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국립대병원 중심 ‘필수의료’ 강화 방안의 필요성과 향후 과제
어느 지역에 살 든 아플 때 제 때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은 공동체가 성립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이다. 특히 응급, 외상, 심뇌혈관질환, 분만, 신생아, 감염 등과 같은 필수중증의료 분야는 반드시 모든 지역에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필수중증의료일수록 투자비용이 큰 반면 인구가 적은 지역에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없기 때문에 민간에 맡기게 되면 지역에 필수의료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정부의 필수중증의료에 대한 직접 투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 현상은 심화되고, 도시와 지방의 격차는 점차 커지고 있다. 그 결과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골든타임을 놓쳐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국립대학교병원 등을 시도의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하고, 필수중증의료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실제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소관 부처의 문제다.
국립대학교병원 정책을 보건복지부가 수립하는 상황에서 관리 책임을 보건복지부가 가져야만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부처 이관만 이루어진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문제 해결의 시작점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러한 소관 부처 이관은 이해관계자들의 반대로 인하여 번번이 정책 의제로 등장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2023년 10월 19일 ‘국립대병원 중심의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하면서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 이관을 공식화하였다. 소관 부처 이관과 함께 필수의료 분야 교수 정원 확대, R&D 투자 확대 등 국립대학교병원 강화 방안도 함께 제시하였다. 이러한 정책이 현실화되면 지역 간 필수의료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필수의료 혁신전략은 오랜 시간 풀지 못했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걸음을 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발표에서 아쉬운 부분 역시 존재한다.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립대학교병원과 연계하여 중진료권 수준에서 역량 있는 급성기병원을 확보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역의 중진료권에 제대로 된 급성기병원이 없는 상황에서 국립대학교병원과 정책수가만으로 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란 어려움이 있다.
필수의료 공백이 존재하는 중진료권에 정부의 직접적인 자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익적인 민간병원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우선 기존 공공병원을 증축하고 취약한 진료권에 공공병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국립대학교병원이 권역 거점 역할도 가능해질 수 있다. 물론 공익적인 민간병원에서도 정부의 직접적인 자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서울대학교병원을 국가중앙병원의 역할을 부여하겠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내 최고 병원 중 하나인 서울대학교병원이 국가중앙병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 정책의 실효성 측면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동안 서울대학교병원이 국가중앙병원의 역할을 수행해 본 경험이 없고 다른 사립대학병원과 구별되는 공적 행동을 보여 왔다고도 보기 어려워, 향후 국가중앙병원 규정 이후 실제적인 공적 책임감과 역량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또한 다른 국립대학교병원과 구별되는 서울대학교병원의 위상을 어떻게 법적으로 부여할지도 과제이다. 더욱이 보건복지부는 국가중앙병원의 역할을 수행해 온 국립중앙의료원에 1조 원을 투자하여 첨단 병원으로 이전 신축하고 중앙감염병병원을 신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이러한 계획이 서울대학교병원의 역할 강화 방안과 엇박자가 나지는 않을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의도와 달리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책임과 권한이 분리되어 정책 실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치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필수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응급환자가 이송 중에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립대학교병원이 지역에서 실질적인 권역 거점이 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소관 부처를 이관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정책 방안은 지금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하고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정책이 구현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이와 더불어 공공정책수가가 작동할 수 있는 지역의 공공 인프라의 확대도 함께 고민된다면 훨씬 더 실효성이 큰 필수의료 강화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전향적인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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