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와중에 27조 실적 거두고 돌아온 尹…"순방이 곧 민생"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4박6일 간에 중동 국빈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사우디아라비아 156억 달러와 카타르 46억 달러 등 202억 달러(약 27조원)의 수출·수주 실적을 거둔 세일즈 외교였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표방한 윤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탈탄소 기반의 '중동 2.0' 협력 시대를 내걸고 성공적으로 순방을 마쳤다.
윤 대통령 부부는 25일 오전 8시43분쯤 공군 1호기편으로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장호진 외교부 1차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등이 환영나왔다.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자주색 넥타이, 김건희 여사는 검은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 차림으로 내렸다. 윤 대통령은 환영나온 이들과 인사한 뒤 차량에 올라 공항을 떠났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거둔 수출·수주 실적은 사우디 156억 달러와 카타르 46억 달러 등 202억 달러(약 27조원)다. 실제 맺은 계약뿐만 아니라 논의를 본격화하자는 의미의 MOU(양해각서)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기 때문에 최종 확정된 수주액은 아니지만 그만큼 '무대'를 넓혔다는 뜻이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방한했을 당시 발표된 290억 달러,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 국빈방문 때 나왔던 3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더하면 792억 달러(약 107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사우디 측과 논의되던 290억 달러 중 60%가량은 이미 관련 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서로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석열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첫해부터 UAE를 포함한 사우디, 그리고 중동의 주요 국가들이 새로운 관계 수립을 강력하게, 신속하게 하고 싶다고 요청해왔다. 다음 세대의 경제발전 전략이라든지 방산 협력, 이런 것들에 목마름을 갖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로서도 일자리 창출, 투자 유치, 새로운 신성장 경제 동력을 창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중동 2.0' 협력 시대가 시작됐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번 순방 계기에 기업들은 총 63건의 MOU와 계약을 체결했는데 압도적 비중이 (석유의존도를 낮추려는) 사우디 비전 2030, 카타르 국가비전 2030과 관련된 새로운 협력 분야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며 "특히 우리나라와 중동 국가가 전기차와 배를 같이 만들며 새로운 산업 지도를 함께 그리는 협력은 과거에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사우디와는 43년 만에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경제협력은 물론 안보협력과 문화 교류 등 전방위에 걸친 협력의 방향을 명시했다. 이스라엘의 분쟁사태에도 민간인에 대한 공격 반대 등 일치된 입장을 내놨다.
사우디의 극진한 예우도 눈길을 끌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카타르 현지 브리핑에서 "카타르에 앞서 방문했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극진한 예우를 해줬지만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의전적으로 많은 예우를 했다"며 "김 여사는 왕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사열대에 두 정상과 함께 서고 양국 정상 뒤에서 함께 이동했는데 이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외교관례상 일일이 공개할 수는 없지만 사우디 측은 행사마다 깜짝 놀랄 정도로 파격적인 예우를 했다는 설명이다.
하이라이트는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직접 운전을 하면서 윤 대통령을 옆자리에 태운 일이다. 왕세자는 24일 사우디에서 마지막 일정을 위해 이동하려던 윤 대통령을 숙소로 직접 찾아왔다. 예정되지 않은 깜짝 만남이었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23분간 단독 환담했고 15분간 왕세자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일련의 예우는 우리나라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나타낸다.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는 중동과 향후 다양하고 상당한 규모의 협력이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첨단산업으로의 압축성장을 노리는 중동에는 기술력과 경험을 갖춘 우리나라가 딱 맞다는 분석이다. 중동은 대한민국의 손을 잡고 탈탄소의 미래로 가고 우리는 막강한 그들의 경제력에 힘입어 새로운 도약을 꾀하는 모양새다.
최상목 수석은 "순방이 곧 민생"이라며 "정상 순방을 통해 우리 기업의 수출과 수주를 지원하고 국내 투자를 유치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최대의 민생현안은 물가안정이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따라 국제유가가 크게 등락하는 등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에너지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한 정상 차원의 외교 노력도 적극 펼쳤다"고 했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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