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취임 1년 앞두고…삼성, 이사회 위상 강화

이현주 기자 2023. 10. 2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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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SDI·SDS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
이사회 권한 강화하는 거버넌스 체제 재편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023.08.25.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삼성이 이재용 회장 취임 1년차를 맞아 이사회 위상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SDI와 삼성SDS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선임(先任)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을 경우,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뽑아 적절한 균형과 견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로, 이사회의 독립성과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 회장은 평소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회장 승진시 회장은 법률(상법)상 직함이 아니므로 별도의 승인 절차가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의 논의 절차를 거쳐 승진을 결정했다.

삼성은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에 따라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을 뛰어넘어 사외이사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하는 거버넌스 체제 재편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법적 의무와 상관없이 내부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는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삼성전자, 2018년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삼성전자의 경우 2018년 3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고, 2020년 2월에는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또 2017년 4월부터는 기존에 운영되던 CSR 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는 이사회에 필요한 경험, 전문성, 다양성을 갖춘 후보군을 검토해 신규 사외이사 후보자를 추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할 경우 경영 감독 기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며 "개별 기업의 경영 환경에 적합한 방식으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경영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경우가 많으며, 사외이사의 권한을 사내이사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보장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미국의 경우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 36%이며, 68%의 기업이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비(非)금융권을 기준으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기업은 지난해 기준 14%였으며,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했다고 공시한 기업은 5%에 불과했다.

삼성은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과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 등 '투 트랙'을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는 등 거버넌스 체제의 새로운 기준을 정립하고, 한 걸음 더 도약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다.

美 주요 기업들,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

미국의 주요 기업들도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고 있다.

미국은 CEO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권장하고 있으며, 분리 모델의 대안으로 선임사외이사(LID) 제도를 도입했다.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들을 대표하며, 이사회 의장인 CEO가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날 경우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새 CEO 선임 과정을 주도한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사후 선임사외이사였던 아서 레빈슨 칼리코 CEO가 이사회 의장을 맡아 2011년 팀 쿡의 CEO 선임 과정을 주도했다. 팀 쿡 애플 CEO 역시 나이키의 선임사외이사 겸 보수위원회 위원장이다.

사외이사 제도는 1950년대 미국의 일부 기업에서 시작해 1970년대 기업지배구조를 개혁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점차 일반화됐으며 1990년대에 이르러 이사회의 다수가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개념이 규범화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주식회사의 지배주주와 경영진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하면서 주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IMF의 권고에 따라 도입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lovelypsych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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