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한국의 맛 전파... B2B 기업에서 B2C 기업으로 변화하는 ‘면사랑’
지난달 찾은 충북 진천의 ‘면사랑’ 공장. 정세장 면사랑 대표와 직원들이 1, 2, 3 숫자가 붙은 국수 접시를 놓고 빙 둘러앉았다. 이들은 “하나, 둘, 셋”하는 구호와 함께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 접시를 하나씩 골랐다. 떡볶이, 우동, 만두, 튀김 등 나오는 메뉴마다 같은 과정이 반복됐다. 이들은 각자 “2번 접시의 면이 더 쫄깃하다” “1번은 시간이 지날수록 식감이 무르다” “만두의 주름은 물결 무늬인게 더 바삭한 것 같다”는 등의 평가를 내놓았다. 정 대표는 “일주일에 한번, 타사 제품을 종류 별로 먹어보며 자사 제품과 비교하는 품평회”라고 말했다.
이달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면사랑’은 국내 B2B (Business to Business·기업 간 상거래) 업체의 강자로 꼽힌다. “‘면사랑’ 제품을 모르는 한국 사람은 있어도, 안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면사랑’이라는 업체의 이름이 생소할 순 있어도, 소비자들은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 업체 제품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면 제품의 스테디 셀러인 ‘오뚜기 옛날 국수’와 국내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인기 가정간편식 피코크 초마짬뽕, 도우룸 라구파스타, 이연복 셰프의 목란 짬뽕 등을 면사랑에서 만든다. ‘군필자 추억의 음식’으로 꼽히는 까르보나라 크림우동과 청양고추 콘크림 우동, 나폴리탄 스파게티 같은 냉동 용기면은 월 평균 1만~2만5000개씩 판매되는 군대 PX 국군복지단 판매 인기 상품이다. 유명 식당에서도 면사랑 제품을 받아다 쓴다. 이연복 셰프가 운영하는 목란과 도미노피자·파파존스 같은 피자 프랜차이즈, 미소야·백소정 같은 요식업체들 역시 면사랑에서 납품받은 건면·냉동면, 소스 등을 조리해 매장 손님에게 내놓는다.
이미 B2B 업체로 제품력을 인정받은 면사랑이지만 2년 전, B2C(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 뛰어드는 모험을 시작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음식점·주점 등 같은 외식·식자재 업체 대상 식자재 납품 사업이 부진해졌기 때문이다. 2020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 96%씩 줄어들었다. 창립 이후 첫 역신장이었다. 정 대표는 “그 후 ‘제품력에는 자신이 있으니 가정간편식을 내놓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말했다.
면사랑은 특히 ‘냉동 제품’에 집중해 B2C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준이 높아질수록 냉장·실온 제품보다 냉동 제품을 선호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실온 제품은 115℃ 이상에서 45분 이상, 냉장 제품은 100℃ 이상에서 20분 이상 살균을 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면은 물론, 고명으로 올라간 해산물이나 채소의 식감이 물러질 수 밖에 없다”며 “급속 냉각을 한 냉동 제품은 간단한 조리 만으로 면의 쫄깃함과 고명의 맛과 향을 살려낼 수 있기 때문에 맛의 차이가 확연하다”고 말했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올해, 해외 시장에 첫 출사표도 낸다.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 ‘르클레흐’와 ‘까르푸’ 매장 300여곳에 멸치국수와 김치볶음우동, 직화짜장, 떡볶이범벅, 새우튀김우동, 가쓰오유부우동 등 냉동면 6종을 납품하기로 한 것이다. 이달 말, 면사랑 냉동면 제품 21만개 이상이 프랑스행 배를 탄다. 정 대표는 “프랑스 바이어들에게 시식을 했더니 의외로 한국의 매운 맛도 좋다고 하더라”며 “이미 베트남·중국·태국에는 수출을 시작했고, 미국·일본 업체들과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면사랑은 건면부터 생면, 냉동면, 쫄면, 냉면, 파스타 같은 면 제품과 소스·고명·육가공품 등 300여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냉동·냉장면과 건면·생면 등 냉동면 부문에서는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 대표는 “앞으로 다른 회사 제품을 만들어주는 B2B 사업 비중은 줄이고, ‘면사랑’이라는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B2C 제품 비중을 늘려나갈 것”이라며 “지난 30년간 쌓은 노하우로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한국의 면’ 맛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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