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 6% 줄였는데 생산 13% 늘어"…대동, 플랫폼으로 농업 해법 제시
빅데이터 기반 솔루션으로 수확량 증대…대규모 농업 겨냥
(당진=뉴스1) 이정후 기자 = "자율주행 농기계라고 하면 직진, 선회 기능 등을 주로 이야기합니다. 편의성은 있지만 한국 농업의 첨단 산업화를 이루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죠. 대동은 2026년부터 정밀농업이 통합된 비즈니스를 한국 농업에 제시하려 합니다."
대동(000490)은 2026년까지 종합 농업 솔루션을 주요 사업모델로 하는 중장기 비전을 26일 밝혔다. 핵심은 트랙터·콤바인 등 농기계를 주로 판매했던 기존과 달리 자율작업·(AI)인공지능·로봇을 활용한 농업 솔루션을 주요 사업으로 하겠다는 점이다.
대동은 25일 충청남도 당진시 상공회의소에서 '대동 미래농업 사업 방향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와 같은 비전을 공개했다. 이날 대동은 자율작업 기능이 적용된 트랙터·이앙기·콤바인과 생육 드론·대동 커넥트 애플리케이션(앱) 등 기술 기반 농업 생태계 계획을 밝혔다.
나영중 대동 AI플랫폼사업부문장은 "영세 소농으로 한국 식량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을지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있다"며 "스마트농기계뿐만 아니라 농업 전(全)주기에 솔루션을 융합하는 데이터 기반 첨단 산업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 농경지에서 데이터 확보…정밀농업 제공
대동이 제시하는 미래농업의 방향은 '플랫폼'에 방점이 찍혀있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농업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종합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플랫폼 구축을 위한 핵심 사업은 △정밀농업 △AI 자율작업 △스마트파밍 △커넥티드 4가지다.
비전 실현의 첫 단추인 정밀농업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데이터를 축적하며 이미 실행 단계에 있다. 그동안 76만330㎡(23만평)에 달하는 전국 100개 논에서 벼의 생육 데이터를 수집했다. 경작지의 영양도를 분석해 비료 투입량을 조절하는 등 빅데이터 기반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나 부문장은 "(정밀농업을 3년간 추진한 결과) 평균적으로 비료 투입량은 6% 줄고 생산량은 18% 늘어났다는 내부 데이터가 있다"며 "대규모 필지를 운영하는 법인농과 함께 사업 검증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대동은 AI 기반 농기계를 출시하겠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현재의 자율작업 농기계는 GPS 통신 기반으로 작동해 외부환경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AI가 탑재될 첫 번째 농기계는 트랙터로 '데이터 수집 장치'(DAQ)를 활용한 AI 모델을 개발 중이다.
농기계에 AI가 적용되면 농경지와 농로를 구분해 이동부터 작업까지 모든 작업을 스스로 하게 돼 완전한 의미의 무인 자율화 농업이 가능해진다.
나 부문장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데이터를 대규모로 처리하고 머신러닝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파밍까지 진출…"대동 커넥트를 슈퍼앱으로"
대동은 논 농업뿐만 아니라 밭 농업에도 첨단 기술을 도입해 '스마트 파밍'을 구현한다. 국내 농경지의 경우 논과 밭의 비율이 절반씩 차지하고 있어서다.
이를 위해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과 운송로봇·방제로봇·수확로봇 등 다목적 로봇을 개발 중이다. 로봇 플랫폼을 비농업 분야로 확대하기 위해 카이스트와도 협력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밭작물 재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솔루션 고도화도 추진한다. 관련 사업은 제주도, 경상북도 등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애그테크밸리를 구축하고 거점을 확장할 예정이다.
주요 솔루션 사업인 정밀농업·AI 농기계·스마트파밍은 커넥티드 앱인 '대동 커넥트'로 통합 관리하도록 만든다. 원격으로 농기계를 제어할 뿐만 아니라 토지 데이터, 수확량 모니터링, 농작물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해 '농업 슈퍼앱'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늘어나는 대규모 농업…플랫폼 사업으로 패러다임 전환
대동이 밝힌 4개의 중점 사업은 현재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각각의 사업을 고도화해 하나의 솔루션으로 통합하면 국내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농촌은 최근 소농 중심에서 법인농·대농·지자체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대동에 따르면 지자체가 논농사를 대행한 면적은 2012년 19만6000㏊에서 2020년 23만9000㏊로 22% 증가했다. 영농법인 수와 법인 경작지도 2018년 대비 2020년 각각 12%, 6%씩 늘었다.
소농 중심의 농업이 줄어들고 대규모 농업이 확대되면 체계적인 관리의 수요는 더욱 높아진다. 대동이 주도할 수 있는 사업 영역도 커지는 셈이다. 대동이 플랫폼 사업에 힘을 주는 배경이기도 하다.
나 부문장은 "정밀농업과 융합한 스마트농기계 사업이 실제 농가에 전달될 수 있도록 '대동 농작업 대행 서비스 센터'를 향후 2년간 파일럿으로 제공한다"며 "품질 고도화를 통해 202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유료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자율작업 3단계 농기계의 국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문준호 대동 국내사업본부장은 "3~4년 내에 국내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어 유럽과 미국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5년 뒤에는 국내 판매 농기계의 40~50%가 자율작업 농기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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