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업계 어려움 가중되니…도요타 회장 "내가 말했잖아"
도요타 회장 "사람들이 내가 말해온 현실을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전기차 산업이 설상가상의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이미 수요 감소를 겪는 상황에서 고금리를 포함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GM-혼다 간 파트너십 폐기와 함께 주요 배터리 제조업체의 경고로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자신이 그동안 전기차에만 전력투구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리스크를 줄곧 경고해 왔다는 점을 피력하기도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기차 판매는 여전히 높은 성장세지만, 그 수요는 이 분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제조업체 및 관련 기업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전날 GM과 혼다는 저비용 전기차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50억달러(6조8천억원) 규모의 계획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계획을 발표한 지 1년 만이다.
GM은 지난 24일 구체적인 수량 목표를 달성하기보다는 수요 충족을 위한 단기 노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전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내년 수요는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멕시코 공장 계획을 늦추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머스크 CEO는 "우리가 처한 고금리 환경이 걱정된다"며 자동차 구입자 대다수는 금리에 매우 민감하다는 의견을 냈다.
투자자들의 반응이 그대로 드러나 지난 3개월 동안 관련 ETF(iShares Self-Driving EV and Tech)는 24% 이상 급락했는데, 이는 글로벌 주식을 대표하는 지수(MSCI All-World Index)의 하락률 8.3%보다 훨씬 큰 폭이다.
물론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주가 폭락도 두드러진다.
세계 최대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CATL은 지난주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로 인해 3분기 이익이 10.7% 증가에 그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 이후 가장 부진한 분기 기록이다.
정밀 모터 기업인 일본전산(니덱)의 주가는 중국 전기차 시장의 악화로 지난 24일 10% 이상 폭락하면서 지난 15년 사이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기차 판매는 늘고 있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3분기에 처음으로 30만 대를 돌파했다. 지난 9월 유럽연합(EU)에서는 14.3%,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22% 증가했다.
전기차 배터리에 많이 사용되는 원자재 가격도 하락했다.
패스트마켓(Fastmarkets)이 산정한 탄산리튬 현물 가격을 기준으로 리튬 가격은 올해 현재까지 67% 떨어졌다. CME의 코발트 가격은 올해 20% 내려 지난해 5월보다 절반 아래로 하락했다.
한편, 도요다 회장은 최근 미국 수요의 둔화를 포함한 전기차 관련 어려움과 관련해 "사람들이 마침내 현실을 보고 있다"며 자신의 입장이 옳았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도요다 회장은 자동차 산업이 단지 전기차만이 아니라 하이브리드 가솔린-전기 자동차 및 다른 쪽에도 계속 투자해 위험을 회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는 것이다.
거의 14년간 머문 CEO직에서 올해 물러난 도요다 회장은 이날 '재팬 모빌리티 쇼'(전 도쿄 모터쇼)에서 일본자동차공업협회 회장 자격으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탄소 중립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는 단 하나의 해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내가 현실이라고 보는 것을 계속 말해 왔다"며 "규제가 이상적인 기준에서 만들어지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일반 이용자"라고도 했다.
WSJ은 미국에서는 전기차 판매 동력이 떨어지고, 하이브리드 차량에 관심을 갖는 구매자가 늘고 있다며 도요다 회장이 '내가 그렇게 말했잖아'라는 순간을 즐기고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그는 전기차 시대에 일본 산업의 강점은 "장기간에 걸친 실제적인 차량 제작과 실패 경험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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