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혁신 부르짖은 ‘맨발의 소명자’ 소강석 목사 인터뷰
“소명감은 난관도 이겨··· 계란으로 바위 치니까 결국 깨져”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 인터뷰
무일푼서 10대 대형교회 키워
합동·한교총 이끈 韓교회 리더
“코로나 때 사회 질타 받은 교회
본질로 돌아가 공적기능 회복을
설득보다 유혹하는 이 시대엔
권위 벗고 대중과 소통해야”
멋진 명문대 졸업장도, 사람을 홀리는 외모도 없었다. 믿음의 가정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었다. 주변을 돌아봐도 예수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교회에 예쁜 여학생이 있다는 후배의 꼬드김에 넘어가 교회의 문턱을 처음 넘었다. 그러던 어느날 뜨거운 영적 체험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목사가 되겠다는 결심에 부모님은 몽둥이와 회초리를 들었다. “뼈 빠지게 농사지어서 가르쳐 놓으니까 예수쟁이가 돼버렸어. 아예 나가버려.” 추운 겨울날 그는 맨몸으로 집을 뛰쳐나와 7년간 배를 곪아가며 신학 공부를 했다. ‘맨발의 소명자’라 불리며 개척교회 신화를 일군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61)다.
최근 용인 죽전 새에덴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소 목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하나님이 불러주신 소명감”이라고 말했다. “소명감은 어떤 물불의 난관도 이기게 해줍니다. 이것이 뜨거우면 맨땅에서 헤딩하게 되죠. 계란으로 바위를 치니까 결국 깨집디다.”
첫 개척교회는 전남 화순의 한 시골교회였다. 교단적인 배경이 전혀 없는 그는 안정적인 교회의 전도사 자리도 구하기 힘들었다. 개척만이 살길이었다. 갖은 고난과 핍박을 딛고 교회를 안정궤도에 올려놓았다. 20대 후반 그의 눈이 향한 곳은 넓은 땅 서울이었다. 아내는 “서울대, 연고대 나온 분들하고 경쟁해서 이길 수 있나요”라며 반대했다. “인간적으로 상처가 되는 말이었지만 경책이 됐어요. 1년에 100명, 2년에 200명 모이게 했지요.”
지금이라도 개척을 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1988년 당시도 개척교회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새벽에 신문배달을 했어요. 아파트에 들어가서 전도지를 꽂으려고. 새벽기도하고 시장을 돌아다니며 문제 있는 사람들을 붙잡고 기도했죠. 그 열정에 감동한 것이라고 봅니다.”
분당 정자동에 이어 2005년엔 지금의 죽전 예배당을 건축했다. 등록교인 5만명에 달하는 한국 교회 10대 안팎의 대형교회로 키웠다. 대형교회 대부분이 2세로 세습되거나 2세대 목회자로 승계된 상황에서 60대 초반 창업자의 리더십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 그는 코로나 발발 8개월째인 2020년 9월에 최대 교단인 합동 총회장을, 석달 뒤엔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회 대표회장직을 맡았다.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저는 자율방역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총회장이 됐을 때는 정부에 주도권을 다 빼앗겨 버렸죠. 예배의 자유를 지키면서 국민 보건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에 부역하냐’며 저를 비난하는 사람도 참 많았습니다. 수면제를 먹고 잠드는 날이 많았죠.”
‘성장 지상주의자’였던 그는 코로나 이후 교회의 공적 기능에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달부터 일요일 예배 때 인문신답 설교 시리즈를 시작한 이유다.
“중세 흑사병이 왔을 때 교황은 교회로 모이라며 공간의 권위를 확보하려 했죠. 결과적으로 어린 아이들도 죽고 수녀 사제의 목숨마저 앗아갔습니다. 신의 권위는 떨어지고 신을 조롱하기 시작하면서 인문학이 발달했지요. 지금도 코로나 후유증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100% 회복한 교회는 없어요. 중세 이후에는 인문인답을 했지만 지금은 인간이 묻고 하나님이 답하는 인문신답을 해야 할 때로 봐요.”
종교의 위기는 교회가 교회답게 성경이라는 본질로 돌아갈 때 극복할 수 있다. 소 목사는 솔로몬이 쓴 전도서를 자주 인용한다.
“솔로몬이 누굽니까.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력과 명예 쾌락의 극치를 다 누린 사람이에요. 그런데 결국 깨달은 건 인간은 흙으로 돌아가고 모든건 지나간다는 것이죠.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전부라는 솔로몬의 깨달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는 설교 중간중간 성도들하고 같이 찬양하며 권위를 스스로 무장해제한다. 일부에선 ‘광대설교’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금은 설득의 시대가 아니라 유혹하는 시대입니다. 현대인의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유혹해야 합니다. 목회자가 고지식하고 꼰대스럽고 너무 우아하기만 하면 다가가기 힘들어요. 성경 텍스트가 말해주는 하나님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소 목사는 이달 초 아프리카 르완다와 케냐에 다녀왔다. 왕복 40시간에 가까운 강행군이었다. 다음달 부산엑스포 유치에도 교회가 앞장서고 있다.
“비행기 안에서 영어 연설 하느라 입술이 부르틀 정도였습니다. 아프리카 25개국 장차관을 만나 삼성 갤럭시 폴더블폰 30개를 구해 나눠주니 좋아하더군요. 그 열매가 얼마나 나타날지 기도하고 기대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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