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지르러 갑니다. 잘 꺼주세요" 황당신고 30대 결국은

유흥업소서 종업원 협박하려고 119 신고
소방·경찰 21명 출동…"공권력 행사 방해" 징역형 집유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여보세요. 방화를 하면 하면 처벌이 어떻게 돼요? 지금 불 지르러 갑니다. 불이나 잘 꺼주세요."

5월22일 낮 12시44분쯤. 광주소방안전본부 상황실 근무자는 황당한 전화 한통을 받았다.

광주 서구의 한 유흥주점 사람들이 자신의 기분을 나쁘게 했으니 건물에 불을 지르겠다는 A씨(36)의 전화였다.

A씨는 소방대원에게 "편의점에서 기름을 사다가 불 지르면 탈 것 아니냐. 6층쯤 된다. 저는 분명히 신고했다"며 범행장소를 알려주기도 했다.

전화가 끊긴 뒤 소방당국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경찰과 업무공조를 통해 즉각대응에 나섰다.

일선 소방센터에서는 10명의 소방대원이 장비를 갖춘 뒤 현장으로 달려나갔고, 서부경찰서 경찰관 11명도 긴급 출동했다.

실제 현장에선 만취한 채 가게 앞을 배회하던 A씨가 발견됐다. 경찰의 수색 체포 과정에서 인근 편의점에서 구입한 라이터 오일도 발견됐다.

조사결과 A씨는 불을 지를 생각이 없었음에도 유흥업소 종업원들을 협박하기 위해 119에 허위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술에 취한 A씨는 유흥업소에서 잠이 들었고, 낮 12시23분쯤 '영업시간이 종료됐으니 나가달라'는 종업원의 말을 듣곤 이같은 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종업원을 폭행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폭행, 협박 혐의로 기소됐다.

광주지법 형사9단독 임영실 판사는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고 26일 밝혔다.

임 판사는 "피고인의 전화를 받고 경찰관과 소방관 21명이 출동하는 등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방해하고, 소방인력을 낭비하게 만들었으며 허위신고로 인해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소방인력이 출동하지 못할 수도 있는 바 국가의 기능을 해하는 범죄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체포과정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았다. 범행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 다만 폭행 정도가 중하지는 않고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