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참사 1년… 입법 방치한 여야[포럼]

2023. 10. 2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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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 159명이 생목숨을 잃은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 오는 29일이면 1년이 된다.

축제 현장이 참사의 장으로 돌변한 원인을 두고 논란이 많았지만, 자의적 거동이 어려운 군중유체화 현상을 낳은 안전불감증, 무질서와 함께 당국의 안전관리 및 통제 부족이 꼽힌다.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인파 밀집에 대비한 '인파 감지 시스템'의 가동을 현장 점검하고, 실제 인파 밀집 상황을 가정해 유관 기관 합동 대응 훈련을 하는 등 안전관리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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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안타깝게 159명이 생목숨을 잃은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 오는 29일이면 1년이 된다. 축제 현장이 참사의 장으로 돌변한 원인을 두고 논란이 많았지만, 자의적 거동이 어려운 군중유체화 현상을 낳은 안전불감증, 무질서와 함께 당국의 안전관리 및 통제 부족이 꼽힌다. 코로나 기간 3년을 참고 견뎌온 젊은이들이 좁고 경사진 골목에 한꺼번에 몰려들 줄을 예상치 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문제는 사전에 이러한 비극을 예방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후에도 약방문(藥方文)을 제대로 쓰지 않고 있어 재발 방지가 가능할지 확신이 안 선다는 점이다.

지금 여의도에서는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와 서울경찰청 국감에서조차 여야 간 참사 책임 공방만 있을 뿐 제도 개선책 만들기는 뒷전이다. 다른 상임위도 마찬가지다.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이재명 대표 법인카드 유용 의혹, 문재인 정부 대북 협력사업 ‘깜깜이’ 지원 의혹 등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일 이상의 증거기반 제도 개선 성과는 안 보인다. 지난해 핼러윈 참사 이후 발의된 46건의 안전 대책 법안 중 입법된 것은 1건뿐이다. 여당은 총선을 겨냥한 재난정치법이라는 이유로, 야당은 세월호에 버금가는 수준의 국정조사를 넘어 특별검사 도입 주장으로 정쟁만 할 뿐 제도 개선은 뒷전이다.

서울시와 자치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인파 밀집에 대비한 ‘인파 감지 시스템’의 가동을 현장 점검하고, 실제 인파 밀집 상황을 가정해 유관 기관 합동 대응 훈련을 하는 등 안전관리에 힘쓰고 있다. 인공지능(AI) CCTV를 활용해 위험 징후를 사전에 알리는 인파 감지 시스템의 가동과 함께 16개 밀집 예상 지역을 대상으로 행정안전부·경찰·소방 등 유관 기관과 협업해 단계별 교통 통제, 현장 순찰 강화, 취약지점별 경찰 배치 및 비상통로 확보 방안 등을 마련했다.

너무 많은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는데 이를 안전불감증이나 시민들의 질서 의식 부족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물론 사회적 자본의 확충 차원에서 계몽과 성숙한 놀이 문화를 위해 지역사회가 나설 필요도 있다. 그렇지만 세월호의 교훈도 마찬가지고 1년 전 핼러윈 참사의 경고를 되새기고 제도를 개선해야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여야가 국민 무서운 줄 알고 재난 매뉴얼과 제도적 재발 방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좋은 정치는 있는 듯 없는 듯이라던 때도 있었다. 중국 고대 요임금이 미복(微服)으로 잠행해 민정시찰에 나섰다. 한 노인이 배를 두드리고 밭의 흙덩이를 깨면서 임금의 덕을 찬양하는 모습을 보고 무위지치(無爲之治)의 이상이 실현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이야기다. 오늘날은 개인이 버는 돈의 20%를 세금으로 내고 그 용처를 정하는 일을 정치가 담당한다. 강제적으로 재원을 배분하는 일을 넘어 법을 정하고 규칙을 결정하는 것도 입법권능으로, 이 역시 정치의 몫이다. 그중 으뜸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과연 우리의 정치는 주어진 소명을 다 하고 있는가. 꼬박꼬박 세금 내고 법과 질서를 지키는 국민은, 여야 할 것 없이 해야 할 일은 뒷전에 두고 정쟁만 일삼는 모습에 신뢰를 거둔 지 오래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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