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질책·조언 경청하겠다"는 이재용…'대표급' 선임사외이사 둔다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선임(先任)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해 이사회 권한을 높이기로 했다.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해야 삼성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삼성SDI(006400)와 삼성SDS(018260)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삼성SDI는 권오경 사외이사가, 삼성SDS는 신현한 사외이사가 선임사외이사를 맡는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을 경우,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뽑아 적절한 균형과 견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회'를 소집하고 회의를 주재할 권한이 있으며, 경영진에게 주요 현안 관련 보고를 요구할 수도 있다. 또 이사회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며, 이사회 의장 및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소통이 원활하도록 중재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삼성이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것은 거버넌스 체제를 재편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회와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재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현재 국내 상법상 비(非)금융권 기업에는 의무화돼 있지 않지만, 삼성은 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자 선제적으로 제도를 채택하기로 했다.
이사회 권한 강화는 이재용 회장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해 회장 취임 때 별도의 승인 절차가 필요 없음에도, 이사회의 논의 절차를 거쳐 승진을 결정할 정도로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회장은 법률(상법)상 직함이 아니므로 이사회 승인이 필요 없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5월에는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다"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지 않은 삼성 계열사들도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을 뛰어넘어 사외이사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하는 거버넌스 체제로 재편하는 것이다.
단 삼성전자(005930)와 삼성전기(009150), 삼성생명(032830), 삼성화재(000810), 삼성증권(016360), 삼성카드(029780), 삼성자산운용, 삼성물산(028260) 등 8개사는 이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어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 대상이 아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고, 2020년 2월에는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또 2017년 4월부터는 기존에 운영되던 CSR 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자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다.
삼성은 기존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에 더해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추가로 도입함으로써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 정착 및 거버넌스 체제 재편을 위한 2가지 '표준 모델'을 주요 계열사에 접목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법적 의무와 상관없이 내부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라며 "일관된 삼성의 거버넌스 체제 재편 노력이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준이자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계열사별로 다양한 제도를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를 꾸준히 지원해 오고 있다. 이사회 내에 △지속가능경영 △보상 △내부거래 등 별도 위원회를 설치하고 이사회 권한 중 일부를 위임했다.
또 사외이사들이 중요한 의사결정 시 법률 및 회계 등 외부 전문가들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국내외 현장 방문 및 경영 현황 보고 등도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삼성은 2020년 2월 '삼성준법 감시위원회'를 출범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의 준법 의무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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