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지지에… 이스라엘 지상전 ‘명령’만 남았다

바이든“지상전 연기 요구안해
이 자국민 학살 대응권리 있어”
네타냐후“지상침공 준비 끝내
내각합의하면 바로 돌입할 것”
이·팔‘2국가 해법’도 재부상

“인질 석방하라” 2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독일 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 이스라엘과 지상전 연기를 합의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면서 이스라엘의 자위권 행사에 대한 지지를 거듭 밝혔다. 다만 지상전 투입 전 인질 최대 구출과 전쟁법 준수, 민간인 피해 최소화 필요성을 강조해 인질 구출과 동시에 지상 작전이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지상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고 재차 밝혀 지상전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앤서니 앨버리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하마스의 잔인한 파괴 행위 이후 이스라엘 국민이 느끼는 분노를 완전하게 이해 가능하다”면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자국민 학살에 대응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마스는 민간인 뒤에 숨어 있으며 이는 비열하고 비겁한 행동”이라며 “이는 이스라엘에 추가적인 부담이 되지만 그렇다고 이스라엘이 전쟁법을 준수해 작전을 수행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질 석방을 위해 이스라엘 측에 지상전 연기를 요구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No)”라고 답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상 공격을 연기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를 부인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사람들을 안전하게 구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이 그가 해야 할 일”이라며 “구출할 수 있다면 구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동등하게 안전하게 존엄과 평화 속에서 나란히 살 자격이 있다”면서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공격하는 (이스라엘의) 극단주의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해 ‘두 국가’ 해법을 강조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을 종결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해 이스라엘과 공존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이날 TV 연설에서 “우리는 지상 침공을 준비하고 있으며, 시점은 전시내각의 만장일치 합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참사에 대해 철저히 규명할 것이며 나를 포함한 모든 이가 이 참사에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지난 7일 개전 이후 처음으로 본인의 실책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 지지층인 우파 진영의 반발 등으로 중단됐던 두 국가 해법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한편, 이날에도 헤즈볼라 등 친이란 무장단체의 이스라엘과 미국 군사기지에 대한 공격은 계속됐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미군과 연합군은 최소 이라크에서 10차례, 시리아에서 3차례 무인기(드론)와 로켓을 혼합한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