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유승호에게 찾아온 변화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30대에 벌써 데뷔 24년차다. 유승호는 '집으로'의 앳된 모습을 벗고 '거래'를 통해 처음으로 거친 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 여러가지 다 해볼 것"이라는 그의 포부가 앞으로를 기대하게 한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거래'(극본 홍종성·연출 이정곤)는 우발적으로 친구를 납치한 송재효(김동휘), 이준성(유승호)의 100억 납치 스릴러를 그린 드라마다. 유승호는 극 중 전역한 청년 이준성 역을 맡았다.
유승호는 우선 '거래' 대본을 받고 놀랐다고 한다. 그는 "감독님이 먼저 작품을 제안해 줬다. 항상 새로운 걸 도전하고 싶은 흥미가 있었지만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던 중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셔서 대본을 읽어봤는데 소재가 흥미로웠다. 재밌게 읽었고 빠른 시간에 선뜻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야기에도 매료됐다는 유승호다. 그는 "캐릭터보다 세 남자의 이야기 자체에 흥미로움이 많았다. 선과 악의 둘에 있어서 마음이 준성이에게 끌렸던 점도 있었다. 어느 지점보다는 세 남자의 이야기 전체가 흥미로워서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승호가 연기한 이준성은 절친한 친구이자 의대생 송재효와 친구 박민우(유수빈)을 납치하는 인물이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납치극에 휘말리면서 도덕적인 신념에 부딪히는 모습을 열연했다.
유승호는 "그동안 해온 작품들을 보면 진중하고 정직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준성이란 인물도 착함, 정직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송재효와 같은 납치범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선과 악이 분명히 담보하고 있다. 선을 지키기로 하는 도덕적인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연기했다"고 전했다.
준성은 납치한 친구 민우를 풀어줄 기회, 납치극을 그만둘 기회가 찾아올 때마다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연기한 유승호는 "감독, 배우들과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다. 애초에 납치라는 것이 안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준성이 처한 상황, 아버지와의 관계, 군대, 친구라는 요소들이 발목을 많이 잡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성은 모든 일을 해결하고 싶어 했을 것이다. 준성이가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선, 도덕적인 것을 지키려는 준성이의 다짐, 심성이 해당 장면으로 잘 비치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하면서도 나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납치극으로 시작하는 자체부터 이해하기 힘든 영역이었다. 혼자서 상상을 하고 두 배우들의 반응을 받아서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가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거래' 속 준성은 유승호가 해왔던 다수 작품들 중에 가장 거친 캐릭터이기도 하다. 반삭 머리, 욕설, 흡연 연기까지 날 것 모습을 보여줬다.
유승호는 반삭 머리에 대해 "머리를 좀 더 짧게 하고 싶었던 건 제 의견도 있었다. 보여지는 모습이 흥미로웠으면 했다. 재효와 준성이 가만히 앉아있을 때 허술해 보이는 범인의 모습이 외적으로 재밌게 보였으면 했다. 재밌었다. 현장에서 손질 안 해도 되니까 너무 편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만 흡연 연기를 할 때는 카메라에 담길 정도로 손을 떨었다고. 유승호는 끊었던 담배도 이번 작품 때문에 다시 했다며 "카메라 앞에서 처음으로 한 거다. 터미널에서 담배를 피며 버스를 기다리는 장면이 있는데, 카메라에 보일 정도로 손이 많이 떨리더라. 긴장한 게 보여서 많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어떻게 비칠까. 혹은 카메라 앞에서, 방송에서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데 어색해 보이면 어쩌지란 생각이 들었다"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 생각보다 괜찮네라고 느껴주신다면 좋겠다"고 수줍게 말했다.
유승호에게 찾아온 새로움과 변화는 나이와도 비례했다. 2000년 드라마 '가시고기' 아역배우로 데뷔 후 영화 '집으로'를 통해 유명세를 얻은 그다. 어느덧 데뷔 23년 차 배우이자 30대에 접어든 유승호는 "성숙해지려고 아직 노력하고 있다"고 웃었다.
유승호는 "'집으로' 작품이 워낙 흥행해 아직까지 '집으로'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20대 때는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얘기해 주면 피했던 것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나의 소중한 작품이었고 보다 보면 이제는 너무 귀엽다는 말을 할 정도로 예쁜 추억으로 남아있다. 시간이 갈수록 '집으로' 얘기를 들을 때가 좋기도 하더라. 어렸을 때는 어른스럽게 보이도록 노력했던 것 같다. 지금은 생각을 비우고 당장의 작품, 캐릭터에 집중하자고 마음먹고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더불어 30대의 자신의 삶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한 유승호다. 그는 "준성처럼 일탈은 없지만, 30대란 숫자에 접어들면서 하루하루가 소중하더라. 좀 더 잘 살아가보고 싶고, 하루를 잘 만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밥 같이 먹기 같은 것도 다른 분들에게 사소한 것이겠지만 저에게는 큰 변화"라고 얘기했다.
유승호는 최근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데뷔 이래 첫 예능 '런닝맨'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이 역시 유승호에겐 변화를 위한 도전이었다. 그는 "안 해본 것도 하면서 나와 반대되는 것들에 부딪혀보자는 생각이었다"며 "YG엔터는 가수 소속사 이미지가 강했는데 찾아보니 배우들이 많더라. 이분들이 계속 있을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나와 다른 결의 회사인데 나의 다른 모습을 찾아봐주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접근했다. 다른 회사도 미팅도 했는데 도전한다는 의미로 선택했다"고 전했다.
유승호는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안 해본 것들을 도전할 거고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다 해볼 거다. 멜로, 휴먼물도 할 거다. 재밌는 역할이 많이 나올 것 같아 기회가 되면 꼭 참여할 예정"이라고 눈을 빛냈다. 디즈니+ 시리즈 '무빙'의 영탁 역으로 잠시나마 언급된 것에 대해서도 "제안이 온다면 출연 발표를 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옛날에는 '정변의 아이콘' '모범적 이미지'가 어색하고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지금은 새로운 연기 수식어를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비슷한 뉘앙스의 수식어를 얻고 싶어요"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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