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혀’ 가 맛까지 초정밀 계량화… 식품산업을 미래산업으로[초격차 기술, 현장을 가다]
‘전자 눈·코·귀’ 장비 통해선
색·향·씹는 소리도 측정해내
뇌파 분석으로 감성도 평가
최상의 맛 찾아내서 상품화
제약·바이오 분야의 미래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도 집중
“식품이 사람의 오감(五感)에 주는 영향을 데이터로 분석해 제품 개발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롯데중앙연구소. 일명 ‘전자혀’로 불리는 관능 검사 기계가 위스키, 와인 등 주류 시제품의 단맛, 짠맛, 쓴맛, 떫은맛, 감칠맛 등을 측정 중이었다. 인공 침을 바른 작은 센서들이 차례로 작은 원통에 담긴 시제품을 분석하자 맛별로 수치가 산출됐다. 롯데중앙연구소 관계자는 “주류, 음료 제품들이 어떤 맛을 가졌는지 수치로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전자혀 옆에는 제품을 씹을 때 나는 소리를 측정하는 ‘전자귀’가 다양한 감자 과자 제품을 분석 중이었다. 치아 모양으로 생긴 탐침이 과자를 누를 때 생기는 소리를 기반으로 제품의 강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제품 향을 분석해 수치화하는 ‘전자코’, 색이나 모양을 식별하는 ‘전자눈’ 등 다양한 장비가 저마다 다른 제품을 검사하고 있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중앙연구소는 식품 기초 원료 연구와 안전 관리, 디자인, 마케팅 등 그룹이 보유한 모든 식품 기술 역량을 결집한 곳”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식품 개발 기술 역량을 강화하며 미래 먹거리 산업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종합식품연구소인 롯데중앙연구소는 그룹의 모태(母胎)에 해당하는 식품 분야의 선진 기술을 도입해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식품군 계열사들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4월 롯데그룹이 브랜드 가치 상승에 이바지한 계열사를 대상으로 시상하는 ‘롯데 어워즈’에서는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 등 롯데 식품군 계열사 두 곳이 상을 받았다. 소주 ‘새로’를 선보인 롯데칠성음료 소주 BM팀은 대상을, 제로(0) 설탕 제품을 개발한 롯데웰푸드 뉴비즈전략팀은 최우수상을 받았다.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혁신적인 도전으로 새로운 시장을 찾아냈고 차별화한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냈다”며 “임직원 모두가 보여 준 뛰어난 업적이 이로운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식품군 계열사의 시너지를 높게 평가한 바 있다.
롯데 식품군 계열사가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롯데중앙연구소의 연구·개발(R&D) 역량이 있다. 롯데중앙연구소는 지난 1983년 ‘롯데그룹 중앙연구소’로 설립,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이곳에서는 관능 분석 장비를 통한 과학적 맛 평가로 신제품들이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 요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롯데웰푸드의 립파이와 각종 제로 설탕 제품, 롯데칠성음료의 새로·별빛청하 등 신제품도 롯데중앙연구소와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롯데중앙연구소가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맡는 관능 평가는 오감의 직관적 요소 분석, 뇌파 중심 감성 영역 분석 등 크게 두 가지로 이뤄진다. 오감은 전자혀(미각), 전자코(후각), 질감 분석·근전도 측정기(촉각), 전자귀(청각), 전자눈(시각)으로 분석한다. 전자혀는 미각 센서가 신맛, 짠맛, 쓴맛, 떫은맛, 감칠맛, 단맛을 측정하고 성분을 분석해 맛의 특성을 정량화한다. 전자코는 제품마다 갖고 있는 고유한 향기 패턴을 분석하고, 질감 분석·근전도 측정기는 식품 섭취 시 근육 사용량을 측정해 물성을 수치화한다. 전자귀는 가장 맛있는 소리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자눈은 색 노화도의 구성과 비율 등으로 원료 및 제품 품질 비교에 사용된다.
롯데중앙연구소의 관능 평가는 뇌파 분석으로 감성까지 평가하며 한층 수준 높은 맛 데이터를 끌어낼 수 있다. 뇌파 분석기를 통해 뇌세포 신호 전달 시 발생하는 전기 흐름을 분석함으로써 소비자가 선호했을 때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관능 평가 데이터와 연계 분석해 소비자가 원하는 맛을 찾아낸다.
관능 객관화 평가 자료는 제품 개발에서 품질 개선·관리, 원료 검토 등에서 주로 활용하지만 푸드테크 산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미래 먹거리 기초 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양시영 롯데중앙연구소 상무는 “식물성 기반의 대체식품의 경우 여전히 맛이 없다는 인식이 강해 관능 검사를 통한 분석이 어느 분야보다도 중요하다”며 “전문가, 스타트업과의 공동 연구, 업무협약을 통해 글로벌 식품 연구에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중앙연구소는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주목받는 미래 기술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능성 균주·소재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곽중기 롯데중앙연구소 상무는 “전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규모는 180조 원으로 매년 15%씩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비만, 아토피, 장염, 충치 등 각종 질병 개선에 효과가 있는 균주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몸속에 사는 ‘미생물(microbe) 생태계(biome)’를 뜻한다. 사람 몸속에서 사는 미생물 수는 수십조 개에 이르며, 대부분 소화기관에 서식해 90% 이상의 질병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롯데중앙연구소는 2020년 로타바이러스 억제 유산균 ‘LRCC5310’을 적용한 분유 제품 ‘항로타 위드맘’으로 장영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아토피 증상 개선에 유효한 유산균 ‘LRCC5195’의 특허 등록 등 연구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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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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