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한국경제 수출·소비 덕분에 성장…4분기엔 불확실성 커져

민선희 2023. 10. 2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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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GDP 0.6% 성장…"반도체·IT 경기로 수출 부진 완화"
지정학 위험 속 고물가·고금리 부담…전문가들 "올해 성장률 1.4% 난망"
한국 경제 성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올해 3분기(7∼9월) 한국 경제가 수출과 민간소비 회복 덕분에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된 가운데 소비자·기업 심리가 악화하는 등 4분기 성장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1.4% 성장을 전망하지만, 시장에서는 4분기에는 수출 모멘텀 둔화 등이 우려된다며 1.4% 성장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3분기 경제 0.6% 성장…"반도체·IT 경기 회복세 점차 나타날 것"

26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속보치)은 0.6%로 집계됐다.

우리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0.3%) 역성장을 기록한 후, 올해 1분기(0.3%) 반등한 뒤, 세 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부문별로 나눠 보면, 3분기 성장을 견인한 것은 순수출이다.

수출은 반도체·기계 등을 중심으로 3.5%, 수입은 석유제품 등을 위주로 2.6% 각각 늘었다. 지난 2분기 수출이 0.9%, 수입이 3.7% 줄었던 데서 증가세로 반전했다.

민간소비 역시 지난 2분기 0.1% 감소에서 0.3% 증가로 돌아섰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분기 날씨 요인 등으로 민간소비가 감소했는데, 3분기에 기저효과가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소비도 사회보장 현물 수혜 위주로 0.1% 증가했고, 건설투자도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늘면서 2.2% 성장했다.

하지만 설비투자의 경우 기계류의 부진으로 2.7% 감소했다.

한은은 앞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 전망치로 1.4%를 제시했는데, 올해 4분기 0.7% 성장하면 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주요국 긴축 장기화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신 국장은 "IT·반도체 경기,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중국 수출 등이 핵심 이슈였는데 최근 IT·반도체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수출 부진을 완화하고 성장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따른 지정학 리스크, 미국에서 고금리가 지속되는 점 등이 우리 금융·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은, 3분기 성장률 0.6%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신승철 경제통계국장(왼쪽)이 26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 추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발표에 따르면, 수출과 민간 소비가 직전 분기보다 다소 늘면서 3분기(7∼9월) 한국 경제가 0.6% 성장하며 세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유지했지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1.4%를 달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2023.10.26 scoop@yna.co.kr

지정학적 불안 고조에 고금리·고유가 지속…"1.4% 성장 어려울 수도"

대외 여건 불확실성 등에 따라 3분기에 나타난 성장세가 4분기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4분기 수출은 개선되는 분위기지만, 유가 급등 영향에 수입액이 수출액을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8억3천8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 늘었다. 이달 1∼20일 수입액은 0.6% 늘어난 375억8천6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37억4천8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지난달 같은 기간(4억8천800만달러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늘었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국제 유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부담 요인이다.

소비자 심리도 악화하는 분위기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1로 9월(99.7)보다 1.6p 내렸다. 지난 7월 103.2까지 오른 이후 석 달 연속 하락세다.

기업 상황도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한은이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 BSI(실적)는 70으로, 9월(73)보다 3p 내렸다. 지난 2월(69)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다.

특히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업은 3p 하락한 59를 기록해 지난 2월(56)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발표에 더해, 감산 효과 등이 아직은 기업 체감 경기에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4분기 경기회복 흐름의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올해 성장률이 한은 전망치를 밑돌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4분기 들어 중동 지정학 불안에 유가와 금리가 상승하는 등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고조될 것"이라며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순수출 성장 기여도 약화로 인해 올해 성장률은 1.2%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보고서에서 "3분기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0.5%)를 상회했지만, 한은이 전망한 연간 성장률 1.4% 달성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국내 경기의 강한 '상저하고' 사이클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금리 충격에 따른 금융시장 긴축발작,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심리지표 악화, 흔들리는 무역수지 흑자 흐름은 4분기 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둔화시키는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연간 성장률 전망치 1.2%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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