
'지지율 하락' 네타냐후…'자제 촉구' 미국과 이견 가능성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지 3주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이스라엘이 예고한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은 아직도 시작되지 않았다.
네타냐후 내각의 분열, 개전 이후 신뢰를 잃어가는 이스라엘 정부, 인도주의적 측면을 강조하며 자제를 촉구하는 미국 등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고심만 깊어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카타르의 알자지라방송은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계산으로 이스라엘이 10~15일 안에 (지상군 투입)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보도하며 그 원인을 분석했다.
우선 첫 번째 가능성은 이스라엘이 평화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매우 가능성이 떨어진다.
매체는 "이스라엘은 인질 일부 또는 전체 석방 기회를 위해 애쓰고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한 사고방식은 신뢰성이 거의 없다. 가장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이어 "하마스에 복수하겠다는 의지는 확고부동하고, 싸우지 말고 인질을 석방해달라는 인질 가족들의 호소는 무시되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포로들은 석방되기는커녕 오히려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이 아직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 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매체는 "훈련된 예비군 수십만 명은 쉽게 모집되고, 무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렇지는 않다"며 "또 가자지구 내의 지하 터널 관련 훈련이 돼 있지 않았다면, 하마스의 공격(7일) 직후 예비군 동원령을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미 전문 훈련 부대를 양성해 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부-정치인으로 구성된 전시 내각…의견 일치 어려워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이스라엘 내각의 분열이다. 알자지라는 "모든 것은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그리고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방위군(IDF) 참모총장과 그의 지휘관들 사이의 불화를 가리킨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1일 전시 비상 통합 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전시 내각이 구성되면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전 개시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답보 상태에 머물며 네타냐후 총리의 우파 연합이 내홍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동맹이자 전시 비상 내각 결성을 환영했던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이날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책임을 일부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가하며 전시 내각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더군다나 갈란트 장관은 이미 네타냐후 총리와 한 차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갈란트 장관은 지난 3월 사법부 무력화 입법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과 함께 군 내부에서도 거부 움직임이 확산하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갈란트 장관을 경질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를 철회했다.
또 전시 내각이 정치인과 군부로 구성됐다는 점도 갈등을 키우는 요소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의 경우, 장군들은 병력들이 무엇을 하기를 기대하는지, 정치적으로 허용 가능한 수준의 손실과 사상자가 무엇인지를 내각이 알려주기를 바란다"고 보도했다.
명령에 복종하는 군대는 의심과 불확실성 없이 명확한 명령을 원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확실하게 이뤄지길 바라지만, 이 부분에서 정치인과 군부가 마찰을 빚고 있다는 설명이다.
알자지라는 "만약 내각이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에서 모두 추방하고 싶다'거나 '가자지구 중심부 슈자이에야 공원에 이스라엘 국기를 게양하고, 한 달 내로 이스라엘로 복귀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면 군 사령부는 필요한 병력을 계산해 배치할 것"이라며 "현재의 불길한 소강상태는 정치인들과 군부 사이의 대치 상태를 보여주는 징후일지도 모른다"고 부연했다.
◇전쟁 후 지지율 급락…하마스 소탕으로 활로 찾으려는 네타냐후
다만 국내적 압박에 시달리는 네타냐후 총리가 지상군 투입을 언제까지고 미뤄둘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네타냐후 내각을 신뢰한다고 답한 이스라엘 유대인 인구는 20.5%, 아랍인은 7.5%에 그쳤다. 지난 6월 각각 28%, 18%의 지지율을 보인 것에서 대폭 줄어든 수준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군부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높아졌다. 이스라엘방위군(IDF)에 대한 신뢰도는 유대인의 경우 2.5%포인트(p) 증가한 87%, 아랍인은 2%p 증가한 23%로 나타났다.
이 같은 지지율 양상은 하마스 소탕이라는 전쟁의 대의적인 목표에는 동감하지만, 애초에 하마스의 공격을 야기한 것은 네타냐후 내각의 실패라는 국민들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전쟁에서 승기를 쥐더라도 네타냐후 총리는 본전만 찾는 셈이고, 실패할 경우 책임을 묻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더군다나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두고 고심하는 상황인데, 가자지구 침공으로 더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다면 지지율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제 촉구하는 미국…네타냐후 셈법 복잡해져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조하며 자제를 촉구하는 미국도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가 미군 보호를 위해 이 지역에 방공망을 배치할 수 있도록 가자지구 침공을 연기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동의했다고 이스라엘과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측에서는 '미군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확전 방지가 더 큰 목적일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미국 측에서는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연기하라는 요구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그들의 결정이지만 나는 그것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내가 그(네타냐후)에게 지시한 것은 사람들(인질)을 안전하게 구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처럼 미국과 이스라엘이 엇갈린 메시지를 전한 데는 전쟁과 관련한 양국의 근본적인 입장 차이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확전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반면 이번 전쟁 이후 지지율이 급감한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계속해서 하마스 소탕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을 통해 공개된 성명에서 "우리는 이미 수천 명의 테러리스트를 사살했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며 "이와 동시에 지상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얼마나 하는지는 자세히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우리 군인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며 "전쟁의 두 가지 목표는 하마스의 군사력과 통치력을 파괴해 하마스를 제거하는 것, 그리고 인질들을 되찾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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