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추도식서 박근혜와 악수…취임식 후 1년5개월만에 만남
윤 대통령 "심심한 위로" 박근혜 "추도식 참석해준 대통령께 사의"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을 계기로 1년5개월 만에 마주하며 악수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현직 대통령 최초로 참석했다. 박 전 대통령도 이날 추도식에 참석하면서 윤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됐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께서 이루어 내신 바로 이 산업화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튼튼한 기반이 되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렸다. 또한 이날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그동안 겪으신 슬픔에 대하여 심심한 위로의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도 "오늘 해외순방에서 돌아오시자마자 곧바로 추도식에 참석해 주신 윤석열 대통령님께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며 유족을 대표해 감사의 말을 전했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은 윤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렸던 지난해 5월10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단상에 앉아 있던 박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며 인사를 건넸다.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 '탄핵'이라는 악연으로 얽혀있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 줄곧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해 3월 병원에서 퇴원하는 박 전 대통령에게 축하 난을 전달하며, 조만간 찾아뵙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취임을 앞둔 지난해 4월12일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 약 50분간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과거 수사에 대한 사과하며 깍듯한 예우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물으며 "참 면목 없습니다. 그리고 늘 죄송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당시 배석했던 유영하 변호사가 전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친필이 담긴 취임식 초청장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박 전 대통령도 참석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3주기에서는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되지는 못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서거 43주기 하루를 앞둔 10월25일 국립서울현충원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박 전 대통령도 같은 날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지만 시간대가 맞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올해 들어서도 박 전 대통령 생일을 앞두고 축하 난을 보내기도 했다. 전희경 정무1비서관은 대구 달성군의 사저를 찾아 축하 난을 전달했고, 윤 대통령은 전 비서관을 통해 "생신을 축하드리고 건강하시길 바란다"는 안부를 전했다.
윤 대통령이 부친상을 당했던 지난 8월에는 박 전 대통령과 통화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 조문을 못 해 미안한 마음을 전했고, 윤 대통령은 감사를 표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순방 외교를 격려했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정치적으로 큰 함의를 품게 된다. 특히 내년 총선까지 6개월 정도 남겨둔 상황에서 보수층 결집의 신호탄이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윤 대통령인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연일 '민생'과 '반성'을 강조해왔지만 민심은 냉랭한 상태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10월3주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30%에 그쳤다. 국민의힘 지지층(76%→69%), 보수층(62%→56%), 60대(52%→46%), 70대(58%→51%), 대구·경북(58%→45%) 등 전통적 지지 기반에서도 하락세가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선과 관련해 "별 계획이 없다"며 역할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하지만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총선 출마 소식이 이어지고, 박 전 대통령의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총선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yjr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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