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문’ 봉준호 감독 아니었으면 못 나왔죠”[편파적인 디렉터스뷰]
1. 봉준호 감독, ‘노란문’ 출연 조건이 단 하나였다?
2. 봉 감독 초기작 ‘룩킹 포 파라다이스’가 유실됐다?
3. 90년대 말 시네필이 MZ 시네필에게
OTT플랫폼 넷플릭스에서 유의미한 다큐멘터리 한 편이 온다. ‘글로벌 스타감독’ 봉준호 감독이 초창기 소속됐던 영화연구소 ‘노란문’의 역사와 자료, 그리고 봉 감독 초기 애니메이션인 ‘룩킹 포 파라다이스(Looking for Paradise)’가 담긴 다큐멘터리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감독 이혁래, 이하 ‘노란문’)다. 27일 공개를 앞두고 스포츠경향이 이혁래 감독을 만났다.
■쟁점1. 봉준호 감독이 ‘노란문’에 출연하기까지 조건은 단 하나?
이 작품은 90년대 초, 시네필들의 공동체였던 ‘노란문 영화 연구소’의 회원들이 30년 만에 떠올리는 영화광 시대와 청년 봉준호의 첫 번째 단편 영화를 둘러싼 기억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노란문 막내였던 이혁래 감독이 카메라를 잡고 당시 ‘노란문’ 회원이었던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여러 선배들에게 ‘1990년대 시네필이 영화를 사랑했던 법’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야말로 이 작품은 봉준호 감독이 있었기에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고 이 감독은 답했다. 다만 전제 조건이 있었다. 그건 처음 봉준호 감독이 내건 조건이었다.
“봉준호 감독이 한가지 조건만 들어주면 기꺼이 출연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주인공이 되면 안 되고 노란문 멤버들 모두가 주인공이어야 한다. 난 그 멤버들 중 1/N명으로 나와야 한다’고 하길래, 속으로 ‘저도 딱히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라고 생각했죠. 하하. 그 약속을 받고 A4 용지 2장 분량의 시놉시스를 제출해서 넷플릭스에 제안을 했는데요. 넷플릭스가 검토하는 동안 또 고민이 되더라고요. 혹시 넷플릭스 측에서 봉준호 감독이 나와서 투자는 하지만 봉준호 감독 다큐멘터리로 만들자고 하면 어쩌지? 그럼 난 무슨 대답을 해야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담당자가 ‘이건 동아리 얘기네요?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같이 공유하는 경험들이 영화에 제대로 담기면 좋겠어요’라고 반응하더라고요. 뜻밖이었어요. 알고보니 그 담당자도 영화동아리 회원이었고, 그처럼 곳곳에 프리미어 리그 선수는 아니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영화를 즐기는 이들이 많구나 싶었죠. 그렇게 이 다큐멘터리가 시작됐어요. 그런데 만들고 보니 편집할 때 또 숙제가 생기더라고요. 봉 감독이 얘기할 땐 유명한 사람이라 그런지 재밌어서 집중이 잘 되는데, 다른 멤버들이 더 중요한 말을 해도 집중이 안 됐죠. 그래서 캐릭터들을 부여하기 시작했고, 영화 전체적으로는 봉감독이 주인공이 아닌 그가 소개하는 ‘노란문’, 그가 보여주는 1990년대 시네필을 보여주게 골격을 잡았어요.”
■쟁점2. 아차차, ‘룩킹 포 파라다이스’를 잃어버렸다고?
이 영화에서 중심이 되는 건 봉 감독이 초창기에 만든 ‘룩킹 포 파라다이스’다. 영상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런데 봉 감독이 연락이 오더니 VHS로 찍은 비디오 테이프가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문자로 ‘필모그래피 분실의 공포, 끔찍하다’라고 보냈길래, 전 처음에 수줍어서 거짓말을 하나 싶었거든요. 와, 진짜였어요. 그게 있어야 영화가 돌아갈텐데, 꼭 찾아야만 했죠. 그래서 제가 에드거 앨런 포 소설 ‘도둑맞은 편지’처럼 너무 찾기 쉬운 곳에 숨겨놔서 못 찾는 걸 수도 있으니 찾아보라고 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다시 연락이 왔어요. 일본에서 봉 감독 초기작들을 모아 출시한 모음집이 있는데 그 안에 ‘룩킹 포 파라다이스’가 포함되어있다고요. 그걸 DVD로 떠놨다며 CD를 건네어 받았는데, 이것도 재생이 안 됐죠. 그래서 수소문 끝에 복원하려고 했고, DVD 영상의 딱 절반만 복원이 됐는데 그 안에 ‘룩킹 포 파라다이스’ 영상 완본이 다 들어가 있었어요. 다행이다 싶었죠.”
■쟁점3. 요즘 시네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1990년대 시네필들을 자라 각자의 삶을 찾았고, 그 중 봉준호 감독은 전세계가 사랑하는 영화 감독으로 성장했다. 이 작품을 갈무리한 이혁래 감독도 제2의 봉준호를 꿈꾸는 요즘 시네필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법했다.
“시네필 뿐만 아니라 뭔가를 과도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위에서 이해받기 어려운 면이 있어요. 시대를 막론하고 늘 그래왔죠. 그래서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면 정말 좋아하게 되고, ‘노란문’도 그러게 모이게 된 거였고요. 지금 주변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는 ‘시네필’이란 단어를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미치도록 뭔가를 좋아하는 순간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이 영화를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서 틀었는데요. 난 웃으라고 만들었는데 20대 젊은이들이 많이 울더라고요. 자신의 경험을 아저씨, 아줌마들의 수다를 통해서 발견하게 됐나봐요. 저로선 신기하고 뿌듯한 순간이었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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