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극장 단짝' 피아노 맨과 달복·사월, 산골 세레나데
'동물극장 단짝'에 달복이와 사월이가 출격한다.
"달복이, 사월이를 자연에서 뛰어놀게 하려고 산속으로 왔어요.
녀석들을 행복하게 해주겠노라 '약속'했죠"
경상남도 거창군 감악산,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이곳으로 가을 나들이를 나온 강민규(62) 씨. 풍경을 즐기며 천천히 걷는 그의 옆에는 반려견 '달복' (수컷, 10살 추정)이와 '사월' (암컷, 3살 추정)이가 함께 한다. 그런데 두 녀석이 등장했다 하면 언제나 시선 집중! 늘씬한 몸매에 검은 반점이 인상적인 달마티안 달복이와 귀여운 외모를 자랑하는 사월이 덕분이다. 특히 달복이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걸 아는지 애니메이션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통통통 모델 뺨치는 발걸음을 선보인다. 지나는 사람마다 '예쁘다'라고 칭찬하니 민규 씨 어깨가 저절로 으쓱해진다.
나들이를 즐긴 후 돌아간 곳은 경상남도 산청군. 도착지는 집이 아닌 산속이다. 달복이와 사월이를 위해 민규 씨의 지인이 빌려준 산 놀이터! 줄을 풀어주자마자 신이 나서 뛰기 시작하는 두 녀석. 사월이는 온몸에 풀씨를 묻히며 놀고, 달복이는 유유자적 선비처럼 산을 누빈다. 한참을 뛰놀던 사월이가 갑자기 낙엽 더미를 판다! 땅 밑을 지나다니는 쥐의 냄새를 맡은 듯한데, 과연 결과는?
민규 씨의 집은 뛰어놀던 산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주변에 민가 하나 없는 조용한 이곳에서, 8년 전 민규 씨의 둘째 딸이 지역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알게 되어 가족이 된 달복이와, 1년 전 길을 떠돌던 녀석에게 밥을 주며 정이 든 사월이까지 세 식구가 살고 있다. 자식 같은 녀석들을 넓은 자연에서 뛰어놀게 해주고 싶은 마음 하나로 올해 2월, 산골행을 선택했단다.
"관객이 둘이나 있잖아요.
제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두 녀석 모두 감상하는 것 같아요.
그게 정말 고맙죠"
민규 씨는 현재 드론 전문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8년 전까지만 해도 경남 사천시 삼천포에서 카페를 운영했지만, 우후죽순 들어서는 대형 커피 전문점에 밀려나 결국 폐업, 새로운 길을 찾은 것이 드론 조종사였다고... 민규 씨에게는 드론 조종만큼이나 능숙한 재능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피아노 연주. 고등학교 시절 독학으로 배웠는데 성인이 된 후엔 클럽이나 카페에서 밴드를 결성해 연주할 정도로 수준급 실력을 자랑한다. 지금도 종종 달복이와 사월이를 위한 '마당 연주회'를 마련한다는 민규 씨. 그때마다 두 녀석이 조용히 음악 감상을 하는 것 같아 고맙다는데...
오늘은 선선한 가을 날씨도 즐길 겸 마당에 피아노를 설치했다. 그러자 익숙한 듯 마당으로 나오는 달복이와 사월이. 어느덧 산중에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진다. 사월이는 지그시 눈을 감고, 달복이는 먼 산을 바라보며 민규 씨의 피아노 연주를 즐긴다.
"힘든 시기에 달복이가 저를 지탱해 주고 붙잡아준 것 같아요
제 마음을 치료해 주는 '치료 약' 같은 존재예요"
달복이와 사월이 중 민규 씨가 더 마음을 쓰는 녀석은 첫째 달복이다. 어느덧 노령견이 된 녀석을 함께 지내는 동안 원 없이 사랑해줬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아물지 않았을 '그 상처' 때문이다. 달복이가 유기견 보호소에 있던 시절, 안락사만큼은 피하게 하려고 안락사 예정일이 돌아오면 봉사자들이 돌아가면서 녀석을 임시 보호했었다. 달복이 입장에서는 그때마다 '새 주인인가?'라는 마음으로 보호소를 나갔다가 또다시 보호소로 돌아오는 걸 반복했던 것.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이 치유해 주자'라는 마음으로 온갖 정성을 쏟아부었고, 조금씩 나아지는 달복이를 보면서 민규 씨 자신을 보는 듯했다는데...
지금은 누구보다 평온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민규 씨지만, 모든 걸 포기하고 싶던 때가 있었다. 8년 전 카페를 접고 한동안 지독한 경제난에 시달렸는데, 그즈음에 아내와도 이혼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고... 그때 곁에서 누구보다 위안이 되어준 존재가 달복이. 하루 종일 고된 일을 마치고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면 유일하게 반기는 존재. '오늘도 고생하셨어요'라고 말하는 듯 꼬리를 흔들고 손등을 핥아주는 달복이를 보며 힘을 얻었다고 한다. 민규 씨는 그때마다 다짐했단다. '내가 너의 영원한 보호자가 되어줄게'라고.
오랜만에 민규 씨와 달복이의 오작교, 둘째 딸 강하니(26) 씨가 찾아왔다. 양손 가득 두 녀석의 선물을 들고 방문한 하니 씨를 보자 달복이와 사월이의 꼬리가 멈출 줄 모르는데... 아빠와 달복, 사월이가 산청에서 처음 맞는 계절. 누구보다 따뜻하게 날 수 있게 하니 씨가 준비해 온 선물은?
"달복이가 저한테 주는 게 엄청 커요
의무감, 사랑, 이런 제 마음들이 합쳐져 곡이 만들어졌어요"
아침부터 피아노를 챙겨 집을 나서는 민규 씨. 달복이와 사월이까지 함께 나선다. 도착한 곳은 차황면의 한 카페. 알고 보니 민규 씨는 한 달에 한 번, 마을 주민들을 초대해서 피아노 연주회를 열고 있다. 어느덧 주민들로 카페가 채워지고 연주를 시작하는데...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곡들을 연주하던 끝에, 마지막엔 직접 작곡한 연주곡 <달복이>를 선보인다. 달복이를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을 곡으로 만든, '달복이를 향한 세레나데'란다. 사랑이 담긴 민규 씨의 연주곡이 가을밤을 충만하게 물들인다.
iMBC 유정민 |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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