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4분 피칭’에 송곳 질문...스타트업 진땀 빼는 ‘LG노바 이노베이션 페스티벌’ 가보니
“메타랑 싸워서 이길 자신 있어요?”, “지금 말씀하신 특허는 얼마나 탄탄한 기술인가요?”
25일(현지 시각) 오후 1시 30분 미국 샌프란시스코 하이버니어 전시장 지하 1층.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LG노바 이노베이션 페스티벌 2023′에 설치된 무대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줄지어 올랐다. 이들은 모두 LG전자 미국 법인 산하 신사업 발굴 사업부인 ‘LG노바’가 추진하는 스타트업 공모전에 참가하는 업체들이다. 지난해 LG노바는 이 같은 경연을 통해 2400여개의 스타트업 중에서 단 40개사를 향후 사업 협력 가능성이 있는 ‘파트너 스타트업 후보군’으로 선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스타트업 간의 경쟁은 지난해보다도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수많은 지원사 중에서도 발표 기회를 잡은 곳은 단 5곳”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딩 없이 3D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아고라 월드’의 이던 버그 최고경영자(CEO)가 마이크를 들자, 그의 앞에 있는 모니터에서 4분으로 설정된 타이머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투자자, LG전자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의 마음을 뺏을 수 있는 시간은 단 4분. 버그 CEO는 “엔지니어 지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도 누구나 쉽게 3D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실제로 우리 할머니도 클릭 몇번만으로 콘텐츠 제작을 하신다”고 했다.
발표가 끝나자 심사위원들은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로 삼은 메타와 사업 분야가 겹치는데,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버그 CEO가 “싸우는 것 보단 협력을 추구하겠다”고 대답하자, 심사위원은 “실리콘밸리에선 비슷한 사업을 하는 곳이 많다. 그러려면 정말 피터지게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약 한시간 내내 스타트업 대표들이 심사위원들의 송곳 질문에 진땀을 흘리는 광경이 연출됐다.
이날 행사에는 스타트업·투자자 등 500여명의 참가자가 몰려들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 8월 대형 글로벌 벤처투자사(VC)인 클리어브룩과 손 잡고 내년 말까지 1억 달러 규모의 스타트업 육성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관심을 갖는 스타트업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했다.
이날 전시장 1층에서는 스타트업들이 윤태봉 LG전자 북미지역대표(부사장), 강진용 상무(TV부문 품질담당), 이강원 상무(TV소프트웨어 개발 담당) 등 LG전자 고위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경연이 열리기도 했다. LG전자의 TV 운영체제(OS)인 ‘웹OS’에 탑재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소개하는 자리로, 이곳에서 1~3등을 얻으면 실제로 웹OS 장터에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첫번째로 무대에 오른 3D 게임 스타트업 ‘모이토이버스’ 관계자는 LG전자의 TV 운영체제인 웹OS에 탑재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소개했다. 가상 공간에서 명상을 하고, 자연을 뛰어다니는 게임을 통해 우울증을 해소하는 게임을 LG TV에 탑재할 수 있다고 제안 한 것이다. 발표가 끝나자 이 상무는 “해당 게임을 유니티 기술 기반으로 만들었다 소개했는데, 그런 게임은 상대적으로 무겁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심하다”며 “TV에 탑재했을 때 문제가 없나”라고 뾰족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행사는 ‘미래를 위한 과제’라는 주제로 공모를 했고,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클린테크, AI 등 분야에서 혁신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추후 아이디어가 채택된 스타트업은 6개월 이상 LG노바와 함께 아이디어 사업화를 추진하고, LG전자로부터 투자를 받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게 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