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연의 여의도 돋보기] 카카오 `경영진 리스크`에 눈물의 개미… `국민 배신株` 전락

신하연 2023. 10. 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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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연초대비 '5분의1' 수준
카카오게임은 47%나 떨어져
먹통 사태에 오너 리스크까지
각종 악재탓 투자자들만 피해

'국민주'였던 카카오가 요즘엔 '국민 배신주'로 불리고 있습니다.

최근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주식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출석하면서 주가가 출렁였습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CIO)가 같은 혐의로 구속된 것을 봤을 때 김 전 의장도 책임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금감원은 26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법인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김범수 창업자도 추후 송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SM 경영권을 두고 하이브와 카카오의 경쟁이 뜨거웠던 올 초의 열기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이들은 지난 2월 경영권 인수전 상대방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 SM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습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간 바 있습니다. 결국 인수는 카카오가 하게 됐고요. 이후 금감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은 카카오엔터 판교 본사와 서울 사무실을 압수수색, 사건을 조사해왔죠.

일각에서는 혐의가 밝혀지면 카카오의 SM 인수가 무효화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복현 금감원장이 '법인 처벌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여기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데요. 금감원이 카카오 법인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 중인 대주주입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해 인가 유지 여부를 판정하는데, 최대주주 법인이나 개인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으면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따를 수 없으면 최악의 경우 대주주 보유 지분 중 10% 초과분을 처분해야 합니다.

카카오 주주들이 카카오 경영진에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단지 이 문제뿐만이 아닌데요, 사실 카카오 경영진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 문제는 계속해서 지적돼 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비행(?)에 대한 확실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카카오 경영진 전반의 분위기를 흐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앞서 2021년 류영준 당시 카카오페이 대표는 일부 임원과 함께 카카오페이 상장 한 달여 만에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 900억원어치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한 바 있습니다. 이후 주가가 폭락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경영진 먹튀 논란'이 일었고요. 1주당 5000원에 스톡옵션을 행사한 류 대표의 매각 차익은 457억원에 달했습니다. 통상 CEO를 포함한 경영진이 본인 몫의 스톡옵션을 행사해 물량을 팔면, 시장은 '지금이 고점'이라고 받아들이면서 기업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게 됩니다.

당시 금융당국은 제2의 카카오페이 사태를 막는다며 신규 상장사 임원들이 상장 직후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한 주식을 최소 6개월 간 매도할 수 없게 하는 상장규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었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책임지겠다며 사임한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도 스톡옵션 행사로 94억원이 넘는 차익을 챙기면서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던 약속이 무색해지기도 했죠. 바로 지난달에는 김기홍 카카오 전 재무그룹장(CFO)이 법인카드로 1억원 규모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해 파장이 일었는데요, 상임윤리위원회 회의를 거쳐 나온 징계 수위는 정직 3개월에 불과해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대규모 서비스 장애, 포털 여론 조작 의혹 등 논란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카카오 형제들'의 주가는 처참한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가뜩이나 고금리 장기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실적 부진만으로도 주가 전망이 좋지 않은 시점에 오너 리스크가 반복되면서 주가를 짓누르고 있는 셈이죠.

26일 종가 기준 카카오는 연초 이후 28.56% 하락했습니다. 2021년 한 때 장중 17만원도 터치한 적 있던 주가는 현재 3만8000원대로 반토막은커녕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황입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들어 47.17% 하락했고 카카오페이도 33.05% 내렸습니다. 그나마 '선방한' 카카오뱅크가 19.21% 떨어졌고요. 결국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 것은 카카오의 성장성과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입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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