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일본 여행을 갈 걸”... 반년간 엔화 ETF 900억 태운 개미들, 벌써 두 자릿수 손실

강정아 기자 2023. 10. 2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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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약세가 반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엔화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반년 동안 약 900억원을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ETF 손실이 커지자 울상이다.

하지만 지난 24일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899원대로 크게 떨어지자 개인 투자자들은 24~25일 이틀 동안 이 ETF를 15억원 넘게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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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일본엔선물’ ETF, 6개월 동안 10.03% 하락
‘진짜 저점’이라는 기대감에 엔화 ETF 매수세 지속
엔화 예금에도 뭉칫돈… 한 달 만에 1352억원 증가

엔화 약세가 반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엔화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반년 동안 약 900억원을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ETF 손실이 커지자 울상이다. 종목토론방에선 차라리 저렴한 엔화로 도쿄나 오사카를 다녀오는 게 나았다며 기다림에 지쳤다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의 향방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엔화 추종 ETF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엔선물’ ETF를 6개월간(4월 26일~10월 25일) 891억724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그래픽=손민균

엔화의 흐름을 추종하는 ETF는 ‘TIGER 일본엔선물’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이달 들어선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세가 주춤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 24일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899원대로 크게 떨어지자 개인 투자자들은 24~25일 이틀 동안 이 ETF를 15억원 넘게 사들였다. 6개월 전과 비교해 순자산총액이 약 165억원에서 1152억원 규모로 7배 가까이 증가했다. 개인이 몰리면서 상품의 사이즈 자체가 커진 것이다.

반면 가격 하락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엔·달러 환율)가 3월 말 130엔대에서 최근 150엔을 돌파하는 등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원화 대비 엔화 가치 역시 지난 4월 5일 1003.51원을 찍은 후 하락해 최근엔 900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TIGER 일본엔선물’ ETF는 연초 대비 6.12% 내렸고, 6개월 전과 비교하면 10.03%로 두 자릿수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3개월 전과 비교해도 1.09% 떨어졌다. 그럼에도 개인들은 이제 엔화가 ‘진짜 저점’이라는 기대감에 엔화 ETF에 대한 매수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ETF뿐만 아니라 엔화 예금에도 뭉칫돈이 몰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엔화 예금은 전월 대비 1억달러(약 1352억원) 늘어난 83억7000만달러(약 11조312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외화 예금이 59억달러(약 8조원)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향후 엔화 가치의 흐름에 대해선 전문가들은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말 엔화가 반등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의 급등, 엔화 가치의 추가 하락 우려 등을 이유로 일본이 12월부터 완화적 통화정책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인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와 엔화의 절하 압력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중앙은행의 고금리 트렌드에 맞춰 일본 중앙은행(BOJ) 역시 12월부터 통화정책을 정상화 수순으로 돌리면서 엔화 약세의 되돌림 장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화 약세가 계속 이어져 올해 연말 엔·달러 환율이 160엔대로 오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우노 다이스케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수석 전략가는 이달 5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당분간 미국은 긴축, 일본은 완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BOJ가 움직이지 않으면 올해 안으로 엔·달러 환율이 160엔 선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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