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클레르 X 팜 엔젤스 라가치 디자이너 “무시 당해도 결국엔 이겨내는 우리가 엔젤(Angel)!”
몽클레르 X 팜 엔젤스 아트 디렉터
”패션의 정신은 ‘자유’”
LA의 독특한 감성 녹인 스타일로 인기
새 컬렉션 26일부터 선보여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몽클레르(MONCLER)는 외투, 특히 겨울용 아우터로 유명하다. 눈보라 휘날리는 험준한 알프스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위한 장비를 만들면서 커나갔다. 그런데 그 몽클레르의 아티스틱 디렉터였던 프란체스코 라가치(Francesco Ragazzi)는 만년설(萬年雪)과는 거리가 멀다. 아니 어쩌면 대척점인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 태생이긴 하지만 찬란한 태양빛과 태양에 반사되는 황금빛 바다로 출렁이는 미 LA를 기반으로 하니 말이다.
정반대의 만남. 몽클레르에 4계절 의상이 모두 존재하는 걸 떠올려보면 한여름의 DNA를 지닌 디자이너의 감성이 필요한 건 충분히 고개를 끄덕 일만 하다. 아니 조금만 집중해보면, 한겨울과 한여름 풍경에서도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파우더 같은 눈 위에서 스키를 타며 날아갈 듯 무중력의 자유를 느끼는 그 순간과, 모래 알갱이조차 보이지 않을 듯한 고운 백사장을 지나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중력을 이겨내는 때의 그 가벼움이란! 거스른다는 것, 그것은 곧 젊음이다. 몽클레르가 ‘생존’을 ‘패션’이란 장르로 확대시킨 데엔 라가치의 경계 없는 상상력이 한 몫 했다.
사진작가이자 지난 2014년부터 몽클레르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또 이듬해 미 LA에서 세운 자신의 브랜드 팜 엔젤스로 패션계를 뜨겁게 만든 남자 프란체스코 라가치. 그는 몽클레르가 지난 2018년부터 글로벌 패션계에서 촉망받는 유명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선보인 ‘몽클레르 지니어스’ 플랫폼의 초기부터 핵심적인 역할도 해왔다. 몽클레르가 럭셔리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MZ세대에게 환영받는 글로벌 브랜드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바탕이 됐다.
지난 2월 열린 런던 패션위크 기간 동안 가장 화려한 이벤트 중 하나로 꼽혔던 ‘아트 오브 지니어스’를 통해서 라가치는 그의 디자인 원천인 자유, 개성, 가벼움을 다양하게 표현해냈다. 케이블 니트 스웨터, 케이블 패딩, 빈티지한 가죽 바이커 재킷 등 라가치의 오랫동안 지속된 코드의 요소를 색다른 방식으로 적용하여 포스트 프레피 감성을 자아냈다. 26일부터 몽클레르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등에서 만날 수 있는 몽클레르X팜 엔젤스 새로운 컬렉션 등과 관련해 아트 디렉터 프란체스코 라가치와 이메일로 이야기를 나눴다. 일간지에서는 첫 만남이다.
―2007년 몽클레르 홍보실 인턴십(internship in the press office of Moncler)을 거치면서 몽클레르와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레모 루피니 몽클레르 회장님에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처음부터 저를 믿어준 사람들 중 한 명이고 나 스스로를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신뢰를 제게 주셨죠. 제가 여기서 일을 시작했을 땐 하나의 비전과 동일한 생생한 열정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죠. 몽클레르는 독특한 역사를 가진 뛰어난 브랜드예요. 몽클레르의 브랜드 DNA는 진정한 개척자이자 산악인이자 산을 사랑한 리오넬 테라이가 처음부터 갖고 있던 혁신, 우수함, 창조성을 향한 끊임없는 탐구에 관한 것이에요.
