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 다 바쳤는데..."병원장 갑질에 피멍든 40대男
출퇴근·자녀 이사 및 등하교·집안일 등...10년간 무보수 업무
40대男 "두려움과 무기력감에 주변에 도움 청할 수 없었다"
[더팩트 l 광주=김남호 기자] 전북 순창의 한 병원에서 일했던 40대 남성 직원이 수년 간 원장의 수행 비서 역할 등을 하고도 급여를 받지 못하는 등 갑질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A씨(42)는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여 간 원장 B씨의 출·퇴근을 돕는 등 사실상 수행 비서 역할을 도맡아했다.
앞서 지난 2009년 A씨는 B씨의 지인이 운영하던 목포의 한 주유소에서 일하던 중 B씨를 알게 됐다. A씨는 지난 2011년 주유소를 그만둔 뒤 광주에서 구직활동을 하던 중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는 B씨의 연락을 받고 이를 수락했다.
A씨는 광주에 사는 B씨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B씨의 출·퇴근 등을 도왔다. "나중에 장사를 하게 되면 가게 차리는 비용과 결혼할 경우 자금을 지원해주겠다. 걱정하지 말고 함께 일하자"는 B씨의 말을 믿고 무보수로 수행 비서 역할 등을 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지난 2012년 무보수로 일하면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자 생활고를 호소했고 B씨는 김밥집 창업을 제안했다. 당시 B씨는 "장사가 잘 되면 갚아라. 우선 네 명의로 대출받으면 입금해라"라고 말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자신의 명의로 1500만원을 대출받은 뒤 B씨에게 대출금 전액을 입급했다. 또 김밥집 문을 연 뒤에는 월세와 급여 등 매출금도 B씨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김밥집은 7개월 만에 폐업 수순을 밟게 됐다.
A씨는 대출 업체와 협의한 뒤 매월 20만원씩 갚기로 했으며, B씨는 A씨를 대신해 매달 20만원씩 대출금을 갚아줬다.
이는 B씨에게 발목이 잡히는 계기가 됐다는 게 A씨의 입장이다.
이후 A씨는 B씨의 출·퇴근은 물론 집안 일 등 잡일까지 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A씨 아버지의 권유로 전남 담양의 전원주택 투자 사업에 뛰어들게 된 B씨는 애초 계획대로 사업이 잘 풀리지 않자 A씨를 상대로 책임 추궁에 나섰다.
투자 사업 실패에 따른 책임까지 떠안게 된 A씨는 지난 2014년 "그간 무보수로 일을 했으니, 관계를 정리하자"며 B씨와의 연을 끊은 뒤 지인의 소개로 광주 비아동에 위치한 한 공업사에 취업하게 됐다.
하지만 A씨는 해당 공업사에 취업한 뒤에도 B씨의 지속적인 연락에 시달렸다. "너는 돈이 있으면 다 써버린다. 내가 관리하면서 나중에 도와줄테니, 월급의 80%를 내 통장으로 입급하라"는 B씨의 전화내용이었다.
A씨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약 1년간 월급을 받는대로 입금했지만 B씨는 "네 아버지가 제안한 전원주택 사업 투자 때문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니, 네가 다시 병원 일을 해줘야겠다"며 또다시 지속적인 연락을 해왔다.
A씨가 입금한 금액은 모두 15차례에 걸쳐 1600만원. A씨는 지난 2015년부터 월·금·토요일은 병원에서, 화·수·목요일은 공업사에서 일을 하게 됐다. B씨 어머니 병원 진료를 비롯한 자녀 이사 및 등·하교, 자녀 집 청소와 빨래 등 잡일은 더 많아졌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지난 2021년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을 견디다 못해 그간 일했던 퇴직금만 받는 조건으로 관계를 정리한 뒤 이듬해인 지난해 퇴직금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끝내 받지 못했다.
A씨는 "그동안 받지 못한 월급 및 퇴직금 명목으로 1억을 달라고 했는데, B씨가 '알겠다'고 했다"며 "B씨가 네 아버지와 함께 한 전원주택 사업 때문에 손해가 너무 많다. 대신 월 50만원씩 월급을 주겠다. 내 신용카드도 네가 써라. 대신 병원에서 일해달라고 해서 또다시 함께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출근 직후 첫 달 50만원을 받은 뒤 11월 간 매달 30만원씩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의 지속적인 연락과 모욕, 책임 추궁 등에 따른 두려움과 무기력감에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며 "지난 수 년 간 B씨와 함께 지내면서 노예처럼 일을 했는데, 월급은 고사하고 퇴직금조차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또 "현재도 B씨의 얘기만 나오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것"이라며 "B씨가 수 차례 연락하면 B씨의 말대로 따르게 된다. 몇 차례 B씨와 관계를 정리하려고 애썼지만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주변 사람들 사이에선 'A씨가 나 때문에 잘 먹고 잘 살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A씨가) 내 카드로 모든 생활비 등을 썼다"고 말했다.
<더팩트> 취재진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추가 질문을 하려고 했으나, B씨는 "검찰에 모든 얘기를 한 상태다. (기사는) 쓰고 싶은대로 쓰라"며 취재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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