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진·회전도 알아서 척척… 대동 자율주행 농기계 타보니

최온정 기자 2023. 10. 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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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 콤바인·트랙터에 자율주행 3단계 적용
스스로 작업하고 생육드론으로 병해충 점검
“2026년까지 무인 자율주행으로 해외진출”

“버튼을 누르면 작업 경로에 따라 트랙터가 움직입니다.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됩니다”(대동 관계자)

25일 서울에서 2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당진 사성리 일대. 3300㎡(1000평) 규모의 농경지에 수확을 앞둔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대동이 제작한 자율주행 농기계의 시연회가 열렸다.

자율주행 농기계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미리 등록한 경작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작업을 진행하는 제품이다. 농기계를 움직여 경작지를 한 바퀴 돌며 네 개의 외곽 포인트를 정하고, 시작 위치와 회전 방법을 선택하면 자율작업 코스가 자동으로 생성된다. 만약 경작지가 사각형이 아니라 육각형, 오각형인 경우에도 꼭짓점만 등록하면 이동경로가 생성된다.

대동이 개발한 자율주행 3단계 콤바인이 벼를 수확하고 있다./대동 제공

◇ 시작버튼 누르니 저절로 이동... 직선·회전 운전도 가능

대동이 국내 최초로 출시한 트랙터 제품은 농기계를 많이 다뤄보지 않은 사람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작동 방식이 쉬웠다. 모니터에 있는 초록색 버튼을 누르니 농경지 외곽에 서 있던 트랙터가 경작 시작 지점으로 이동했다. 이후 작업 시작 버튼을 누르면 트랙터가 미리 정해놓은 경로를 따라 X자 모양으로 이동했다.

트랙터가 경로를 충실하게 따라 움직이는지는 모니터 상단에 표시된 빨간색 바(bar·막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바가 꽉 차면 이동 경로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위치와 경작지의 경사면, 엔진 부하율 등도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

대동 관계자가 자율주행 3단계 이앙기를 직접 운전하고 있다./대동 제공

대동이 최근 선보인 자율주행 콤바인(수확기)도 트랙터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했다. 모니터 하단에 있는 빨간 버튼을 누르니 자율주행이 활성화됐다. 이 상태에서 레버를 앞으로 밀면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직선으로 주행하며 벼를 수확한다. 코너에서도 별도의 조작 없이 콤바인이 스스로 후진과 전진을 반복하며 방향을 선회해 운전했다.

콤바인이 스스로 작동방향을 정하고 추수하는 동안 사람이 할 일은 모니터를 보면서 기계가 잘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일뿐이었다. 대동 관계자는 “수동작업은 조향은 물론 예취부(작물의 줄기 밑부분을 지면으로 부터 일정한 높이로 절단하는 부분)를 들었다 내리고 전·후진을 직접 해야 하지만, 자율주행은 레버를 전진으로만 눌러주면 자율작업이 시작돼 간단하다”고 말했다.

대동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3단계 자율주행이 가능한 트랙터와 이앙기, 콤바인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농기계 자율주행은 ▲0단계 원격제어 ▲1단계 자동조향 ▲2단계 자율주행 ▲3단계 자율작업 ▲4단계 무인 작업으로 나뉜다. 대동의 농기계는 자율작업의 속도와 주행을 모두 조절할 수 있도록 해 농업인들의 작업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

당진에서 밭농사(고구마)와 벼농사를 하는 6년차 농부 박상욱(32)씨는 “자율주행 트랙터와 콤바인, 이앙기를 모두 사용해봤는데, 트랙터의 경우 경작 경로를 설정하는 과정이 직관적이어서 사용하기 편리했다”면서 “콤바인도 예취부만 들었다 놔주면 회전이나 직진 동작을 기계가 알아서 해주니 좋다”고 말했다.

◇ 생육드론으로 농작물 상태 점검… 1초당 7장 촬영

이날 작물 상태를 보여주는 생육드론도 시연이 이뤄졌다. 생육드론은 농작물의 생육 상태를 찍어 상태를 점검하고, 병해충에 걸린 농작물의 규모를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농가는 드론이 찍은 이미지를 사용해 비료와 농약을 얼마나 투입할지, 올해 수확량은 어느 정도일지를 분석할 수 있다.

드론이 출발지점으로 이동해서 3300㎡ 규모 농경지를 촬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분이 채 되지 않았다. 드론은 1초 간격으로 7개의 사진을 찍어 업로드했다. 생육드론에는 멀티스펙트럼 카메라가 부착돼있어 총 7개의 파장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정보를 비롯해 식생지수(엽록소 함량지수) 등 화면에 잘 보이지 않는 영상도 확보할 수 있다. 3300㎡ 기준으로 통상 1400여개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대동 측의 설명이다.

생육드론이 촬영한 농경지 사진을 이용해 농작물의 병해충 전염여부와 식생 지수 등을 확인할 수 있다./최온정 기자

농기계와 생육드론으로 수확한 농작물 정보는 ‘커넥트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커넥트 앱에서는 농경지를 그리드(1그리드는 4m×4m) 단위로 나눠 콤바인이 수확한 작물의 무게를 표시해준다. 콤바인 내부에 장착된 각종 센서와 GPS 모델을 써서 수확 위치별 낱알의 무게를 측정하고, 이를 그리드별로 합산해서 서버에 저장한다.

커넥트 앱에서는 농기계의 고장 현황을 비롯해 소모품 이력정보, 농사 기상 정보, 지자체 영농 지원 정보, 내 관심작물에 해당하는 일일 경락가 등도 확인할 수 있다. 대동 관계자는 “대동 커넥트는 농기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개발된 앱이었는데 올해 8월부터 영농 정보를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 대동 “2026년까지 4단계 자율주행 개발”

대동은 자율주행 농기계와 생육드론, 커넥트 앱을 고도화해 논농사의 전주기를 아우르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운(흙갈이)에서부터 정지(땅고르기), 이앙(모심기), 시비(비료살포), 방제(농약살포), 수확 단계에서 최소의 자원을 투입해 최대의 수확을 거둘 수 있는 설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3단계인 자율주행 수준을 무인작업이 가능한 4단계로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AI) 기능을 설치한 농기계 10대를 전국 각지에서 운영하면서 영상정보를 학습하고 있다. 수집한 정보를 기반으로 농기계가 스스로 경작지까지 찾아가서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2026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대동은 향후 스마트파밍과 AI 자율주행, 커넥티드, 정밀농업이 가능한 4대 미래농업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대동 제공

4단계 자율주행 농기계가 개발되면 대농과 영농법인농을 대상으로 농작업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한다. 자율주행 농기계가 개발되면 한 사람이 여러 대의 농기계를 움직여 농사를 짓는 ‘스마트 파밍’이 실현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커넥트 플랫폼에는 농작업 대행이 필요한 농업인과 농업 대행사를 연결해주는 ‘농작업 중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대동은 북미 중소형 트랙터(100마력 이하) 시장 점유율 8%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서 정밀농업 모델이 구축되는 2026년부터 커넥트 앱부터 자율주행 농기계까지 단계적으로 출시한다. 대동 관계자는 “국내시장에서 기반을 다진 뒤 미국이나 유럽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나영중 대동 AI플랫폼 사업부문장(상무)은 “세계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농업이 단순 재배가 아니라 첨단 기술 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면서 “대동이 한국 농업을 첨단 산업으로 육성하고 새로운 세대를 키워낼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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