그는 산의 정상에서의 추운 날씨 뿐 아니라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용감한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생생한 열정에 맞는 것을 기술적, 시각적으로 구현하고자 했어요. 최근 몇 년 브랜드 전략의 일환으로 몽클레르를 다운 재킷의 대명사로 만들려는 목표가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그 목표 달성에 기여했다고 진심으로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Moncler Genius 안에서 여전히 몽클레르의 일부임이 자랑스러워요.”
―팜 엔젤스라는 브랜드는 당신이 당신의 책을 위해 찍은 첫 사진에서 착안했어요. 사진작가에게 ‘빛’은 생명이나 마찬가지듯, 당신은 LA 역시 빛을 상징한다고 말했는데요. 몽클레르를 통해서 어떤 빛을 담고 싶은가요?
“빛은 제게 에너지와 자유이며 이것들은 LA의 생기를 진정으로 느끼게 해주는 핵심적인 요소들이죠. LA의 푸른 하늘, 해질 무렵의 해, 바다에서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 어디에나 있는 야자수들은 땅과 하늘 사이의 다리 같아요. 이런 것들이 제가 늘 제 컬렉션으로 표현하려는 LA의 유니크함을 보여주는 요소들이죠. 광범위한 측면에서 같은 빛을 가진 몽클레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예요. 화창한 날에 산 정상에서 즐길 수 있을 법한 그런 빛이죠.”
―당신은 angel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ngel이 높이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면 네, 전 angel이에요. Palm Angels의 만트라는 전에 제가 즉흥적으로 적었던 문장이에요. ‘그들은 당신을 무시하겠지만 결국엔 그러지 못하게 될 것이다’였죠. 제 생각에 이건 브랜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에요.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하겠다는 우리의 굳건한 의지뿐 아니라 브랜드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그런 강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전달하죠. 앞으로 나아가고 스스로를 믿고 결코 멈추지 않도록 격려하고 돕는 것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브랜드를 뒷받침하는 힘이에요.
디자이너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저는 결코 믿음을 멈춘 적이 없고, 제가 만든 브랜드로 제 기준과 믿음 안에서 한 사람으로서, 제가 만들고 싶어 하는 미래를 생각하고 그런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어요. 그런 점에서 Palm Angels는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일종의 가치의 플랫폼이에요. 여기서 핵심적인 키워드는 자유죠.”
―LA 역시 천사의 도시로 불려요. 하지만 모든 일엔 명암이 있듯, 도시에는 항상 행복한 웃음만 들리는 건 아니죠.
“제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도시예요. 항상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곳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에 제2의 고향 같은 곳이죠. 저는 제 브랜드를 만드는 꿈을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Palm Angels 초창기에는 굉장히 어려웠고 힘든 브랜드였죠. 알려지지 않았어요. 브랜드 런칭 4년 전인 2011년 밀라노에서 제가 사진집을 냈을 때는 연관성이 보이지 않았었어요.
하지만 저는 제가 생각하는 프로젝트가 독창적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어려움이 많아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죠. 저는 제 자신을 표현하고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알아볼 만한 브랜드를 만드는 꿈을 추구하며 살았어요. 하지만 저는 그냥 꿈만 꾸는 사람은 아니었죠. 열심히 일했어요. 점차 브랜드를 키워나갔고 결국엔 제 끈기로 결실을 보았어요. 그때 운도 아주 좋아서 저를 믿어주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죠. 용감해야 운이 따른다고 하잖아요. Palm Angels는 건강하고 강해지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있는 젊은 브랜드예요.”
―당신 인생에서 가장 영향을 미친 사람 3명을 꼽자면요.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가르쳐주신 아버지, 처음부터 저를 믿어주시고 저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주신 레모 루피니 몽클레르 회장, 책의 런칭 때부터 제 여정의 일부이며 책의 서문을 써준 가수이자 디자이너 퍼렐 윌리엄스가 있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genius란 무엇인가요?
“성공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면 Genius는 끝나버리고 말 거예요. Genius는 어디에나 있어요. 인지하고 발전시키기만 하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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