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세종이기에 가능했던 20대 초반의 이원준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두나!'의 캐스팅 라인업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단연 주목을 받은 건 이두나 역을 맡은 수지였다. 작품명이 배역일 정도로 중요한 역할이고, 은퇴한 아이돌이라는 설정 역시 수지와 부합했기 때문이다. '이두나!' 공개 이후에도 수지가 어떤 모습을 보여줬는지에 대한 관심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작품을 들여다보면 '이두나!'의 중심은 수지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작품의 한가운데에서 묵묵히 중심을 잡아주는 건 바로 이원준 역의 양세종이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두나!'는 평범한 대학생 원준이 셰어하우스에서 K팝 아이돌 시절을 뒤로 하고 은퇴한 두나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드라마다. 양세종은 토목공학과에 다니는 대학교 2학년생 이원준 역을 맡았다. 원준은 아버지 없이 혼자 생계를 책임지는 엄마와 아픈 동생 때문에 긴 통학을 하다 마침내 학교 근처 셰어 하우스에서 자취를 시작한다. 그곳에 먼저 살고 있던 두나와 점차 얽히게 된다.
웹툰 속 이원준이 드라마로 옮겨지며 캐릭터 설정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평범했던 원준의 가족사는 불우해졌으며, 원준 자체 역시 상당히 톤다운된 채로 등장한다. 원작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를 연기하는 양세종에게는 오히려 안성맞춤이 됐다. 가벼움보다는 진중함이 어울리는 양세종은 이원준이라는 인물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벽히 소화했다.
그 중심에 있는 건 두나와의 만남, 그리고 이별이다. 구도 자체는 크게 특별하지 않다. '서로 다른 우주'에 있던 두 사람이 만나 점차 엮이고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자신도 모르는 새 마음이 커져간다. 이내 서로의 감정을 깨달아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은 서로를 밀어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양세종은 때로는 미련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천천히 변화하는 감정을 우직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이 원준과 두나 모두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두나!'라는 제목과 작품 소개를 보면, 원준과 두나의 이야기만 전개될 것처럼 보이지만, 원준은 두나뿐만 아니라 진주(하영), 이라(박세완) 등 다양한 상대방과 엮인다. 원준의 첫사랑이자 짝사랑인 진주와의 관계 역시 인상적이다. 준원과 진주와의 관계는 명확하다. 두 사람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이다. 양세종은 제삼자의 시선에서 봤을 때는 너무나 명확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풋풋한 감정, 설렘과 두려움 등 첫사랑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느낌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두나!'는 양세종이 군 전역 후 복귀작으로 택한 작품이다. 햇수로는 2019년 JTBC '나의 나라' 이후 4년 만이다. 어느덧 서른이 된 양세종이 스물한 살의 이원준을 연기한다는 점이 어색하지는 않을까 자칫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양세종은 걱정을 불식시킬 정도로 훌륭하게 이원준을 구현했다. 단순히 수염 레이저 제모, 반신욕, 마스크팩처럼 외적인 노력 때문만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오랜만의 복귀임에도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다"는 말처럼 아직은 20대의 패기와 순수함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흔히 남자 배우에게 군 복무는 하나의 분기점이 된다. 소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남자 배우들은 군 복무가 주는 공백을 활용해 소년의 이미지를 지워내고 강한 남자가 되어 돌아온다. 복귀작 역시 캐릭터성이 짙거나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양세종은 정 반대의 길을 택했다. 오히려 순수하기에 풋풋한 20대 초반의 캐릭터를 통해 여전히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양세종이기에 가능했던 스물한살의 이원준은 다시 양세종에게 돌아가 그의 행보를 응원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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