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새 구경 [아트총각의 신세계]
새 관찰하고 탐구하는 과정
다양한 형태 작품으로 구현
메마른 감정에 천진함 선사
1890년대 프랑스에서 출발한 아르누보(Art Nouveau)는 '새로운 예술'이란 뜻처럼 순수예술과 응용예술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 이때 등장한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나 알폰스 무하는 일러스트와 같은 편안하면서 시선을 빼앗는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는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있다.
전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일본 애니메이션들도 아르누보의 작가들이 선보인 그림 스타일을 '만화'라는 형태로 받아들인 후 대중예술로 승화해냈다. 현대 미술가 무라카미 다 카시는 이를 대표하는 작가다. 그는 상업만화 특유의 귀여움에 자신의 철학을 연결해 세상에 공개했다. 시시때때로 루이비통과 협업해 작품을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사족이 좀 길었다. 각설하고 전시회 이야기를 해보자. 아트총각이 오늘 이야기할 전시회는 갤러리 카페 바탕에서 11월 9일까지 열리는 타파이 작가의 'Bird Watcher'다.
그는 일러스트레이터 겸 작가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새로우면서도 융복합적이다. 판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쇄기법을 통해 작품을 만드는데, 이 또한 신선해 '현대판 아르누보'라 부를 만하다.
전시회 명칭에서 보듯, 타파이 작가의 취미는 새 구경이다. 새를 관찰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느끼고 해석한 것을 다양한 형태의 작품으로 귀엽게 구현한다. 타파이 작가는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를 보면서 메마른 도시 감정에 살아있는 천진난만함을 느꼈을지 모른다. 수많은 작품을 봤지만, 새를 이렇게 귀엽게 그려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 작품은 처음인 듯하다. 이는 그만의 능력과 관점이 아닐까 싶다.
그는 작가노트에서 "새를 잘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그래서 새를 기억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필자의 생각대로 새를 자신만의 관점대로 해석했단 뜻이다. "아직 나는 갖가지 새를 동정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버드워처(Bird Watcher)로서 내 눈앞에 잠시 모습을 드러내주는 새를 바라보고 기억하는 중이다."
일반적으로 회화작가의 작품을 보면 난해할 때가 많다. 어쩔 땐 작가노트에 실린 작품 내용과 작품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넓은 캔버스와 종이를 채우기 위해 자신의 의도와 다른 회화적인 요소를 억지로 그려 넣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필자만의 편견이 아니다. 작품노트 속 글과 작품이 따로 놀면 상당수 평론가가 혹평을 늘어놓곤 한다. 평론가들이 이를 작가가 미술애호가를 상대로 벌이는 '기만 행위'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타파이 작가의 작품노트와 작품은 '똑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어서 좋다. "잘 몰라서 탐구한다"는 그의 고백은 '밝고 귀여운 작품'을 관통하고 있어서다.
타파이 작가의 작품에서 보듯 잘 몰라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건 세상에 많다. 어쩌면 암울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 '귀여우면서도 편안한' 존재를 내심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흉흉한 사건과 소식으로 인간에 회의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타파이 작가의 전시를 추천한다. 때론 보는 것만으로도 회의감을 날릴 수 있을 테니….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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