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본질과 이탈리아 장인정신을 말하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보라토리 스칼라 안살도(Laboratori Scala Ansaldo)’. 오페라 공연장 라 스칼라 극장(Teatro alla Scala)의 환상적인 무대를 완성하는 작업실인 이 특별한 공간에서 지난 9월 22일 토즈의 2024년 봄, 여름 컬렉션 런웨이가 펼쳐졌다. 토즈는 12월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 예정인 오페라 ‘돈 카를로스’ 무대 제작의 미장센(mise-en-scène: 무대 위의 모든 시각적 요소를 배열하는 작업)에 주목하며, 이를 통해 토즈의 핵심 가치인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의 우수성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이번 패션쇼는 시그노래퍼(Scenographer: 미술적인 무대 장치, 시각적 효과의 총괄자), 조각가, 목수들의 작업 세트를 그대로 가져왔기에, 관객들은 마치 작업 현장에 초대받은 듯한 특별한 경험을 만끽할 수 있었다.
쇼가 시작되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토즈의 장인 정신이 빛나는 마스터피스들이 행진했다. 토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발테르 키아포니(Walter Chiapponi)는 디자인의 본질과 이탈리아 장인정신의 품격을 향한 긴 여정의 종착점이 되어 줄 컬렉션을 완성했다. 특히 이번 컬렉션 룩 구성에서 소재의 재단, 볼륨감, 품질에 중점을 두었다. 남성복과 1990년대 미니멀리즘에서 받은 영감을 여성적인 분위기로 재해석하고 이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재단했는데, 모든 옷에서 부드러움과 유려함이 느껴졌다. 넉넉한 주름 팬츠와 칼라 없는 재킷으로 구성된 수트, 테일러드 웨이스트코트(waistcoat: 앞에 단추가 달린 조끼), 토즈의 필수 아이템인 트렌치코트는 모두 얇고 유연하여 모델들의 움직임에 따라 부드럽게 춤을 추는 듯했다. 가벼운 코튼과 부드러운 나파 가죽(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지역에서 개발한 가공법으로 만들어진 가죽) 소재의 블루종(bluson: 짧은 상의)은 부드럽게 팔락거리는 주름 스커트와 매치됐고, 기모노 소매의 포플린(poplin: 부드럽고 광택이 나는 평직물) 티셔츠는 커다란 벨트와 조합됐다. 서로 대비되는 밝은 컬러로 크로셰(crochet: 코바늘 뜨개질) 효과를 준 니트웨어는 수공예로 제작되어 우수한 촉감이 돋보였다.
토즈의 상징적인 가죽 제품들도 토즈만의 고급스러운 내추럴 컬러와 라임 그린이 대비되며 ‘메이드 인 이탈리아’ 수공예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빛냈다. 각각의 룩을 완성하는 백은 장식을 생략하여 정교한 건축적인 구조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토즈의 아이코닉한 ‘Di 백(Di Bag)’은 솔기 없이 제작되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디자인으로 새로워졌고, ‘T 타임리스(T Timeless)’ 백은 엠보싱 가죽 소재로 만들어졌다. 기하학적 디자인의 새로운 ‘T-박스(T-Box)’ 백은 메탈 T 잠금장치가 달리고, ‘쇼퍼(Shopper)’ 백은 인체를 모티브 삼아 천과 가죽 소재로 제작됐다. 모델들의 발끝에선 토즈의 아이코닉 고미노(Gommino: 밑창에 자갈돌 모양 고무 페블이 달린 토즈의 상징적인 슈즈)와 함께, 발레리나 슈즈, 뮬(mule: 뒤꿈치가 오픈된 신발) 등 간결한 굽과 부드러운 컬러의 새로운 슈즈들이 빛을 발했다. 토즈의 2024년 봄, 여름 컬렉션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장인정신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지금 유행하는 ‘조용한 럭셔리’의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예가 되어주는 동시에, 시대에 한정되지 않고 여자들의 옷장에 보존될 영원한 클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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