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이삿짐' 50년 만에 최소…'정적인 사회' 왜?

권애리 기자 2023. 10. 2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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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목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코로나를 전후해서 우리 사회가 큰 변화를 겪었는데 이것도 그런 내용인 것 같습니다. 이사 업체들이 최근에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요.

<기자>

코로나 전이었던 2019년만 해도 이사 화물을 취급하는 업체가 전국에 4천 곳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해마다 200개 안팎씩 줄어들면서 지난해 기준으로 3천500곳이 채 안 되게 남았습니다.

3년 동안 15% 가까운 업체들이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한 거죠.

[유철상/전국화물주선연합회 상무이사 : 회원 업체들 얘기를 들어보면, 코로나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부동산 경기를 비롯해서 (이사가 줄어서) 이사화물 쪽에 수요가 많이 없다 보니까 일반 유통물량이나 수출 물류를 취급하는 일반화물로 전환해서 (영업)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우리나라 안에서의 인구 이동이 45만 명에 그쳐서요, 5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까지 줄었습니다.

한 마디로 이사 다니는 사람들이 줄고 있단 얘기입니다.

50년 전인 1973년은 우리나라 인구가 3470만 명 정도였을 때거든요.

지금 인구의 67% 밖에 안 될 때에 근접한 수준으로까지 이동이 줄었다는 건 그만큼 정적인 사회가 됐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죠.

<앵커>

이사 가는 사람 숫자가 50년 만에 가장 적어졌다, 왜 이렇게 이사를 안 다니게 된 겁니까?

<기자>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역시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 표를 보시면 바로 눈에 들어올 겁니다. 젊은 사람들 특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까지가 이사를 제일 자주 다니는 나이대입니다.

3분기에 이 연령대의 청년들은 거의 4명 중 한 명 꼴로 거주지를 옮겼죠.

40대가 되면 이동률이 급격하게 낮아지고요, 또 아이들도 이사를 거의 다니지 않습니다.

각자 사정에 따라서 편차는 있겠지만 보통은 자기가 젊을 때 많이 옮겨 다닙니다.

대학 가면서 자취하기도 하고 취업하면서 이사하기도 하고요. 옮겨야 할 상황도 잦지만 젊고 혼자일 때 몸이 가볍죠.

그러다 아이를 낳으면 아무래도 정착하게 되고요. 별일 없으면 나이가 들수록 힘들여서 이사 다니는 걸 좀 꺼리게도 됩니다.

그래서 20대가 젊은이가 많은 사회가 보통 인구 이동도 활발한 겁니다.

빠르게 청년이 줄고 있는 우리는 지난달에 20대의 인구 이동이 1년 전보다 8천 명 정도 줄어들면서 50년 만에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가장 적은 달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기간에도 이사가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일상을 회복한 올해 들어서 이사 수요가 더 적어졌습니다. 청년층이 계속 빠르게 줄고 있죠.

지난해부터는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던 것도 이사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친 걸로 보는데요.

사실 지난 7·8월, 지난 여름에는 2분기에 집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늘었던 영향도 있어서 이사도 살짝 늘었습니다.

실수요 거래가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도 되겠죠. 그런데 3분기에 들어서는 주택 거래 증가세도 주춤하고요.

청년 인구가 감소한 영향이 좀 더 두드러지는 걸로 보입니다.

<앵커>

어디에 사람들이 많이 이사를 가고 어디에서 많이 빠져나오는지 궁금합니다. 도시 별로 보면 어떤가요?

<기자>

3분기에만 서울에서 5천 백 명 가까이 빠져나갔습니다. 사실 이것은 상당히 지속적인 흐름입니다.

광역시도 중에 인구가 늘어난 곳은 딱 네 군데, 경기와 인천, 그리고 충남과 충북입니다.

집값이 비싸고 생활비도 많이 드는 서울을 벗어나서 인천과 경기,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요.

충청 지역에서도 세종시에선 이사를 나가고 충남과 충북으로의 유입은 늘어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요, 이렇게 어디는 놀고 또 어디는 줄었다고 따질 수 있던 지금, 이때가 좋았다 이런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8월에 새로 태어나 한국인이요, 전년 대비로 봤을 때 33개월 만에 가장 적은 1만 명대입니다. 1만 8천984명이 태어났는데요.

8월 출생아가 2만 명도 채 안 되는 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처음입니다.

통상적으로 연말로 갈수록 아이들이 더 적게 태어나는데 벌써 이러니까 연말의 출생률 집계는 받아보기도 두려운 상황인 거죠.

이대로 가다가는 인구가 어디는 늘고 어디는 줄고를 따지기가 무색한 지경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그야말로 한국인이 사라져 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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