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가 게임체인저” K-조선, 中 추격 따돌리고 ‘글로벌 최강’ 굳히기

2023. 10. 26. 11: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 5.3조 사상 최대 규모 ‘잭팟’
삼성중공업·한화오션도 초대형 계약 임박
“LNG운반선 시장, 한국의 압도적 우위”
카타르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오른쪽)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도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카타르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정기선(오른쪽 두번째) HD현대 사장 등과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대근·김은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카타르 국빈 방문을 계기로 HD현대중공업이 39억 달러(약 5조2511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계약을 따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카타르에서 초대형 계약을 앞두고 있어, 글로벌 LNG 운반선 시장에서 K-조선이 추격자인 중국을 여유롭게 제치고 ‘1위 굳히기’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카타르에너지와 지난 25일(현지시간) 17만4000㎥(입방미터)급 LNG운반선 17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단일 계약 기준 한국 조선업계 사상 최대 수주 금액에 해당한다. 직전 단일계약 최대 수주액은 지난 7월 이뤄졌던 삼성중공업의 3조9593억원(컨테이너선 16척) 규모 계약이다.

이번에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LNG운반선은 길이 299m·너비 46.4m·높이 26.5m 규모로, HD현대중공업의 울산 도크에서 건조돼 2029년 하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초부터 200억2000만 달러를 누적 수주하면서, 연간 목표(157억4000만 달러) 대비 127.2%를 초과 달성하게 됐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카타르 측과 약 30척에 대한 가격 협상을 진행 중으로 추가 성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꼽히는 카타르는 지난 몇 년 동안 자국 앞바다에서 대규모 천연가스전이 새로 발견됐다. 이에 따라 LNG 생산량을 현재 연산 7700만t에서 2027년 1억2600만t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카타르 LNG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LNG 수송선단에 대한 대규모 확충을 추진 중이다. LNG 운반선 시장에서 세계 최대의 큰 손으로 급부상한 셈이다.

카타르 LNG 프로젝트를 통해 총 120여척의 LNG 운반선 총 발주가 예상되는 가운데 카타르에너지는 지난 2020년 국내 3대 조선사와 100척이 넘는 LNG 운반선 건조 슬롯 계약(독 선점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말부터 실제 발주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카타르 특수’가 현실화하면서 관련 시장에서 한국의 초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글로벌 LNG 운반선 시장에서 연간 누적 발주량은 총 60척으로, 이 가운데 한국이 82%인 49척을 가져갔다. 나머지 11척(18%)만 중국 조선업체들에 돌아갔으며,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의 후속 계약이 확정되면 이 차이는 더 벌어지게 된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카타르 프로젝트 수주는 한중 간 치열한 경합이 펼쳐지고 있는 글로벌 LNG 운반선 시장에서 한국의 압도적 우위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지난 2020년 LNG선을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지만 2021년 8척, 2022년에는 60척을 각각 수주하면서 기술과 경험을 빠르게 축적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올해 카타르 수주전에서 한국에 완패하면서 당분간 ‘격차 좁히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의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카타르 이외 지역에서도 K-조선의 ‘추가 잭팟’이 터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중공업이 주력하고 있는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분야가 꼽힌다. 업계에서는 20억 달러 규모의 모잠비크 프로젝트와 관련 연내 삼성중공업의 수주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하고 정제해 이를 LNG로 액화한 이후 저장 및 하역까지 가능하게 하는 복합 해양플랜트를 말한다. FLNG의 1기당 가격은 15억 달러에서 30억 달러(약 2조∼4조원) 수준으로, 한 번 수주에 성공하면 LNG운반선 6척에서 12척 가량 계약을 따낸 것과 맞먹는 고부가가치 설비다. 삼성중공업은 FLNG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다른 빅2 조선사와 차별화를 두고 있다.

실적 발표에서도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3분기 영업이익 741억원, 당기순이익 2316억원을 기록하며 한화그룹 편입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옛 대우조선해양 실적까지 포함하면 12분기 만의 흑자로, 새 출범 이후 효율성 강화와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26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제1도크에서 LNG운반선 4척이 동시 건조 중에 있다. 내달 4일 진수를 앞두고 막바지 공정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은 거제사업장 제 1도크에서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제 1도크는 길이 530m, 폭 131m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로, 이 도크에 가장 수익성이 좋은 LNG운반선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는 것은 경영정상화의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다.

한화오션은 앞으로 2024년에는 22척, 2025년은 24척 등 역대 최다 LNG운반선 건조 기록을 매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이 지금까지 가장 많은 LNG운반선을 건조한 것은 지난 2018년으로, 총 19척을 건조했다.

bigroot@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